JOURNEYS
FOUR FLAVORS
태국의 맛을 찾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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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호

후추 맛이 인상적인 동북부, 돼지고기와 녹색 채소로 만든 순한 맛이 돋보이는 북부, 풍부한 해산물과 매콤함이 어우러진 남부, 그리고 코코넛밀크를 사랑하는 중부. 치앙마이부터 트랑까지 촘촘히 연결된 음식 지도를 따라가보자.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치앙마이의 왓 프라싱 사원. 테랑의 딤섬. 치앙마이에 있는 식재료 시장. 셰프 나폴 ‘조’ 잔트라겟과 동료가 나와Nawa에서 접시에 음식을 담고 있다.

남부
아침의 영광
남부 도시 트랑Trang에서는 조식이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식사다. 이른 시간부터 딤섬, 바삭한 돼지고기, 달콤한 튀김을 사려고 사람들이 줄을 선다.

한때 하얀색이었을 벽에 걸린 선풍기들이 덜덜덜 돌아간다. 빨간색 립스틱을 바르고 실크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대리석 테이블에 놓인 작은 접시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접시에 돼지고기 딤섬이 두세 개씩 올려져 있다. 여성은 작은 포크로 딤섬 한 개를 푹 찌르더니 의상과 어울리는 색의 소스에 묻혀 입에 쏙 넣는다. 아침 6시 반이다.
태국 남부 도시 트랑에서는 이미 몇 시간 전부터 아침식사가 한창이다. 도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딤섬 전문점 중 하나인 이곳 신지우Sin Jiew는 학생부터 갓난아기, 강아지, 회사원들이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들른다. 아직 어두운 밖에서는 길가 노점들이 작은 팬케이크를 굽고 뜨겁게 달궈진 기름에 커다란 반죽 덩어리를 떨어뜨리면서 연기를 피운다.
트랑은 음식 애호가들의 성지순례지다. 방콕에서 내려온 태국인이 대부분이지만 이 지역의 저평가된 아름다운 해변에 왔다가 잠시 들른 해외여행자들도 있다. 새벽 4시면 트랑의 하루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곳 사람들은 아침식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나는 친구의 친구의 친구인 위니Winnie를 만났다. 나를 반갑게 맞이한 위니는 당연하다는 듯 식사 시간에 맞춰 만나기를 원했다. “태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장례를 3일 동안 치르는데 여기서는 열흘 동안 이어져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거죠. 트랑의 문화예요. 그리고 사람들은 조문하기 위해 가는 게 아니고 그저 먹기 위해 가죠!” 위니가 크게 웃으면서 말한다.
수천 명의 여느 트랑 시민들처럼 위니도 어릴 적부터 매일 아침 등교 전 신지우에 와서 딤섬을 먹었고 저녁을 먹으러 다시 찾기도 했다고. 트랑에서는 밖에서 외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위니가 설명한다. 인근 고무 농장 인부들의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 전통이라고 한다. 최대한 많은 고무를 추출할 수 있는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가 고무 수확 시간이다. 일을 마친 인부들은 재충전이 필요했고, 마을은 이들의 노동 시간에 맞춰 움직이게 되었다. “일꾼들은 저녁 7시와 10시, 자정, 새벽 4시, 아침 6시, 9시, 정오에 식사를 해요.” 신지우의 사장인 쿠왕Kuang이 알려준다. “트랑 사람들이 하루에 아홉 번 식사하는 것은 정상이에요.”

(왼쪽부터) 테랑의 할랄 딤섬. 트랑에서는 이른 새벽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이곳에선 고를 수 있는 음식 종류가 결코 적지 않다. 파스텔색으로 칠해진 낮은 건물과 전깃줄이 머리 위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지나 트랑에 있는 70여 개 딤섬 전문점 중 하나인 집카오Jeeb Khao에 도착한다. 경찰과 헐렁한 긴 원피스와 크록스 차림의 여행자들이 그날의 첫 번째,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식사를 하고 있다. 식당 위층에서 태어난 4대 사장인 메이Mae는 올해 32세로 그녀의 고조할머니가 90년 전에 가졌던 열정 그대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저희에게 아침식사는 매우 중요해요.” 그녀가 말린 국화꽃이 가득 들어 있는 컵에 뜨거운 물을 붓고 ‘너무 진한’ 첫 잔을 버린 다음 두 번째 잔을 나에게 건네며 말한다. “하루를 보낼 힘을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집카오의 오랜 단골손님이 문가에 앉아 차를 마시는 중이다. 91세인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60년 넘게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남편과 사별한 후에는 딸과 함께다.
메이는 정갈하게 접은 딤섬 포장지와 두부, 생선, 돼지고기와 여주로 속을 채운 딤섬 여러 개를 찜기에 담아 쪄내는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나는 조용히 구경하다가 딤섬 하나를 한입에 먹는다. 부드러우면서 살짝 달콤한 만두피와 후추의 매콤함으로 간이 된 육즙 풍부한 돼지고기의 조합이 완벽하다. 태국에는 딤섬 전문점이 즐비하지만 이곳에서 맛보는 딤섬의 풍미는 색다르다. 후추를 과감하게 쓰고 트랑 고유의 붉은 산홋빛의 매콤한 소스인 캄추엥kam chueang을 찍어 먹는다. 카사바, 식초, 소금, 설탕의 비율을 조금씩 달리해서 모든 식당은 자신만의 레시피대로 딤섬을 빚는다.
각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딤섬 전문점을 평생의 단골로 삼으며, 그 어느 전문점도 같지 않다. 격납고 크기의 루엔 타이Ruen Thai에서는 높이 쌓아 올린 대나무 바구니에 딤섬을 담아 손님에게 내온다. 태국식-중국식 국수 요리인 라드나rad na 4인분이 거의 모든 테이블에 올려져 있다. 이보다 더 북쪽 지방에서 볼 수 있는 라드나와 달리, 고기 대신 해산물이 들어가고, 이 레시피는 현 사장의 조부인 카자Kaja가 개발했다고 한다. 트랑의 여러 딤섬 레스토랑 창업자들처럼 그는 1900년대 초반 중국에서 건너왔다. 태국 음식이 중국의 영향을 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그 시대의 이민자 중 한 명이다. “제 할아버지는 10살의 나이에 말레이시아로 가는 배를 혼자 타셨어요.” 카자가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부는 해안을 따라 트랑 지방까지 와서 부두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20세가 되셨을 때 작은 트럭을 마련할 만큼 돈을 모으셨고 그렇게 해서 트럭에서 라드나를 만들어 팔기 시작하셨죠.”

(왼쪽부터) 트랑에서 딤섬을 먹고 있는 가족. 가족 경영 식당인 집카오의 커피.

농어, 새우, 문어가 듬뿍 들어간 요리에 게살을 뿌려 섬세한 풍미를 살린다. 후추의 매콤함과 돼지고기 육수와 돼지비계에서 비롯된 달콤함이 녹아든 진한 국물에 부드럽고 두꺼운 국수를 넣는다. 나머지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당연히 비밀이다.
나는 다음 날 아침 7시에 맞춰 트랑 시장으로 향한다. 유피Yu Pi가 일과를 마무리하고 있다.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등 부목을 착용한 환갑이 넘은 유피는 16시간 내리 서서 일한다. 그녀가 무양moo yang(트랑에서 인기 있는 조식 메뉴인 바삭한 돼지고기)을 써는 솜씨가 일품이다. 트랑의 정체성이 깊이 내재된 이 음식은 지방 슬로건에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끈적하고 짙은 갈색 고기를 한 입 베어 무니, 부드러우면서 달콤한 육질의 고기와 약재상을 연상시키는 향신료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유피는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계피와 정향의 향도 느껴진다). 끈적한 돼지 껍질이 치아에 달라붙어 충치 치료한 레진이 빠질까 괜한 걱정이 앞선다. 유피는 무양을 저울로 무게를 달아 판매한다. 그녀의 무양 코 파오Moo Yang Ko Pao에서 만든 무양은 1kg에 600밧(한화 약 2만3000원)으로 다른 상점보다 200밧(한화 약 7600원) 정도 비싸지만 트랑에서 최고로 인정받는다. 사람들은 기꺼이 값을 지불한다. 손님들은 상점 사이 통로를 비집고 들어와 유피로부터 ‘달콤한 무양’이 가득 담긴 봉지를 받아 간다. 어떤 이들은 가족 행사를 위해 주문한 돼지 한 마리 분량을 받기 위해 현금을 두둑하게 챙겨 왔다. 휴대전화를 스피커폰으로 켜둔 유피는 주문을 받으면서 집에 있는 남편과 통화한다.

트랑 시장에서는 신선한 식재료부터 무양 같은 별미까지 무엇이든 구매할 수 있다.

유피가 시장에서 일하는 동안 다른 트랑 시민들은 기도를 하기 위해 모여든다. 그리고 모스크 주변으로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여인들이 로티와 치킨 카레를 만들 준비가 한창이다. 근처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테랑Terrang 에서 완Wan을 만났다. “태국 남부 지방에는 회교도가 많고 그들도 아침에 딤섬을 먹고 싶어해요. 하지만 모든 딤섬 식당에서는 돼지고기를 넣어요.” 그녀가 설명한다. 기회를 포착한 그녀는 닭고기와 새우 딤섬을 만들어 현지인과 여행자, 무슬림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트랑에 있는 모든 이들이 아침으로 딤섬을 먹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더 달콤한 무언가를 찾는다. 코피 솜밧Kopi Sombat에서 주인이 연유 캔을 연달아 개봉해서 말레이시아산 찻잎으로 우려낸 차에 붓는다. 그렇게 해서 만든 차놈론cha nom ron은 짙은 초콜릿색 카페인 음료로 이 카페가 장사가 잘되는 데 한몫 거들고 있다. 이 집의 또 다른 인기 비결은? 밀가루 빵 튀김이다. 트랑에 있는 거의 모든 조식 테이블에서 봐왔던 그런 얌전한 빵이 아니다. 이 빵은 덩치 큰 남자의 팔뚝만 하다. 바나나와 달걀을 판매하고 있는 야외의 남자 상인 셋이 자동차 트렁크에서 빵 반죽을 튀기려고 준비 중이다. 보호용 고글까지 착용한 그들은 식용유가 끓는 냄비에 빵 반죽을 넣고 튀기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코넛 커스터드를 담은 작은 그릇이 내 앞에 놓인다. 되직한 소스가 그릇의 반을 차지한다. 나는 금방 튀겨낸 빵에 소스를 듬뿍 찍는다. 바삭한 무양을 빵 속에 넣어서 소스와 함께 먹으니 짭조름한 맛과 부드러움, 달콤함과 바삭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옆에 앉은 학생이 빨대로 아이스티를 마시고 있다. 그녀의 티셔츠에 ‘오늘은 도우 날이다’라는 문자가 프린트되어 있다. 트랑에서는 매일매일이 도우dough의 날이다.


여행 방법: 방콕에서 야간열차 또는 단거리 비행으로 트랑에 갈 수 있다. 트랑에 있는 루아 라사다Rua Rasada는 조식이 포함된 더블룸이 1박에 약3만4000원부터.
ruarasadahotel.com


태국 남부의 맛 여행지 4

수라타니의 카오 나 나이 루앙 다르마 공원Khao Na Nai Luang Dharma Park의 일출.

핫야이HAT YAI
말레이시아 국경에서 멀지 않은 이 도시에서 최고로 맛있는 스타일의 바쿠테bak kut teh(찰밥을 곁들인 닭튀김)를 발견할 수 있다. 거리 노점상이나 카이토드 데차Kai-Tod Decha 같은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다.

팟타니PAT TANI
말레이시아 근처 해안의 팟타니 지방은 코르레이kor-lae 치킨(사테처럼 코코넛과 향긋한 향신료로 만든 되직한 소스에 재운 고기를 구운 요리)으로 유명하다.

푸껫PHUKET
파인애플 라이스와 무홍moo hong(삼겹살 조림)이 이 해변 마을의 인기 음식이다. 킨 디Kin Dee 또는 트리사라Trisara 호텔 안에 있는 미쉐린 별을 받은 프루Pru 레스토랑에서 맛보자.

수라타니SURAT THANI
코파낭Koh Pha Ngan과 코사무이Koh Samui를 포함한 여러 섬으로 가는 관문인 수라타니에 가면 생선이 들어간 옐로 카레를 먹어봐야 한다. 매콤하면서 톡 쏘는 묽은 수프 같은 맛이 특징이다.

북부
레일을 따라
프래Phrae 지방의 토마토밥부터 치앙마이의 카오소이까지, 태국 북부는 느리게 움직이는 미식 여행지다.


19세기 말까지, 현재 태국 북부에 속한 땅은 독립 왕국이었다. 라나Lanna(‘100만 개의 논’이라는 뜻)는 고유의 문화와 언어 그리고 음식을 가진 나라였다. 그 음식은 오늘날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태국 북부 음식은 감칠맛과 새콤함, 쓴맛이 균형을 이룬다. 구운 요리와 수프가 대표적이며 산악 지대에 거주하는 다양한 소수민족과 무역로를 통해서 이 지역을 지나갔던 인접한 미얀마와 중국 회교도의 영향을 받았다. 방콕에서부터 이어진 북부 철도 노선의 첫 번째 구간이 완공된 1916년 전까지 북부 지역은 다른 지역과 동떨어진 자주적인 땅이었다. 람팡Lampang에서 끝난 노선은 10년도 안 되어 북부에서 가장 큰 도시인 치앙마이까지 연결됐다. 더 빠른 이동 방법도 있지만, 인기 있는 대도시와 작은 지방 수도를 연결하는 기차를 타면 독특한 음식을 조금 더 느긋하게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100년 된 람팡의 기차역.

DAYS 1-3 치앙마이 & 람팡
방콕에서 출발하는 야간 침대 열차를 타고 100개가 넘는 불교 사원이 있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태국 북부의 문화 수도 치앙마이에서 눈을 뜨자. 이곳 회교도 지구에서 금요일 아침마다 열리는 반하우 마켓Ban Haw Market을 놓치지 말 것. ‘산속 부족’과 중국인, 미얀마인, 샨족Shan이 수확한 농산물이 바로 이 한 장소로 집결한다. 회교도 지구는 치앙마이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바로 카레 국물에 두 가지 국수를 넣어 먹는 카오소이khao soi다. 카오소이 이슬람Khao Soi Islam과 카오소이 푸앙파Khao Soi Fuang Fah 같은 시장 끝자락에 있는 노점상에서 순한 맛 카오소이를 주문할 수 있다. 시장이 서는 날이 아니라면 강변에 위치한 파함Fa Ham 지역으로 가자. 불교 노점상 카오소이 사메리자이Khao Soi Samerjai와 카오소이 람 두안 파함Khao Soi Lam Duan Fa Ham은 수십 년 동안 맛 좋은 국수를 만들어 오고 있다.
오후에는 치앙마이의 상징적인 빨간 트럭 택시를 불러서 도시가 내려다보는 수텝산Doi Suthep으로 향한다. 산 등반은 황금 불교 사원인 왓 프라탓 도이수텝Wat Phra That Doi Suthep에서 보이는 전망에서 정점을 찍는다. 도시로 돌아와 미드나이트 프라이드치킨Midnight Fried Chicken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참고로 이곳은 찰밥과 두 종류의 남프릭nam phrik(매콤한 디핑소스) 등 태국 북부 특유의 사이드 메뉴를 곁들인 닭고기 요리로 유명하다.
둘째 날은 치앙마이의 성벽 안에 있는 시크한 아카 아마 프라싱Akha Ama Phrasingh에서 태국산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불교 사원인 왓 프라싱Wat Phra Singh이 바로 지척에 있다. 19세기 초, 사원 안에 있는 비한 라이 캄Viharn Lai Kham에 그려진 불교 벽화를 구경한 뒤 성벽 너머로 걸음을 옮겨보자. 그곳엔 현지 음식을 세련되게 재해석해 내놓는 통템토Tong Tem Toh가 자리한다. 허브를 넣은 구운 소시지와 돼지고기, 채소 등을 한 입 크기로 구운 요리에 남프릭을 곁들인 북부식 매콤한 애피타이저를 추천한다.
여기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왓 수안독Wat Suan Dok이 있다. 신입 수도승들과 함께 편하게 태국 음식과 불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몽크 챗monk chat’ 시간이 있다고 한다. 캐주얼한 저녁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창푸악 게이트 나이트 마켓Chang Phuak Gate Night Market이 적당하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여인’의 밥 위에 올린 족발은 줄 서서 먹을 가치가 충분하다.

람팡의 타논 탈랏 가오에 있는 까놈 진 파분 스리Khanom Jeen Pa Bun Sri의 사장.

마지막 날 아침에는 옛 남문 옆에 위치한 프라투 치앙마이 마켓Pratu Chiang Mai Market으로 가서 오래된 사원 유적 앞에서 장사하는 청과물 상인들이 있는 야외 구역을 구경한다. 점심 무렵엔 치앙마이 시내 밖에 자리한 후엔 자이 용Huen Jai Yong에 들르자. 논에 둘러싸인 이 레스토랑에서는 티크 목재와 치장 벽토로 만든 사원같은 건물 안에서 태국 북부식 소스와 수프 등 다양한 가정식 요리를 주문할 수 있다.
밤에 다음 여정을 위해 출발하기 전 노던 스쿨 포 더 블라인드Northern School for the Blind 또는 우먼스 마사지 센터Women’s Massage Center에서 마사지를 받자. 이곳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좋은 곳에 쓰인다고 한다. 그런 다음엔 람팡으로 가는 기차에 오르자. 이곳까지 오는 여행자는 많지 않지만 강가에 있는 옛 벌목 소도시는 매력적이다. 특히 왕강Wang River을 따라 이어진 타논 탈랏 가오Thanon Talat Gao 길은 태국 북부, 미얀마, 중국 건축 양식이 혼재되어 추천하는 곳이다. 토요일 저녁에 람팡에 있다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워킹 스트리트 마켓Walking Street Market에 들르거나 혹은 대안으로 아로이 원 밧Aroy One Baht에 가도 좋다. 공간이 미로처럼 이어진 오래된 이 레스토랑은 발효된 콩과 함께 튀긴 가지 요리나 소금으로 간을 한 달걀을 둘러싼 매콤한 샐러드처럼 중국 요리에서 영향을 받은 음식을 전문으로 한다.

치앙마이에 있는 카오소이 사메르자이Khao Soi Samerjai의 카오소이가 담긴 그릇들.


DAY 4-5 람팡 & 프래
넷째 날 아침은 100년 된 카오 차오 마켓Kao Chao Market에서 맞이한다. 기차로 운반된 농산물 보관소로 지은 건물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고깔 모양의 야생 죽순과 거대한 잭프루트 같은 식재료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침식사는 소박한 커피와 단 과자류를 판매하는 작은 노점상이 적당하다.
19세기 저택을 개조한 반 사오 낙Baan Sao Nak에서 태국 북부 귀족들의 삶과 가구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곳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는 람팡의 명물인 팜슈거를 뿌린 찹쌀 튀김인 카오텐khao taen을 생산하는 가족 경영 공장 쿤 마니Khun Manee가 있다. 점심식사는 시내 한복판, 수안독 로드Suandok Road에 있는 투박하지만 맛있는 란사이 우아 메이 찬 디Raan Sai Ua Mae Chan Dee를 추천한다. 허브가 가득 들어간 태국 북부 소시지 사이우아sai ua 또는 다진 고기와 허브를 바나나잎으로 감싼 엡aep을 주문하면 된다.
식사 후에는 택시를 타고 프렌즈 오브 더 아시안 엘리펀트 파운데이션 호스피털로 가자. 코끼리 공연이나 먹이 주기는 없지만 다친 코끼리를 치료하는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다. 랏사다 피섹다리Ratsada Phisek Bridge 북단에 있는 활력 넘치는 이브닝 마켓Evening Market에서는 카레 등 미리 포장된 다양한 음식 중에서 골라 숙소로 돌아가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자.
람팡에서의 마지막 날은 타논 탈랏 가오Thanon Talat Gao에 있는 카놈 진 파 분 스리Khanom Jeen Pa Bun Sri에서 아점을 먹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볼 것. 카논 진은 토마토 베이스 육수에 말아 먹는 가느다란 쌀국수로 이 지역의 대표 음식이다. 파 분 스리Pa Bun Sri 레스토랑은 훈연 향과 감칠맛이 일품인 카논진을 만든다. 식사 후에 택시를 타고 외곽에 자리한 다나바디 세라믹 박물관Dhanabadee Ceramic Museum을 찾는다. 작은 사기 그릇에 손으로 그림을 그려 장식한 태국의 대표적인 참 트라 카이chaam traa kai 도자기 제품을 가장 오랫동안 만들어온 가족 경영 공장이다. 기념품 가게도 구경할 수 있다. 프래로 가는 기차를 타러 람팡 기차역에 가기 전 북부 지역에서 가장 유서 깊은 불교 사원인 왓 프라 탓 람팡 루앙Wat Phra That Lampang Luang에 들르자. 프래는 태국에서 가장 친절한 도시일 수 있지만, 기차역이 없다. 가장 가까운 기차역은 24km 떨어진 덴차이Den Chai에 있으며, 기차역에서 택시나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프래에 도착하면 시내 서쪽, 시골 느낌의 지역에 있는 쿠아 진소드Kua Jinsod로 방향을 잡는다. 야외에도 테이블이 있는 레스토랑은 이 지역에서 허브와 향신료를 넣은 곱게 다진 고기 요리인 라브laab가 가장 맛있는 곳이다.

람팡에 있는 타논 탈랏 가오의 목조 건물들.

DAY 6 프래
북부 여행에서의 마지막 아침은 프래 역사 지구의 목조 가건물에 자리한 예스러운 매력이 넘치는 슬로프 커피Slope Coffee에서 먹자. 그런 다음엔 가로수가 우거진 조용한 거리를 걷다가 옛 벌목 사업가들의 저택이었던 봉부리 하우스 박물관Vongburi House Museum과 위차이 랏차 레지던스Wichai Ratcha Residence에 다다른다. 이른 점심으로 프래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돼지고기 육수를 기본으로 한 카놈진 국수나 돼지껍데기 튀김을 올리고 마늘기름을 뿌린 토마토밥을 먹으러 두앙 네이트 누들Duang Nate Noodle로 가야 한다. 보통 낮시간에 재료가 소진되니 조금 서둘러 가는 편이 좋다.
프래에서 북쪽으로 5km 거리에 있는 인디고 천연 염색으로 유명한 퉁홍Thung Hong 마을에서 오후를 보내자. 현지인들이 입는 인디고 셔츠인 수에 마우 하움suea maw hawm을 취급하는 상점이 즐비하고, 어떤 날에는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염색 공장인 모홈 반 파 루앙Mohom Ban Pa Luang에서 염색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토요일에 도시를 방문한다면 역사 지구 중앙 도로 옆
에 있는 워킹 스트리트 마켓Walking Street Market을 구경하다 요기를 해보자. 시장이 여는 날이 아니라면 같은 길에 있는 카드 프라 논Kad Phra Non에서 고기 카레와 매콤한 샐러드 같은 태국 북부 요리를 먹으면 된다. 그렇게 모든 식사를 마치고 나면 덴차이로 가서 방콕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자.


*** 더 많은 기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9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글. 한나 서머스HANNSH SUMMERS, 어스틴 부시AUSTIN BUSH, 차와디 누왈케어CHAWADEE NUALKHAIR, 사이핀 무어SAIPHIN MOORE
사진. 울프 스바니ULF SVANE, 어스틴 부시AUSTIN BUSH, 울프 스바니, 위추폴 차뢴수파야, 디에고 아레나스, 추파차 이 라오쿤락, 셔터스톡, 댄 존스, 스톡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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