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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하는 향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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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호

케랄라주 내륙 수로의 운하와 석호, 그리고 아라비아해로 이어지는 관문인 코치는 수 세기 동안 향신료 무역의 중심지였다. 이러한 유산은 코치의 정체성에 깊게 각인되어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다층적인 도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래된 이야기
인도 남서부 해안에 자리한 코치Kochi는 수 세기 동안 상인들에게 매력적인 항구도시로 여겨져 왔으며 로마인, 아랍인, 중국인, 유럽인들까지 이곳에 그들의 흔적을 남겼다. 예를 들어 포트코치Fort Kochi의 역사지구에는 오래된 반얀나무 근처에 성 프란시스St Francis 성당이 있다. 이 성당은 1503년 포르투갈 수사들이 세운 것으로,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알려졌다. 이 항구도시는 또한 케랄라주의 해안을 따라 호수, 강, 운하가 네트워크처럼 연결된 내륙 수로로 가는 관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코치 인근 벰바나드 호수Vembanad Lake의 카얄섬Kayal Island에서는 주민들이 전통적인 농업과 어업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코코넛나무 수액을 채취해 발효시켜 만드는 야자수 술인 토디toddy는 이 지역 전통문화로 남아 있다.


문화의 용광로
여러 식민 지배 세력이 남긴 유산이 코치에는 잘 보존되어 있다. 특히 포트코치 지역에서 그 흔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포트코치는 포르투갈(1503~1663), 네덜란드(1663~1773), 영국(1841~1947)의 영향이 매혹적으로 뒤섞여 있으며, 각 나라는 코치의 건축, 문화, 세계 무역에서의 역할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이 도시에서 가장 상징적인 유산 가운데 하나는 그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발견되는 중국식 어망이다. 포트코치 해안가에는 6개 정도의 중국 어망이 남아 있지만, 이는 한때 이 지역의 상징이었던 수많은 어망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 거대한 어망은 높이가 10m에 이르는데, 어부들은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이 그물을 손수 다룬다. 이러한 방식의 낚시는 14세기경 쿠빌라이 칸 황제Emperor Kublai Khan의 궁정에서 온 상인들에 의해 처음 소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동하다
코치의 해안가는 오늘날까지도 자부심의 원천이자 도시의 정체성을 이루는 근간이 되고 있다. 현지인들은 아라비아해 위로 펼쳐지는 화려한 색채의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포트코치의 산책로를 찾는다. 산책로를 따라 도열한 음식 노점에서는 절인 과일, 아이스크림, 천연 주스부터 각종 잡화, 장난감, 그날 잡은 생선까지 모든 것을 판매한다. 한편 내륙 수로는 그곳을 지나는 배들의 양쪽 측면에 걸려 있는 금잔화 화환 덕분에 화려한 장면을 연출하곤 한다. 금잔화는 태양을 상징하며 밝음과 길조를 뜻하는 꽃으로, 인도 전역에서 축제와 의식에서 제물로 자주 사용된다.


삶의 속도
케랄라주의 내륙 수로는 아라비아해와 나란히 흐르며 코치의 북쪽과 남쪽으로 길게 뻗어 나간다. 이곳에는 정향, 육두구, 카다멈, 계피, 강황 등 다양한 향신료를 재배하는 농장이 있다. 바나나, 코코넛, 망고 등의 과일도 풍요롭게 자란다. 농장에서의 삶은 자연의 리듬과 계절의 변화에 맞춰 흘러간다. 벰바나드 호수에 있는 한적한 카카투루투Kakkathuruthu(까마귀섬)는 코치에서 남쪽으로 불과 16km 떨어져 있으며 이 지역 특유의 느긋한 삶의 속도를 제대로 보여준다. 새벽의 부드러운 빛, 잔잔한 물결, 새들의 부드러운 지저귐이 이곳 사람들의 일상에 평화로운 배경이 된다.

글. 프란체스코 라스트루치FRANCESCO LASTRUCCI
사진. 프란체스코 라스트루치FRANCESCO LASTR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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