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한 색채로 끝없이 매료하는 인도는 풍부한 문화, 환상적인 맛의 풍미 그리고 깊게 물드는 붉은 석양으로 오랜 세월 여행자들을 유혹해왔다. 영국 식민지 시대의 궁전을 나 홀로 걷는 프라이빗 투어와 최첨단 웰니스 휴양 시설, 여기에 배를 타고 우아하게 케랄라의 바다를 항해하는 경험까지, 인도를 가장 고급스럽게 여행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라자스탄에서의 7일
라자스탄Rajasthan 주를 여행하며 옛 인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그곳에선 분홍빛 궁전과 북적이는 시장, 짙은 붉은색 석양과 수백 년의 전통이 농축된 음식이 기다리고 있다.
글. 샬럿 위그램-에반스CHARLOTTE WIGRAM-EVANS

1-2일
자이푸르
적갈색 흙벽을 따라 깊숙이 자리 잡은 시장 상점들이 줄지어 선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자이푸르의 올드타운은 인도의 낭만이 집약된 곳이다. 여전히 왕족이 머무르고 있는 시티 팰리스City Palace에 들어서면 다채로운 마당과 고미술품 그리고 형형색색의 무늬가 그려진 벽 등이 보는 이들의 영혼을 사로잡을 듯 아름답다. 프라이빗 투어를 신청한 여행자에 한해 평소 방문객에게 제한된 구역을 공개한다. 무려 953개 계단이 있는 바람의 궁전Palace of the Winds엔 꼭 들러볼 것. 자이푸르는 인도
섬유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해서 여행자들은 원단 제작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장인들을 만나고, 블록 프린트block print 기법을 배우고, 도시 가장자리 들판에 물결처럼 널어 둔 형형색색으로 염색된 원단 사이를 거닐어본다. 1592년에 지어진 자이푸르의 고대 수도였던 앰버 팰리스Amber Palace를 가이드와 함께 걷는 투어를 통해 자이푸르에서 여정을 완벽하게 완성해보자.
EAT: 고대 전통 티하우스인 하벨리haveli 안에 자리한 부티크 호텔 더 조리The Johri에서 송로버섯을 올린 감자 부침개 알루 티키aloo tikki와 칠리 치즈 난을 주문하거나, 훌륭한 유럽식 요리로 정평이 난 바 팔라디오Bar Palladio로 가자. 짙은 푸른색 인테리어의 화려한 레스토랑은 넓은 정원과 방대한 칵테일 메뉴를 자랑한다.
STAY: 자이푸르를 다스렸던 마하라자의 옛 궁전이었던 람바그 팰리스Rambagh Palace만큼 호화로운 호텔도 드물 것이다. 33개 객실에서 내려다본 전망은 곳곳에 분수와 자유롭게 거니는 공작새가 있는 드넓은 정원으로 향한다. 호텔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수바르나 마할Suvarna Mahal은 금박을 입힌 거울, 도금한 식기류, 크리스털 샹들리에 등 왕의 만찬에 걸맞은 장소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요리한 인도 정통 요리를 선보인다.

3-4일
우다이푸르
자이푸르에서 짧은 비행 후 도착한 목적지는 핑크 시티Pink City의 차분한 사촌 정도 되는 우다이푸르Udaipur다. 피촐라 호수Lake Pichola가 옆에 있고 보랏빛 능선이 인상적인 아라발리산맥Aravalli Hills으로 둘러싸여 있다. 해 질 무렵 프라이빗 보트 투어에 나서 호수가 온통 붉게 물드는 광경을 감상하다가 1620년 호수 중간에 있는 섬에 건립된 자그만디르Jagmandir
궁전을 둘러보자. 입구 양옆에 세워진 거대한 코끼리상을 통과해 깔끔하게 손질된 정원 곳곳에 있는 대리석 파빌리온을 찾아본다. 배를 타고 천천히 호수를 한 바퀴 돌면서 하얀색으로 칠한 가옥들로 이뤄진 아기자기한 거리와 오후 수영을 즐기는 아이들, 그리고 아름답게 복원된 하발리 옆 호수로 이어진 강가우르 가트Gangaur Ghat의 계단을 지나자. 우다이푸르는 초소형 그림으로도 유명한데, 전문가와 함께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장인들을 만나 이 정교한 예술품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도 좋겠다.
EAT: 호수를 내려다보는 라지 바그Raaj Bagh의 정원에서 점심식사를 즐긴다. 천막 아래 앉아 도시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파니르 커리를 맛볼 수 있다. 저녁에는 석양 명소인 유서 깊은 자갓 니와스Jagat Niwas 호텔로 향하자. 물 위로 튀어나온 석조 창문 자로카jharokhas 안에 예술적으로 배치된 테이블, 화려한 프레스코화가 그려진 천장이 인상적인 이곳에서는 달dal부터 탄두리 치킨까지 다양한 라자스탄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STAY: 우다이푸르의 타지 레이크 팰리스Taj Lake Palace는 호수 위 개인 섬에 지어진 하얀 대리석 걸작이다. 수작업으로 그린 문양과 실크 쿠션, 그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으로 장식된 모든 객실에서 시티 팰리스 전망이 보인다. 밤이 되면 조명이 밝혀져 옛 궁전을 황금색으로 감싼다. 루프톱에 있는 바이로Bhairo를 포함한 호텔 내 레스토랑은 투숙객만 이용 가능하다.

5일
날라이
라자스탄 시골에는 번잡스러운 도시와 화려한 명소들과 대비되는 즐거움이 존재한다. 인도의 만리장성으로 알려진 언덕 위의 압도적인 쿰발가르Kumbhalgarh 요새와 라낙푸르 자인 사원Ranakpur Jain Temple을 지나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날라이Narlai도 환상적이다. 웅장한 방과 정교하게 조각한 1500여 개의 기둥이 있는 사원을 방문한 이들은 이곳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아름답다고 말한다. 날라이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다홍색 두건을 쓴 마을 노인들과 염소 떼를 모는 농부들, 그리고 뜨거운 찻주전자를 들고 가는 차이왈라chai wallah를 볼 수 있다. 아직 체력이 남았다면 코끼리 바위 꼭대기까지 올라 탁 트인 시골 풍경을 눈에 담자.
EAT: 고대 계단식 우물이 있는 시골 깊숙한 곳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저택인 라울라 날라이Rawla Narlai. 600개가 넘는 촛불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황금빛 물결을 이루는 이곳에서는 마법 같은 저녁식사가 펼쳐진다. 손님들은 마을 성자가 연주하는 곡을 감상하며 현지 식재료로 만든 다섯 가지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STAY: 라울라 날라이에서 투숙하는 것도 가능하다. 32개 객실은 여러 개의 아름다운 마당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으며 투숙객들은 별이 빛나는 마당에 앉아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그늘진 정원에 둘러싸인 거대한 야외 풀장은 높은 성벽 사이에 자리해 뜨거운 인도 태양을 피할 수 있는 휴식처가 된다.
6-7일
조드푸르
높은 곳에서 조드푸르를 내려다보면 푸른색 가옥이 마치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라자스탄에서 두 번째로 큰 이 도시는 우다이푸르에서 차를 타고 세 시간이면 도착한다. 사르다르 시장Sardar Market에서 이번 여행을 시작하자. 산처럼 쌓여 있는 향신료, 오색찬란한 사리sari, 그리고 끊임없이 울려대는 차 경적 소리에 감각이 과부화될 수 있다. 도시를 내려다보는 인도에서 가장 큰 요새 중 하나인 메란가르 요새Mahrangarh Fort는 경이로운 건축물이다. 프라이빗 투어에는 큐레이터와의 만남이 포함되어 있으며, 전시된 수백 개 유물에 대한 역사를 듣고 나면 박물관 마당에 샴페인 한 잔이 기다리고 있다. 조금 색다른 경험을 원하면 도시 외곽에 있는 마로 켓Mharo Khet 농장 방문을 추천한다. 유쾌한 농장주와 흥미진진한 탐방을 하고 난 뒤 80여 개 농작물로 만든 식사가 펼쳐진다.
EAT: 훌륭한 레스토랑이 자리한 유서 깊은 호텔인 카스 바그Khaas Bagh에서 속을 채운 피망과 오크라 요리를 맛본다. 호텔에 있는 동안 갤러리에 전시된 방대한 그림 컬렉션을 감상해도 좋다. 요새와 우마이드 바완 궁전Umaid Bhawan Palace이 보이는 분위기 있는 루프톱 레스토랑 인디크Indique에서 식사하는 방법도 있다. 수석 셰프 비샬Vishal의 매콤한 양고기 코프타로 유명하다.
STAY: 붉은색 사암으로 만든 라스 조드푸르 호텔Raas Jodhpur Hotel은 옛 도성 안에 자리한 18세기 하벨리를 개조한 숙소이다. 조드푸르에서 가장 세련된 호텔로 전통 건축물을 현대적으로 탈바꿈했다. 호텔 맞은편에 아름답게 재생된 계단식 우물인 투르지 카 잘라Toorji Ka Jhalra와 젬 팰리스Gem Palace, 포레스트 에센셜Forest Essentials, 니코바Nicobar, 굿어스Good Earth 등 여러 부티크 상점이 있다.

EYEWITNESS
어둠 속에서 찾는 호랑이
자기르 매너가 중심부에 자리한 비교적 덜 알려진 테라이 생태계에는 비밀스러운 벵갈 호랑이가 산다.
글. 마크 스트라톤MARK STRATTON

내 개인 집사 파베즈Parvez가 커피와 시나몬번을 가지고 왔을 때 밖은 아직 어두컴컴했다. 나는 마지못해 화려한 포스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야생동물 가이드 아미트 반그레Amith Bangre가 자기르 매너Jaagir Manor 복도에서 나를 기다렸다가 함께 졸린 눈을 비비며 지붕 없는 차량에 오른다. 우리는 호랑이를 찾으러 더드와 국립공원Dudhwa National Park으로 향한다. 인도와 네팔 사이의 국경선을 따라 1127km 이어진 테라이Terai 생태계의 일부인 우타르 프라다시Uttar Pradash에 속한 우거진 숲과 초원이 있는 곳이다. 로어 히말라야Lower Himalaya의 차가운 공기와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나는 모직 판초 속으로 몸을 깊숙하게 파묻는다. 농지와 사탕수수밭의 윤곽이 새벽에 흐리게 보인다.
“호랑이를 찾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요.” 아미트가 말한다. 살라나무 숲 사이로 부드러운 햇살이 관통하면서 주변에 빛 웅덩이가 생기고 있다. “먼저 호랑이는 모래 지형을 따라 숲속을 움직이기 때문에 발자국을 찾아야 해요. 그런 다음 랑구르 원숭이 같은 동물들의 경고성 울음소리를 유심히 들어보는 겁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아침 이슬에 둘러싸인 선명한 발자국을 보자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한다. “가까운 곳에 있어요.” 아미트가 속삭인다. 우리는 조금 기다려보지만 테라이의 호랑이는 변덕스럽다.
깊게 할퀸 흔적이 있는 나무를 살펴보면서 나는 주변에 호랑이가 있는지 두리번거린다. “커다란 수컷이에요.” 아미트가 예측한다.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다른 호랑이들에게 자신의 영역을 알리는 거죠.” 수컷이든 아니든 고양잇과 동물답게 아마 수풀 사이에서 낮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그늘을 휘저어보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숲이 생명으로 꿈틀댄다. 두꺼운 털을 가진 랑구르 원숭이는 호랑이의 위협이 없어도 요란하게 울부짖고, 독수리가 하늘 위를 맴돌며, 눈에 보이지 않는 곤충들이 숲 바닥을 덮은 낙엽 밑으로 재빠르게 움직인다. 다른 사파리 차량이 보이지 않는 것이 유독 특별하다. 거의 하루 종일 한 대도 못 봤다. “랜섬보어 국립공원Ranthambore National Park에 가면 호랑이 주변으로 차가 20대나 있을 거예요.” (아미트)
자기르로 돌아와 다음 호랑이 포착 전략을 세운다. 내가 왕족처럼 지내고 있는 하얀 저택은 영국 총독들이 정글 별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1940년대에 지은 아르데코풍 건축물이다. 코린트식 기둥이 줄지어 선 진입로 끝에 아늑한 호화로움과 억만장자 괴짜 고모의 현란함이 있다.
내가 머무르는 객실은 헤리티지 스위트 7개 중 하나로, 빅토리아 시대 분위기와 축음기가 놓인 저택 건립 당시의 원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당구대와 바가 있는 식민지 시대풍으로 꾸민 사파리 클럽 라운지로 향한 나는 벽난로 앞에서 하이볼 한 잔을 홀짝이다 파빌리온 식당으로 들어간다. 수석 셰프의 탈리thali는 양이 넘치도록 푸짐한데, 빵 가장자리를 잘라내고 만든 오이 샌드위치가 포함된 애프터눈 티를 이날 오후 맛있게 해치워 탄수화물을 과식한 것이 후회된다.
호랑이 탐험을 계속할수록 다른 멸종위기 동물 발견도 누적된다. 더드와 국립공원은 광활한 늪과 강으로 이뤄진 완벽한 습지대다. 문자크 사슴 한 마리가 우리 앞으로 겅중겅중 지나가고, 느림보 곰이 덤불에서 덤불로 귀엽게 느릿느릿 움직인다. 나무 위에 있는 랑구르 원숭이들이 요란하게 우는데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거짓 경고 울음 같다. 원숭이들의 아무런 소득 없는 울음소리를 듣던 나는 알루고비aloo gobi로 속을 채운 파라타스parathas 도시락을 꺼내 랜드로버 후드 위에 깐 하얀 냅킨을 식탁 삼아 답답한 마음을 푼다. 강가에서 희귀 강돌고래와 가리알gharial이라고 불리는 좁은 코를 가진 악어를 구경하며 오후를 보낸다.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이제 가리알이 250여 마리밖에 안 남았어요.” 아미트가 슬픈 목소리로 말한다.
국립공원에서의 마지막 날, 성가신 랑구르 원숭이들이 다시 요란하게 울어댄다. 모험을 하기로 한 아미트는 무슨 소동인지 알아보자고 재촉한다. 우리는 교차로에 차를 세우고 내린다. 불안하고 흥분된 기운이 감도는 숲의 울창한 나무 사이로 동물 우는 소리가 울린다. “저기 보세요.” 아미트가 거칠게 속삭이며 말한다. “저기 암컷이 있어요.” 의연하고 두려움이 전혀 없는 우아한 암컷 호랑이가 나무 틈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털은 뜨거운 불씨처럼 밝은 주황색이고 발걸음에 전혀 흐트러짐 없이 차량 옆을 지나간다. 우리는 경이로움에 숨죽이며 호랑이가 꼬리를 한 번 휙 움직이고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랑구르 원숭이들은 조용해지지만 나는 자기르로 돌아가는 내내 짜릿한 흥분을 느끼며 소리를 질렀다.
여행 방법: 애버크롬비 앤 켄트에서 7박 여정의 여행 상품이 1인당 약 596만원부터이다. 성인 두 명이 자기르 매너의 주니어스위트 객실을 함께 사용하는 조건이며, 조식과 델리에서 러크나우공항까지 이동하는 국내선 항공편 및 현지 교통편이 포함된다. abercrombiekent.co.uk, seleqtionshotels.com

WILDLIFE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곳 3
라자스탄의 표범
10억 년 된 화강암 산의 바위틈에서 표범의 울음소리가 뜨거운 바람을 타고 퍼진다. 라자스탄에 있는 자와이 반드는 여러 개체수의 이 우아한 고양잇과 동물들이 라바리 유목민과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주변 지형과 어우러진 수잔 자와이는 푸른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천막 스위트 객실 10개가 조성된 호화 캠핑장으로 가족 경영 럭셔리 호텔 그룹 수잔에서 운영한다. 지난 10년 동안 약 27억원이 넘는 캠핑장 수익금을 인도의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기부했다. 더욱 특별한 추억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로열 판테라 스위트는 다른 천막과 분리된 프라이빗 텐트로, 전용 온수풀과 개인 집사 그리고 표범 사파리를 위한 사륜구동 차량과 라운지가 딸린 개별 식사 텐트를 제공한다.
여행 방법: 수잔 자와이의 천막 스위트 객실은 2인 기준 1박에 약 145만원부터이며, 모든 식사와 야생동물 차량 투어, 현지 교통편이 포함된다. thesujanlife.com
아삼의 코뿔소
손에 아삼 홍차 한 잔을 들고 인도의 장대한 브라마푸트라강Brahmaputra River을 따라 배를 타고 느리게 항해하는 하루가 갑자기 짜릿해질 수 있다. 코끼리 떼가 물을 마시러 강변으로 오고, 강돌고래가 수면 위로 오르고, 호랑이도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까. RV 수카파호 선박의 냉방이 빵빵한 객실 안에서 승객들은 인도의 다른 곳보다도 더 많은 야생동물을 관찰할 수 있다. 다채로운 종류의 조류 외에도 가장 많은 개체수의 인도코뿔소가 서식하는 카지랑가 국립공원은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낮 동안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저녁이 되면 승객과 가이드는 짙은 원목으로 마감한 서재 겸 바로 와서 칵테일을 한 잔씩 들이켜며 그날의 관찰 기록을 공유한다.
구자라트의 사자
아프리카 사자보다 몸집이 조금 더 작고 갈기의 털도 적은 구자라트의 아시아 사자는 사산기르 국립공원의 티크나무 숲을 서식지로 삼는다. 한때 그리스와 아라비아반도까지 누볐지만, 사냥으로 개체수가 700마리까지 감소했고 지금은 260km² 규모의 국립공원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러니 18개 객실을 갖춘 호화로운 하벨리 아람네스 기르에서 하루 두 번 운영하는 사파리를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은 큰 혜택이다. 환경보호 활동가이자 야생동물 사진가인 지미 파텔Jimmy Patel이 세운 5성급 호텔은 구자라트 마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사파리나 정글 트레킹을 하고 돌아온 손님들을 위해 아유르베다 스파 또는 호텔 정원에서 수확한 망고로 만든 신선한 망고주스가 준비되어 있다.
여행 방법: 아람네스 기르의 2인 기준 모든 식사가 포함된 객실 이용료는 1박에 약 172만원부터다.
aramness.com
EYEWITNESS
케랄라를 여행하는 두 가지 방법
서가츠산맥Western Ghats의 안개 낀 산봉우리와 구불구불 흐르는 여러 강줄기가 만나는 595km 해안선 사이에 있는
케랄라Kerala는 인도에서 가장 신비로운 지역 중 하나다. 외딴섬에서의 안락한 홈스테이나 호화로운 하우스보트 위에서
무수한 호수와 강이 그물처럼 이어진 케랄라의 백워터로 빠져들자.
글. 이자벨라 노블ISABELLA NOBLE

땅에서
밤바나드 호수Vembanad Lake의 동쪽 호수변 야자나무가 곳곳에 자란 14만m2 면적의 과수원과 향신료 농장이 있다. 코치Kochi와 코타얌Kottayam 사이의 작은 섬에 있는 이 농장은 케랄라 백워터의 독특하고 풍부한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선사한다. 가족과 함께 이곳에서 살고 있는 아누 매튜Anu Mathew는 손님들을 위해 생선 몰레molee(향신료를 넣은 코코넛 스튜), 폭신한 아팜appam 팬케이크, 수제 처트니 소스를 곁들인 갓 구운 도사dosa 빵으로 구성된 가정식을 차려 자신의 시리아 교회 유산을 소개한다. 1950년대부터 가족이 일궈온 농장은 100년 만에 최악의 폭우가 내린 2018년의 홍수에도 살아남았다.
카누를 타고 보라색 히아신스로 뒤덮인 물을 건너 농장에 도착하자 아누가 여행자들을 이끌고 농장 구경을 시켜준다. 오크라, 호박, 토마토, 콜리플라워 같은 현지 작물을 포함한 채소 20종을 재배하고 있으며 매운 고추와 세 종류의 코코넛도 키운다고 한다. 아누의 어머니와 함께 직접 만들어보는 쿠킹 클래스를 통해서 완벽한 나단 코지nadan kohzi(케랄라식 치킨 커리) 만드는 비법을 배운 다음 호수로 석양 보트 투어를 나선다. 흰머리솔개Brahminy kite와 물총새kingfisher 같은 이곳에 서식하는 새들이 물 위로 낮게 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조류 관찰에 나서고 싶은 손님들은 토종 조류와 철새들이 모이는 인근의 쿠마라쿰 새 보호구역으로 향하자. 자전거를 타고 밝게 칠한 가옥과 하얀 교회가 있는 작은 알라푸차Alapuzza 같은 근처 마을을 구경하는 것도 추천한다. 케랄라에는 규모가 큰 크리스천 공동체가 있는데, 아누와 함께 일요일 미사에 참석하기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인근 무나르Munnar로 당일치기 여행에 나서 케랄라의 차밭을 구경해볼 것. 세계에서 가장 고지대에 있는 차밭 중 하나인 이곳은 따듯한 맛과 부드러운 향의 찻잎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시 돌아온 농장 숙소는 전통 케랄라 가옥 양식으로 지은 독채 빌라 일곱 채로 모두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바람이 잘 통하는 실내와 야외 공간들이 각기 다른 앤티크 가구와 조각된 통나무 문, 시원한 흙바닥으로 꾸며져 있다. 빌라마다 휴식을 취하기 좋은 테라스가 마련되어 뜨거운 남인도 차 한 잔을 즐기기 알맞다.
여행 정보: 2인용 빌라가 모든 식사를 포함해서 1박에 약 44만원부터다.
philipkuttysfarm.com

물에서
케랄라 저지대의 광활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정통 여행 방식은 하우스 보트를 타고 반짝이는 백워터와 흩어져 있는 여러 야자나무 섬 사이를 항해하는 것이다. 코코넛 섬유, 목재, 대나무로 만든 전통적인 지붕 있는 선박은 수천 년 동안 남인도 지방에서 쌀과 대나무를 실어 나르는 운송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여행자들이 비교적 덜 찾는 케랄라의 서쪽 해안 뒤편에 있는 발리야파람바Valiyaparamba 백워터에 정박한 로터스호Lotus는 케랄라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하우스 보트 중 하나다. 카누르Kannur와 베칼Bekal 중간에 위치한 이 지역은 남쪽에 있는 백워터 중심지인 알라푸차 주변의 백워터보다 조용하며 하우스 보트 크루즈로 1박 또는 2박 여정으로 여행하기에 적당하다.
선박은 주로 테나스위니강Thejaswini River 하구에서 가까운 내륙 안쪽 강물과 해안선과 평행을 이루는 물줄기를 따라 항해한다. 1박 여행을 하면서 섬의 작은 사원에 들르고, 정교하게 코이어coir(코코넛 껍질로 만든 밧줄)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마을 공동체를 방문한다. 조용한 루프톱 데크에서 탈리thalis 만찬을 즐기는 것처럼 선박의 조리장이 만든 케랄라 음식으로 로터스호에서 식사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밖에서 보기에는 로터스호가 전형적인 케투발람처럼 생겼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윤기 나는 티크 목재 바닥과 분홍색 쿠션, 손으로 짠 러그로 우아하게 꾸며진 작은 휴식처가 여행자를 기다린다. 두 개의 침실에는 원목을 깎아 만든 침대와 힌두 신화를 그린 예술품, 현대적인 화장실 그리고 도자기 디스펜서에 담긴 유기농 아유르베다 목욕용품이 준비되어 있다. 통창으로 들어온 햇살이 선실을 가득 채우고, 발코니는 책을 읽거나 분홍빛 일출을 맞이하기 좋은 아늑한 아지트가 된다.
선실만 예약해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여행해도 좋고, 하우스 보트 전체 예약 옵션도 인기 있다. 선박 투어를 운영하는 닐레시와르 헤르미타지Neeleshwar Hermitage는 지속 가능한 관광업을 지향하는 아름다운 해변 리조트이자 아유르베다 센터로 백워터 모험을 시작하거나 끝낸 후에 차분한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다.
여행 방법: 로터스호의 1박 크루즈는 모든 식사를 포함해 2인당 약 92만원부터다.
abchapriretreats.in/lotus-houseboat
*** 더 많은 기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3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