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중부의 크랄로바홀라 산봉우리 아래로 호레흐로니에 지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4개의 국립공원이 각기 다른 매력을 뿜어내고 산과 초원, 계곡에 이르는 생태 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으로 유명해 등산객과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역동적인 스키어들이 꾸준히 모여든다. 열정 가득한 이곳 주민들은 그들만의 민속 문화와 산업 유산을 보존하고자 애쓴다.
유물의 재발견
호레흐로니에Horehronie 계곡에는 한때 목재를 운반하는 데 사용되었던 철도를 비롯해 이 지역의 역사를 대변하는 과거 산업 유산들이 산재한다. 유물로는 커피와 케이크를 제공하는 데포 카페Depo Café로 개조된 텔가르트Telgárt 마을의 객차도 눈에 띈다. 서쪽으로 약 56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치에르니 흐론Čierny Hron의 협궤 철도가 슬로바키아 어린이들의 필수 수학여행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을 통과하는 열차들은 18세기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리품을 나눠준 민중 영웅이자 도적인
야쿠프 수로베츠Jakub Surovec의 활약 덕분에 공포에 떨어야 했다. 철도는 여전히 운행 중이며, 마로시 스므레찬Maroš Smrečan 같은 음악가들이 아코디언을 연주하여 승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안 과거 야쿠프 수로베츠의 도적질을 재현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옛 벌목 길을 따라
로우 타트라스 국립공원Low Tatras National Park은 278km²에 달하는 면적으로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립공원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공원 내 울창하게 우거진 숲에는 늑대와 스라소니가 번성하고 있으며, 국립공원은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구간이 생태학자와 국립공원 관리자들만 접근할 수 있도록 출입을 제한한다. 더 넓은 공원 부지에서 사람들은 즐겁게 하이킹도 하고 자전거를 타다가 중간중간 동화에 등장할 것만 같은 화려한 독버섯, 예를 들어 광대버섯 등을 발견하고는 가던 길을 멈춰 한참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슬로바키아는 유럽에서 길 안내 표시가 가장 잘 되어 있는 등산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데, 호레흐로니에에서는 이러한 등산로 중 일부가 옛 벌목 길을 따라 이어진다. 이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여행자들은 안드레이초바Andrejcová 같은 오두막집과 벌목꾼들의 막사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는 고단하고 길었던 하루의 여정을 마친 후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반가운 휴식처가 되어줄 것이다.
야생 크랜베리의 유혹
호레흐로니에 동부에는 ‘네 개 강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크랄로바홀라Kráľova hoľa 산이 우뚝 솟아 있다. 네 개의 강은 이 산의 남쪽 비탈에서 발원하며 노래, 시, 민담에 자주 등장하는 국가 기념물이 되었다. 이 산은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긴 능선에 속해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말미에 나치에 맞서 싸운 게릴라들의 피난처로 사용되었다. 오늘날 크랄로바홀라산을 등반하고 슬로바키아 국민 봉기 영웅 트레일Trail of the Slovak National Uprising Heroes을 걷는 것은 현지인들에게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이 도보 여행길 위에서 경이로운 풍광을 목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늦여름에는 곰보다 먼저 도착하기만 한다면 야생 크랜베리를 따 먹을 수도 있다.
민속 문화 보존
호레흐로니에는 목재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과거 18~19세기에는 슬로바키아 철 생산의 본거지로도 유명했다. 지금은 지역 역사가들과 건축가들이 한때 용광로로 사용된 즐라트노Zlatno의 이 분홍색 건물 같은 지역 내 관련 유적지를 보존하기 위해 약 19km 길이의 ‘철의 길Iron Route’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이 지역의 마을들은 산업화 이전의 양몰이와 양치기의 역사에서 유래한 다양한 민속 문화로도 유명하며, 이러한 오랜 전통은 민속박물관의 사진 전시와 폴롬카Polomka 마을 공방의 공예가들이 진행하는 도예 수업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