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가 새로운 한 해를 채워줄 모험을 찾아 전 세계를 누볐다. 갓 문을 연 갤러리와 박물관이 가득한 도시부터 야생보호구역과 바다를 관통하는 외딴섬까지 삶의 저변을 한층 확대해보자!
뉴질랜드 노스랜드
지금 가야 할 이유: 새의 치유
뉴질랜드 북쪽 끝에 자리한 노스랜드Northland는 백사장이 근사하게 반짝이는 섬들과 고대 카우리소나무 숲에 깊숙이 스며든 마오리 부족의 흔적으로 잘 알려진 땅이다. 최근 이곳에서는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새 키위kiwi가 안전하게 서식할 수 있는 보호 구역을 만들기 위해 250여 개 지역 공동체가 합심하여 키위 코스트Kiwi Coast를 꾸려나가고 있다. 덕분에 급속도로 축소된 생태계와 빠르게 증가한 포식자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했던 키위가 이곳을 중심으로 점차 회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해당 공동체는 부상 입은 새를 치료하는 키위 재활 센터Kiwi Rehabilitation Center를 세우기도 했는데, 이 센터를 찾은 여행자들은 말끔하게 회복한 새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감동적인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새 외에도 노스랜드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종은 굉장히 다양하다. 동쪽 해안의 베이 오브 아일랜드Bay of Islands로 가면 훌륭한 다이빙 스폿 아래 형성된 동굴 안에 돌고래, 노랑가오리stingray, 곰치 등이 유유자적 헤엄을 친다. 푸어 나이츠 아일랜드 해양보호구역Poor Knights Islands Marine Reserve에서는 간혹 흰줄박이물돼지고래가 출몰하기도 한다.
kiwicoast.org.nz
인도 수루 밸리
지금 가야 할 이유: 암벽등반 축제
인도 북쪽 라다크Ladakh의 수루 계곡Suru Valley은 험준한 히말라야 산자락에 둘러싸인 탓에 여행자들의 발길이 뜸했다. 그러나 2016년 현지의 열정 넘치는 두 청년이 수루 아웃도어 페스트Suru Outdoor Fest를 기획하면서 전 세계 암벽등반가들이 이곳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축제 초기에는 참가자가 고작 40여 명에 불과했으나, 회를 거듭하면서 근래에는 250명 넘는 인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암벽등반 코스도 50개에서 500개로 늘어났다. 수루 아웃도어 페스트는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개최되는데, 아침에는 요가로 몸을 풀고 저녁에는 무수한 별 밑에서 라이브 음악을 감상하며 세계의 등반가들과 교류할 수 있다.
ncredibleindia.gov.in, surufest.com
인도네시아 라자암팟
지금 가야 할 이유: 온전한 해양 생태계
인도네시아 서파푸아West Papua에 위치한 라자암팟Raja Ampat 군도에 펼쳐진 1500여 개의 섬과 암초를 맞닥뜨려본다. 인도양과 태평양이 접하는 산호 삼각지대Coral Triangle 중심부에 봉긋 솟은 이 군도는 지구상에서 생물이 가장 다양한 해양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힌다. 만타가오리, 듀공, 제브라샤크zebra shark 등을 포함한 다채로운 희귀 어종이 목격되곤 한다. 라자암팟으로의 여정은 오로지 선박으로만 가능한데, 가는 길이 제법 험난하지만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참고로 몇몇 여행사에서 새해맞이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 애버크롬비 앤 켄트와 아쿠아 익스페디션스에서는 군도의 생태계에 뛰어들어볼 수 있는 2주간의 요트 투어를 선보인다. 여행자들은 동식물학자와 하이킹을 하며 조류를 관찰한 뒤 카약을 타고 비밀스럽게 펼쳐진 산호초 사이를 유영하다가 상어 옆으로 다이빙을 한다. 원주민 마을로 들어가는 일정도 인상적. 라스칼 보야지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인도네시아 전통 범선 피니시phinisi를 타고 떠나는 환경 투어를 도입했으며, 내셔널지오그래픽 익스페디션스는 라자암팟 구석구석을 탐방할 수 있게끔 20일간의 장기 크루즈 투어를 마련했다.
abercrombiekent.com, aquaexpeditions.com,
rascalvoyages.com, nationalgeographic.com/expeditions
루마니아 브라쇼브
지금 가야 할 이유: 드라큘라의 흔적
얼마 전 브라쇼브-김바브 국제공항Brașov-Ghimbav International Airport이 50년 만에 개항하면서 루마니아 여행이 보다 쉬워졌다. 1211년 튜턴 기사단이 건설한 중세 도시 브라쇼브Brasov로 떠나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를 생생하게 탐독해보는 건 어떨까. 14세기에 완공된 브란성Bran Castle이 드라큘라의 은신처를 창작하는 데 영감을 주었다는 명성에 걸맞게 몹시 스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12세기에 독일 공예가, 상인, 농부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시기쇼아라Sighişoara 성곽 마을 역시 가상 흡혈귀의 흔적이 곳곳에 깃들어 있다. 시기쇼아라가 바로 드라큘라 백작의 모티브이자 실존 인물인 블라드 3세가 태어난 마을이기 때문이다. 그가 살아 숨 쉬었던 15세기 왈라키아 공국의 형태를 간직한 마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2022년 야생화밭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1400km의 트란실바니카 길Via Transilvanica을 하이킹할 기회도 놓치지 말자.
brasovaeroport.ro, viatransilvanica.com,
romaniatourism.com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금 가야 할 이유: 영감을 주는 크렌쇼 대로
로스앤젤레스는 지금 금빛 여정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2028년에 하계 올림픽을 개최할 예정일뿐만 아니라, 도시의 문화적 장면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먼저 미국 내 가장 큰 규모의 아프리카계 작가 후원 프로그램인 데스티네이션 크렌쇼Destination Crenshaw가 크렌쇼 대로Crenshaw Boulevard의 2km 남짓한 구간을 커뮤니티 공간과 100점이 넘는 흑인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밀 계획이다. 조각, 설치미술, 벽화 등으로 채워진 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야외 갤러리가 되는 셈이다. 또 다른 프로젝트로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의 확장된 유리 외벽 공간, 데이비드 게펜 갤러리David Geffen Galleries이다. 임시로 조성한 공간은 2026년부터 갤러리의 1만219m² 면적을 상시 전시관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같은 해에 개관하는 루카스 내러티브 미술관Lucas Museum of Narrative Art은 영화 <스타워즈>의 제작자 조지 루카스가 소장한 미술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로버트 콜스콧Robert Colescott이 그린 유화 〈델라웨어를 횡단하는 조지 워싱턴 카버〉와 알렉스 레이먼드Alex Raymond가 1933년에 그린 최초의 만화 〈플래시 고든〉 등이 있다.
discoverlosangeles.com
튀니지
지금 가야 할 이유: 로마인의 삶과 키클롭스의 목욕탕
로마 제국의 곡창 지대였던 튀니지는 아직도 발굴 작업이 한창일 만큼 고고학적 유적이 산재한 나라다. 2024년만 해도 해저 고고학자들 한 무리가 해안선이 낮은 바다에서 무려 2000년 전 로마 무역선을 발굴했다. 뭍에 남아 있는 로마 제국의 흔적은 더욱 화려하다. 그 예로 수도 튀니스Tunis에서 서쪽으로 105km 떨어진 곳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두가Dougga가 자리한다. 두가는 로마 황제의 지배 아래 왕성했던 옛 도시의 면모를 두루 간직하고 있다. 잘 보존된 저택과 극장이 과거 문화를 향유했던 엘리트 로마인들의 삶을 짐작하게 한다. 미로처럼 이어진 길을 따라 돌기둥이 받치고 있는 포르티코가 인상적인 캐피톨Capitol과 새턴 신전Temple of Saturn 그리고 키클롭스의 목욕탕Baths of the Cyclops을 천천히 둘러보자. 10년 가까이 휴관이었다가 2023년 재개관한 바르도 박물관Bardo Museum에 이르면 키클롭스의 목욕탕에 끼워져 있던 모자이크를 관찰할 수 있다. 1228년부터 1574년 사이, 하프시드 왕조 시대에 지어진 옛 궁에 위치한 박물관은 존재 자체로 경이롭다. 부드러운 흰색 돌기둥과 섬세하게 조각된 목재 천장이 그 부근에 서 있는 헬레니즘 양식의 조각상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discovertunisia.com
그린란드
지금 가야 할 이유: 여러 갈래의 빙하 로드
북극권 한계선을 한참 벗어나 1년 내내 얼음에 둘러싸여 있는 그린란드는 마치 세상과 동떨어진 곳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수도 누크Nuuk에 국제공항이 신설되고 국내선 노선이 증가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으로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졌다. 그린란드를 방문하는 이들 대부분이 크루즈를 타고 온 여행자들이었다면, 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항공편을 이용해 육지에서 오는 여행자들이 늘어날 것이라 기대한다. 누크에 머물면서 일루리사트 아이스피오르Ilulissat Icefjord의 거대한 빙하를 감상하거나 쿨루수크Kulusuk에서 이누이트 부족의 문화를 체험하고 쿠자타Kujataa에 있는 양 농장 너머로 트레킹을 하면서 바이킹의 뿌리를 감각해보자.
visitgreenland.com
바베이도스
지금 가야 할 이유: 혼이 깃든 노예 기념비
2025년에 완공을 앞둔 바베이도스 문화유산 지구Barbados Heritage District가 대서양 운명 되찾기(ROAD)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카리브해 섬의 비극적인 과거와 직면하려 한다. 한때 바베이도스는 수백만 명의 아프리카 노예들이 미국 대륙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었고, 이 중 수천 명은 섬에 있는 사탕수수 농장에서 힘겹게 노역했다. 워싱턴D.C. 내 스미스소니언의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 및 문화 박물관을 설계한 가나계 영국인 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David Adjaye가 디자인한 바베이도스 문화유산 지구는 섬에서 발굴된 최대 규모의 노예 매장터인 뉴턴 플랜테이션Newton Plantation 위에 지어진다. 그리고 새로운 단지 안에 기념비, 박물관, 선박등기부와 혼인증명서 등 노예무역과 관련된 수백만 건의 문서가 저장된 바베이도스 국립공문서관의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는 연구소도 들어선다. 마치 혼이 깃든 듯한 기념비 중심에는 이 섬의 적토와 570개 목재로 만든 파빌리온이 세워질 예정인데, 570개 기둥은 노예 570명을 기리는 상징물이라고 한다.
barbados.org
브라질 세하도
지금 가야 할 이유: 방대한 버드 와칭
환경보호가들과 여행자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 못지않게 세하도Cerrado에는 다채로운 생물들이 흥미로운 공존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약 850종의 조류와 1만2000종의 식물(심지어 이 중 3분의 1은 세하도 외의 지역에서 결코 발견할 수 없다)이 1950년대에 활발해진 경작으로 인해 서서히 상실되어왔다. 세하도가 환경을 지키는 동시에 경제적으로 부흥할 수 있는 재생 관광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동참하고자 세하도 중심부에서 7채의 로지를 운영 중인 푸사다 트리준세우Pousada Trijunção는 환경보호단체인 온사파리Onçafari와 협력하여 갈기늑대maned wolf를 추적한다. 여행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형태의 재생 관광에는 마코앵무새macaw와 맨얼굴퀴라소bare-faced curassows 등의 조류 따라가기, 산호초에서 카약 타기, 심야 사파리 투어 그리고 가이드가 동행하는 사바나 늑대 찾기가 있다.
pousadatrijuncao.com.br
태국 방콕
지금 가야 할 이유: 해가 지고 난 뒤의 사원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가량 차로 이동하면 옛 시암 왕국의 제2 수도였던 아유타야Ayutthaya에 이른다. 17세기 무렵 이곳에 들어선 왓 차이왓타나람Wat Chaiwatthanaram은 2011년에 일어난 대홍수로 피해를 본 뒤 아직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여행자들은 해 질 무렵 사원 안을 고즈넉하게 걸어볼 수 있다. 왓 차이왓타나람 야간 투어가 처음 인기를 끌게 된 것은 현지에서 흥행한 드라마 〈붑페싼니왓Bupphesanniwat〉이 이 사원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이다. 2024년에는 야간 투어에 본격적으로 아유타야 선다운Ayutthaya Sundown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여행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2022년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아유타야 레스토랑들도 덩달아 손님이 늘었다고 전해진다.
tourismthailand.org
과테말라 안티과
지금 가야 할 이유: 용암이 흐르는 화산
환태평양 지진대에 자리 잡은 과테말라에는 30개가 넘는 화산이 존재하며 그중 3개가 현재진행형 활화산이다. 아이슬란드의 화산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폭발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 화산 관광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러한 수요에 딱 맞는 곳이 과테말라의 푸에고 화산Volcán de Fuego이다. 인근의 아카테낭고 화산Acatenango Volcano을 하이킹하면 푸에고 화산에 흐르는 용암과 내뿜어지는 연기를 아주 면밀히 관찰할 수 있다. 하이킹 트레일은 커피 농장과 운무림을 지나가며, 동이 틀 무렵에 맞춰 출발하는 당일 코스와 이틀에 걸쳐 오르는 장기 코스가 있다. 자갈이 밟히는 길과 운치 있는 광장이 들어선 안티과Antigua에서 실력 있는 가이드를 수소문해보자. 참고로 11월과 4월 사이의 건기가 트레킹에 가장 적합한 시기이다.
visitguatemala.gt
아일랜드 코크
지금 가야 할 이유: 21세기 르네상스
20년 이상 수천만 유로를 투입해 대대적인 재생 프로젝트를 거치고 있는 코크Cork가 여행자를 반긴다. 국립 문화 재단으로 지정된 크로퍼드 아트 갤러리Crawford Art Gallery에서는 1층 공간을 확장하는 동시에 2층 전시관을 증축하는 등 전면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지난한 과정을 거친 코크 이벤트 센터에서는 갖가지 콘서트와 축제, 전시회가 끊임없이 개최될 예정이다. 동쪽으로 16km 떨어진 14세기 베리스코트성Barryscourt Castle은 완성도 높은 복원 작업을 마무리하며 2025년에 성대하게 문을 연다. 또한 코크에서는 연중 내내 다양한 페스티벌이 열린다. 5월에는 코크 국제 코랄 축제Cork International Choral Festival, 8월에는 코크 포크 축제Cork on a Fork Festival, 9월에는 사운즈 프롬 어 세이프 하버Sounds from a Safe Harbour(코크 출신의 오스카 수상 배우 킬리안 머피Cillian Murphy가 공동으로 기획하며 격년으로 개최된다), 10월에는 코크 포크 축제Cork Folk Festival와 코크 국제 단편소설 축제Cork International Short Story Festival가 도시에 열기를 더해줄 것이다.
purecork.ie
스코틀랜드 아우터헤브리디스
지금 가야 할 이유: 켈트식 연극
아우터헤브리디스Outer Hebrides가 2025년에 방영되는 BBC 드라마 〈안 테이린An t-Eilean〉의 촬영지로 주목을 받을 예정이다. 1867년 해리스섬Isle of Harris에 지어진 아부인수웨이성Amhuinnsuidhe Castle에서 촬영된 드라마는 섬의 웅장한 지형과 켈트 부족의 문화유산에 몰두했다고 한다. 322km로 이어진 하이킹 및 사이클링 도로인 헤브리디언 웨이Hebridean Way를 따라 군도를 탐험하면서 이를 먼저 경험해봐도 좋다. 무려 10개의 섬을 지나면서 은빛으로 반짝이는 해변과 낡은 위스키 증류소, 푸르른 초원과 5000년 전 신석기 시대 기념물인 칼라네이 선돌Calanais Standing Stones을 감상할
수 있다. 종종 붉은사슴red deer이나 흰꼬리수리white-tailed eagle가 등장하며 섬의 야생성을 일깨우기도 한다. 퍼핀puffin, 큰부리바다오리razorbill, 세가락갈매기kittiwake 같은 바닷새를 관찰하고 싶다면 세인트 킬다St Kilda를 추천한다. 매년 7월에는 루이스섬Isle of Lewis에 위치한 스토노웨이Stornoway에서 게일 언어와 전통 음악을 즐기는 켈트 축제인 헤브켈트HebCelt가 개막한다.
visitouterhebrides.co.uk
미국 보이시
지금 가야 할 이유: 바스크 부족과 잔치
거친 산세와 구릉진 목장이 두드러지는 아이다호주는 전형적인 미국 서부에 유럽의 특색을 가미한 모양새다. 특히 주도인 보이시Boise는 양치기로 일하기 위해 19세기 무렵 유럽에서 아이다호로 이주한 바스크 부족의 후예인 바스크계 미국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도시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바스크 부족 잔치인 자이알디Jaialdi가 보이시에서 5년에 한 번씩 열리는데, 코로나19를 거쳐 10년 만에 재개된 잔치가 2025년 7월에 열린다. 약 3만5000명의 여행자들이 이번 잔치를 고대하며 보이시를 찾을 것으로 예측한다. 잔치의 중심지가 될 바스크 블록Basque Block에서 날마다 길거리 파티가 무르익고 바스크계 미국 밴드의 연주가 흥겹게 울려 퍼진다. 아이다호 센트럴 아레나Idaho Central Arena에서 주최하는 스포츠 나이트Sports Night도 놓쳐서는 안 된다. 대회의 참가자들이 장작 패기, 건초더미 던지기, 수레 들어올리기 등 전통적인 농장 일을 하며 힘을 겨룬다. 저녁 만찬으로는 안솟스Ansots 레스토랑의 수제 초리소와 크로켓이 알맞겠다. 2023년과 2024년에 제임스 비어드상 준결승에 오른 셰프 단 안소테기Dan Ansotegui가 모든 요리를 진두지휘한다.
jaialdi.com, visitboise.com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지금 가야 할 이유: 술탄과 국립박물관
페르시아만 끝에 위치한 아부다비의 사디얏 문화 지구Saadiyat Cultural District가 2025년에 완공되면 세계의 지식을 공유하는 장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미 루브르 아부다비Louvre Abu Dhabi가 선점한 부지 주변으로 또 다른 박물관들이 들어설 참이며 자예드 국립박물관Zayed National Museum이 그 중심에 선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초대 대통령인 셰이크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히안Sheikh Zayed bin Sultan Al Nahyan의 이름을 딴 이 박물관은 UAE의 역사와 문화를 중점적으로 파고든다. UAE의 상징인 매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유리 아트리움에도 이러한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편, 오랜 기간 준비를 마친 구겐하임 아부다비Guggenheim Abu Dhabi는 전 세계에 있는 네 개의 구겐하임 박물관 중에서 단연코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며, 예술성을 넘어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연구소와 교육실과 보존실을 겸비한다. 저명한 캐나다 출신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를 도맡아 아부다비의 전통적인 바람 탑을 표현한 고깔 모양의 조형물들이 박물관을 에워싸는 디자인으로 박수를 받았다.
visitabudhabi.ae
캐나다 하이다과이
지금 가야 할 이유: 야생으로 가는 관문
캐나다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하이다과이Haida Gwaii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해안을 따라 점선을 이루는 15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섬들은 선주민인 하이다 부족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으로 그 후손들이 지금도 정성껏 땅을 일궈나가고 있다. 입도 시 모든 여행자는 하이다 부족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겠다는 하이다과이 서약에 반드시 서명해야 한다. 오션 하우스Ocean House는 하이다과이의 야생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 중 하나이다. 2018년 물 위에 처음 문을 열었으나 2024년 말 지속 가능한 지대로 터를 옮겼다. 현재 그램섬Graham Island 북쪽 끝 3만2000m² 규모의 청정 지역에 자리 잡은 오션 하우스는 작은 만을 바라보고 있으며 다양한 환경 투어와 하이다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가까이에 위치한 나이쿤 도립공원Naikoon Provincial Park 역시 활기찬 탐험지로 제격이다. 고래 관찰 투어를 예약하면 하이다과이 바다에 서식 중인 20여 종의 해양 포유동물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 혹은 하이다 부족의 전통을 수호하는 드높은 토템폴들이 서 있는 올드 마셋Old Massett 마을에서 하이다 부족 출신 작가와 목공 장인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haidatourism.ca
일본 가나자와
지금 가야 할 이유: 사무라이와 금박
교토를 함축하는 사진 명소이자 게이샤 지구에 해당하는 기온Gion이 작년 한 해 지나친 관심으로 몸살을 앓다가 결국 여행자들의 출입을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전통적인 일본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시가 한 군데 더 있으니 바로 가나자와Kanazawa다. 교토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이 성곽 도시에는 목재로 지어진 아늑한 찻집,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언급되는 겐로쿠엔Kenroku-en, 17세기에 사무라이들이 거주했던 마을이 들어서 있다. 무엇보다 가나자와는 일본 내 최대의 금박 생산지로 약 400년 동안 수많은 장인이 최고급 금박을 만들어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금박 생산술을
눈앞에서 목도해보자.
visitkanazawa.jp
말레이시아 이스턴 앤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지금 가야 할 이유: 벨몬드사의 럭셔리 열차
코로나19 탓에 4년간 중단됐던 벨몬드사의 이스턴 앤 오리엔탈 익스프레스Eastern & Oriental Express가 호화로운 재단장을 마치고 승객들을 맞이한다. 말레이시아산 실크로 장식하고 체리우드로 마감한 15량의 열차 안에는 고풍스러운 피아노 바와 지붕이 개방된 좌석이 들어섰다. 3박 일정의 와일드 말레이시아Wild Malaysia는 열차의 재운행을 기념하기 위해 구상된 두 개의 코스 가운데 하나로, 승객들은 페낭섬Penang Island에 거주하는 작가와 장인을 만나거나 타만 네가라 국립공원Taman Negara National Park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말레이호랑이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
belmond.com, malaysia.travel
멕시코 과달라하라
지금 가야 할 이유: 마리아치의 소리
2023년, 제11회 게이 게임을 공동으로 개최하면서 과달라하라가 전 세계에 지명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여행자들은 북적이는 멕시코시티 대신 여유 넘치는 할리스코Jalisco의 주도를 새로운 목적지로 설정하기 시작했다. 물론 전형적인 멕시코 음악인 마리아치mariachi에 이끌려 과달라하라를 찾는 이들도 많다. 전통 의상을 입고 현악기와 트럼펫을 연주하는 마리아치 밴드는 19세기 무렵 할리스코에서 탄생한 것으로 전해지며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기도 하다. 관습적으로 연주자들은 귀로 들은 음악을 되새기며 연주하는 법을 익히고 고향, 동족, 종교에 관한 노래를 부른다. 매년 8월과 9월에 2주에 걸친 국제 마리아치 앤 차레리아 축제International Mariachi and Charreria Festival가 요란하게 막을 올린다. 이 기간에 마리아치 밴드 500여 팀이 데골라도 극장Teatro Degollado과 광장에서 갈고닦은 솜씨를 발휘한다.
mariachi-jalisco.com.mx
이탈리아 세노비틱 모나스터리
지금 가야 할 이유: 방랑자를 위한 수도원
2025년, 약 3500만 명의 순례자들이 25년마다 돌아오는 가톨릭 축제인 희년을 기념하기 위해 로마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한다. 군중을 피해 영적인 체험을 누려보고 싶다면 수도원 스테이를 고려해보자. 이탈리아반도 전역에 175개 이상의 세노비틱 모나스터리Cenobitic Monasteries가 퍼져 있는데 이 수도원들은 은둔보다 공동체 생활을 강조하는 안식처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종교와 무관하게 지친 방랑자들에게 기꺼이 침대를 내어주었다. 세노비틱 모나스터리의 방은 소박하지만 이곳에서의 경험은 풍성하다. 성가를 들으며 미사에 참석하거나 너도밤나무와 오크나무가 무성한 숲에서 명상을 해도 좋다. 단테의 〈신곡〉에 등장한 피렌체에서 동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자리한 몬테 올리베토 마지오레 수도원Abbey of Monte Oliveto Maggiore도 숙박이 가능하다. 절벽 위의 라베르나La Verna 성지 또는 시에나Siena 화랑에 그려진 35점의 벽화를 비롯해 수도승들이 직접 빚은 와인이 우아한 시간을 선사한다.
italia.it, laverna.it, monteolivetomaggiore.it
스웨덴 스톡홀름 아키펠라고
지금 가야 할 이유: 바닷새 트레일
스톡홀름 군도에 속한 약 3만 개의 섬에는 목재 가옥들이 모인 아기자기한 마을이 형성되어 있거나 바닷새들만이 잠잠히 날아다닌다. 새롭게 조성된 270km 길이의 스톡홀름 군도 트레일Stockholm Archipelago Trail을 따라 21개의 섬을 가로지르는 하이킹을 즐겨본다. 때때로 모습을 드러내는 아늑한 여관이 반갑기 그지없다. 하이킹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로 햇살이 따뜻하여 호젓한 평화가 군도에 내려앉는다.
visitsweden.com
세네갈
지금 가야 할 이유: 서아프리카 요리 섭렵
런던에서 아프리카 요리를 모던하게 풀어내는 치슈루Chishuru 같은 레스토랑이 업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지금 서아프리카 요리에 대한 관심이 드높게 치솟고 있다. 쌀, 생선, 채소로 만든 체부젠ceebu jën과 오크라를 넣고 끓인 스튜인 수푸 칸자soupou kanja를 맛보고자 본토인 세네갈로 향한다. 수도 다카르Dakar에 도착하면 요식업에 종사하는 여러 현지인들을 만나보자. 렐리시 아프리카는 쿠킹 클래스와 더불어 식재료 수확 체험, 길거리 음식 투어 등을 제공한다.
relishafrica.com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
지금 가야 할 이유: 사파리 빅 파이브
크루거 국립공원Kruger National Park에 이어 콰줄루나탈KwaZulu-Natal이 사파리 투어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한다. 콰줄루나탈 중심부의 화이트 움폴로지 계곡White Umfolozi River Valley 상류에 위치한 무려 202km² 면적의 바바낭고 동물보호구역Babanango Game Reserve은 남아프리카에서 수십 년 만에 진행되는 야심 찬 리와일딩 프로젝트의 거점으로 사자, 오리비oribi, 바위타기영양klipspringer, 검은코뿔소black rhino 등 멸종위기에 처하거나 매우 희귀한 동물들이 차례로 돌아오게끔 고군분투하고 있다. 2023년에 코끼리가 성공적으로 귀환하면서 ‘빅 파이브Big Five’가 완성되었다. 여행자들은 야생동물 관찰 드라이브와 워킹 사파리에 참여할 수 있으며 헬리콥터 순찰에 동행하거나 검은코뿔소와 치타를 추적하는 카메라를 설치하면서 야생동물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콰줄루나탈주 동북쪽에 있는 앤비욘드 핀다 프라이빗 동물보호구역andBeyond Phinda Private Game Reserve을 찾는 여행자들 또한 공원 관리원의 감독하에 코뿔소 보호 프로그램에 협력한다. 덧붙여 최근 보호 구역 안에 자리한 여섯 채의 로지 중 하나인 핀다 포레스트 로지가 재단장을 마쳤다. 보다 고급스러운 로지를 원한다면 남비티 프라이빗 동물보호구역Nambiti Private Game Reserve의 더 홈스테드The Homestead와 살라 비치 하우스Sala Beach House를 추천한다.
zulu.org.za
미국 오칼라 내셔널 포레스트
지금 가야 할 이유: 오아시스와 스노클링
플로리다 중부의 테마 공원과 해변 리조트 사이에 녹음의 오아시스가 깔려 있다. 미국 최남단의 국유림인 1566km² 규모의 오칼라 국유림Ocala National Forest은 철새와 희귀 식물 그리고 플로리다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의 흑곰과 스크럽제이scrub jay 어치가 서식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물이야말로 이곳의 하이라이트다. 국유림에는 보트를 타거나 수영을 하거나 스탠드업 패들보드를 젓기 좋은 호수와 천연 온천이 즐비하다. 카누에 몸을 싣고 고요한 솔트 스프링스Salt Springs를 가로지르거나 스노클링을 하면서 실버 글렌 스프링스Silver Glen Springs의 모랫바닥에서 일렁거리는 무지개를 더듬어보자. 스쿠버다이버들은 투명한 물이 사시사철 22°C를 유지하는 알렉산더 스프링스Alexander Springs에 열광한다. 온도에 민감하다는 해우manatee(바다소의 일종)가 코앞에서 춤을 추기 때문. 국립수목재단National Forest Foundation은 최근 트레킹 루트를 재정비하고 낚시 부두를 추가하고 외래 침입종을 제거하며 왕솔나무longleaf pine 묘목을 심는 등 생태계 보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ocalamarion.com
호주 머리 리버
지금 가야 할 이유: 최초의 땅과 강
아마존강과 나일강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머리강Murray River의 흐름을 타고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와 빅토리아Victoria 그리고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South Australia를 횡단해본다. 3만 년 전에 원주민이 이 강변을 터전으로 삼았고 19세기에는 증기선이 강을 오가며 물자와 곡물 등을 날랐다. 지금도 사람들은 강과 호흡하지만 이제는 호주의 탁 트인 지형과 유유자적한 전통 마을을 만끽하기 위해 배를 타는 여행자들이 주를 이룬다. 머리 리버 패들스티머Murray River Paddlesteamers에서 건조한 피에스 오스트레일리안 스타PS Australian Star호가 2025년 6월 첫 항해에 나서면 빅토리아주의 에추카Echuca에서 출항하여 며칠간 강을 차분히 유영하는 안락한 여행이 가능해질 테다. 강변 바비큐와 와인 테이스팅, 야생동물 관찰 등도 코스의 일환으로 준비되어 있다. 뉴사우스웨일스의 모아마Moama 마을에 꾸려진 유칼립투스와 버드나무가 무성한 페리쿠타 스테이션Perricoota Station 정착촌도 훌륭한 정거장이 되어준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를 지나는 강은 호주의 유명한 와인 생산지인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를 윤택하게 하고 호주 최초의 밤하늘 보호 구역인 머리강 국제 밤하늘 보호 구역River Murray International Dark Sky Reserve을 굽이굽이 지나간다. 빅 벤드 바이 나이트Big Bend by Night 또는 저글 하우스 익스피리언스Juggle House Experiences를 통해 보호구역 안에서 별을 세어봐도 좋겠다. 묵직한 호주산 레드와인인 바로사 시라즈 한 잔이 밤 풍경에 낭만을 더해줄 것이다.
murrayriverpaddlesteamers.com.au,
bigbend.com.au, rivermurraydarkskytours.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