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멕시코에는 놀랍도록 다양한 국립공원, 보호구역, 그리고 기념물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주에서는 하루 동안 모든 계절을 경험할 수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남부 지역은 기온이 30℃까지 오르지만, 산악 지역에서는 영하 15℃까지 떨어지는 정반대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땅을 보존하기 위해 레인저들은 매 순간 자연의 변화에 주목한다.
로렌 레이와 멜라니 포르티요
뉴멕시코 북중부에는 약 360㎢ 규모의 바예스 칼데라 국립보호구역Valles Caldera National Preserve이 자리한다. 120만여 년 전 거대한 화산 폭발로 형성된 이곳은 현재 활동이 멈춘 상태이지만, 여전히 뜨거운 온천과 펄펄 끓는 황산을 분출하는 분기공(지표면의 틈) 등 화산 활동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해발 약 2530m에서 3050m 사이에 위치한 이 보호구역은 뉴멕시코에서는 드물게 매우 추운 기후를 보인다.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은 하이킹을 즐기며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하지만,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은 이 지역에서 수 세기 동안 지속된 자원 남용의 영향을 되돌리기 위해 침식 방지 및 초원·산림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레인저 로렌 레이Lauren Ray와 멜라니에 포르티요Melanie Portillo 같은 사람들이 방문객들에게 보호구역을 알리고 교육하는 역할을 한다. 그들은 자연이 서서히 본래 모습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매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데이비드 만자나레스
뉴멕시코 남부에 위치한 고스트 랜치Ghost Ranch에서 가장 특별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현장 책임자인 데이비드 만자나레스David Manzanares는 즉각적이고 간명하게 말한다. “역사죠!”
이 땅에는 수많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약 1억 30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북아메리카 최초의 공룡들이 이곳을 거닐었고, 이후 이 지역의 최초 거주자인 팔레오 인디언Paleoindians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유명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가 영감을 얻고자 이곳에 머물렀으며, 최근에는 영화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여러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며 수개월 동안 수백 명의 배우와 제작진이 머무르기도 했다. 현재 고스트 랜치는 교육 및 명상 센터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곳을 찾는 이들은 땅속에서 화석을 발견하고, 하이킹과 승마를 즐기며 약 85㎢ 규모의 자연경관을 만끽한다. 특히 오렌지빛 절벽으로 이루어진 피에드라 룸브레Piedra Lumbre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마리 G. 오언스
수백만 년에 걸친 지질 활동으로 형성된 화이트샌즈 국립공원White Sands National Park은 특히 맑고 푸른 하늘 아래에서 더욱 초현실적이고 장엄한 광경을 드러낸다. 이곳은 약 712km2에 걸쳐 펼쳐진 사막으로, 주변 산안드레스산맥San Andres Mountains에서 흘러내린 석고 미네랄이 쌓여 형성된 거대한 모래언덕이다. 그중 일부 언덕은 높이가 18m에 달하기도 한다.
레인저 마리 G. 오언스Marie G. Owens는 올해 화이트샌즈에서 8번째 계절을 보내는 중이다. 또한 나머지 시간에는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녀를 매년 이곳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힘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풍광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경이로운 장소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마리는 선셋 스트롤Sunset Strolls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방문객들을 이끌고 사막을 거닐며 지질학과 자연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를 들어 이 지역에서 자생하는 솝트리 유카soaptree yucca 식물에 대해 설명하며, 해가 질 녘 하늘이 오렌지빛과 보랏빛으로 물드는 시간을 함께 감상한다.
스탠 앨리슨
뉴멕시코 북부에 위치한 비스티/드나진 황무지Bisti/De-Na-Zin Wilderness는 약 182km2에 걸쳐 펼쳐진 이색적인 지형으로, 마치 화성을 연상시키는 풍경으로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이곳은 수백만 년에 걸쳐 풍화된 암석과 광물 덩어리인 콘크리션concretions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배드랜드Badlands 특유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지역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오랜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기괴하고 환상적인 형태의 바위를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깨진 달걀cracked egg’이라 불리는 지형은 이름 그대로 독특하게 금이 간 달걀 모양을 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지정된 주차장에서 단 30분만 걸어 들어가도 진정한 모험과 고립감을 경험할 수 있다. 2017년부터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레인저이자 현장 책임자인 스탠 앨리슨Stan Allison은 비스티의 원형 그대로를 보호하는 것에 마음을 다한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장소가 존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오직 바람 소리와 간간이 새소리만 들려오는, 진정한 고요함이 있는 곳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