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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낯설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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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호

홍콩 하면 먼저 고층 빌딩과 쇼핑 등이 떠오를 테지만, 사실 다양한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바닷가에서 카약을 타고, 등산을 하거나, 조용하게 자전거를 타기도 하며, 때로는 독특하고 다채로운 맛의 세계로 빠져들어볼 수도 있다.

쿼리베이 주거 지역에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산과 바다 그리고 고즈넉한 시골 풍경에 둘러싸인 홍콩이라니, 놀랍고도 생경하다. 약 600개의 고층 빌딩이 가늘고 미세하게 빛나는 빅토리아 항구를 사이에 두고 대면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빌딩 수보다 약 3분의 1 정도 더 많은 숫자이다. 마치 빛을 쟁탈하는 빽빽한 나무들처럼 이 유리와 강철 숲은 하늘을 향해 무한대로 뻗어나가며 수직으로 확장된 도시 풍경을 빚어낸다. 저 아래 빌딩으로 인해 만들어진 협곡과 미로 같은 골목을 따라 강렬한 에너지가 흐른다. 이는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인 약 800만 명의 사람들이 살며 휴식하며 만들어낸 것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구룡 지구의 몽콕 주거 지역에 있는 시장.

이곳에서 대부분의 모험은 아마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홍콩 음식이나 거리 예술을 보여주는 도시 사파리로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빽빽한 도심을 벗어나 푸른 숲과 에메랄드빛 바다로 이어지는 또 다른 층을 탐험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원시적인 해변에서의 패들링, 고풍스러운 섬에서의 하이킹, 아시아에서 가장 활력 넘치는 트레킹 코스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홍콩의 한 면만 보고 떠나는 셈이 될 것이다.
이런 야외 활동을 못 할 핑계도 댈 수가 없다. 아주 효율적인 지하철과 트램, 페리 등 교통망이 갖춰져 이동하기도 쉬울 뿐 아니라 능숙하고 열정적인 가이드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홍콩이 단순한 은유를 넘어서는 도시 정글임을 진심으로 보여주고 싶어 한다.

저속 기어로 바꾸기
앤디 최는 청차우섬Cheung Chau에 이른 아침 도착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 섬의 방식으로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간이다. 골목길에서는 웃음소리와 마작 패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음식과 장신구를 파는 노점들은 정성스럽게 상품을 진열한다. 자동차가 없는 이곳 삶의 중심이 되는 어부들은 갓 잡아 올린 해산물을 내리거나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다. 홍콩 도심에서 불과 9.6km 떨어져 있을 뿐인데 마치 100년쯤 거슬러 올라온 것 같다.
앤디가 이끄는 청차우 자전거 투어는 센트럴 지구에서 페리를 타는 거로 시작된다. 이 자전거는 속도보다는 편안하게 탈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해변이나 수백 년 된 반얀나무 그늘에서 멈춰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며 섬의 고요를 만끽할 수 있다. 부드러운 어투의 앤디는 이렇게 말한다. “이 모험의 핵심은 편안한 라이딩이에요. 홍콩에 오는 사람들은 종종 도시에만 집중해 이렇게 멀리까지는 좀처럼 오지 않죠. 하지만 홍콩의 느린 삶과 전통적인 면을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청차우섬의 명물 핑온번 빵은 꼭 한 번은 먹게 된다. 하얀 찐빵같이 생긴 핑온번은 쌀가루 반죽 속에 달콤한 소를 넣어 만든 것으로, 과거 해적들로부터 보호해달라는 기원을 담아 신과 영혼에 바치던 제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배고픈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훌륭한 간식이다. sr-cycles.com

위에서 내려다본 청차우섬.

도보 길에서 걷기
“때로는 뒤를 돌아봐야 하고, 또 때로는 앞을 내다봐야 하죠. 인생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철학적인 시각을 가진 하이킹 가이드 스텔라 토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하이킹 코스의 장점 중 하나를 이렇게 설명한다. 홍콩 마지막 총독의 이름에서 따온 윌슨 트레일은 북쪽으로 약 80km 길이로 이어지며 중국 국경에까지 닿는다. 하지만 스텔라가 집중하는 구간은 이 트레일의 첫 두 구간이다. 약 11km 길이의 이 구간은 앞 허벅지 사두근을 단련시키기에 충분하다. 홍콩섬 남쪽 해안에 위치한 스탠리Stanley의 해변 콘도에서부터 타이탐 컨트리 파크Tai Tam Country Park(섬의 5분의 1을 덮고 있는 일종의 짙은 녹색 담요)까지 간 다음 바람이 세차게 부는 섬의 능선을 넘어간다.
첫 번째 구간은 나비의 날갯짓과 새의 지저귐 그리고 가쁜 숨소리로 가득 차 있다. 길을 따라 조성된 1200개의 계단을 오르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이 온다. 홍콩에서 나고 자란 스텔라는 워크 홍콩 도보 전문 여행사에서 경험이 제일 많은 가이드로 꼽힌다. “여기서 바로 뒤돌아봐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 아래 남중국해에 점점이 펼쳐지는 섬들의 광활한 풍경을 놓치고 만다. 하지만 이후에는 앞을 주시해야 한다. 해발 약 436m 높이의 바이올렛 힐Violet Hill 정상에 오르면 비로소 섬의 눈높이로 홍콩이 보인다. 가장 높은 빌딩들의 반짝이는 꼭대기가 모습을 드러내며 이제 약 500m 아래에 있는 소란스럽지만 유쾌한 항구로 내려가 대장정의 막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렇게 쿼리베이Quarry Bay에서의 피날레를 향한 하강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극적인 대비가 정말 장관이에요. 처음에는 이 풍경에 푹 빠져서 사색에 잠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그저 ‘와, 와, 와’ 하고 감탄하게 될 따름이죠.”(스텔라) walkhongkong.com

홍콩섬의 브래마 힐 언덕.

로터리 클럽 가입하기
폴 리가 톰 크루즈, 르네 젤위거, 헨리 키신저 등 헬기 투어를 했던 유명 인사 몇 명을 소개해준다. 그들은 정말이지 일부에 불과하다. 이 투어는 구룡 지구에 있는 페닌슐라 호텔 30층 꼭대기에 있는 차이나 클리퍼 경비행기 항공 라운지에서 시작한다. 홍콩 태생인 폴에게 이곳은 그의 무대와 같다. 그는 간이 헬기장 관제사로서 안전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항공 교통 관제소와 소통하며 탑승객이 안전하게 좌석에 착석했는지 확인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헬리콥터를 타고 18분 동안 구룡 지구에 있는 강철빛 마천루를 통과해 홍콩섬의 모래사장과 험준한 반도를 따라 비행한 뒤 마지막에는 항구를 가로지르며 스릴 넘치게 급강하한다. 상징적인 흰색과 녹색의 스타 페리호가 운항하는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펄강Pearl River 어귀를 지나 서쪽 지평선까지 약 55km 길이로 뻗어 있는 홍콩-주하이-마카오 대교Hong Kong-Zhuhai-Macau Bridge도 가느다란 실처럼 보인다. 이 다리는 해상 교량 중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 헬기 투어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려는 이들에게도 인기가 높은데, 그중엔 청혼을 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고 폴이 귀띔해준다. “여태까지 원했던 답을 듣지 못한 남성 승객은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듬해 다른 연인과 다시 돌아왔고, 마침내 성공을 했습니다.” peninsula.com

헬리콥터 한 대가 빅토리아 항구 위를 날고 있다.

독창적인 작품 감상하기
“처음 홍콩에 왔을 때 저는 이곳이 예술의 불모지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알렉스 언레인이 말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뒤로 14년이 지난 지금, 알렉스는 역동적인 스트리트 아트 신을 지지하는 주요 인물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녀는 맞춤형 투어를 이끌며 센트럴이나 성완 지구에 있는 미로같은 길과 골목길을 누비며 벽화를 탐색한다.
그녀는 예고 없이 불쑥 등장하는 작은 작품들을 사랑한다. 이것들은 마치 봄꽃처럼 다채롭고 덧없지만, 동시에 HK월스HK Walls 페스티벌에서 선보이는 대형 작품들처럼 지속적인 영향력을 지니기도 한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이 페스티벌은 홍콩의 거리 예술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중 알렉스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성완에 위치한 베를린 출신 예술가 그룹 이너필스Innerfields가 제작한 3층 높이의 분홍색과 빨간색 벽화다. 스마트폰에 몰입한 핑크색 우주복 차림의 여성과 새가 충전 케이블을 쪼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이는 자연과 기술이 맞닿아 있는 홍콩이라는 도시를 완벽하게 반영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저는 아시아와 서양 예술가의 융합처럼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홍콩은 유럽, 호주, 일본 등으로 향하는 많은 예술가가 거쳐 가는 도시예요. 그들은 이곳에 잠시 머물지만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죠.”(알렉스)
wanderlustwalkshongkong.com

한국 출신 그라피티 예술가 제바가 성완 지구에 있는 탱크 레인 도보 길에 브루스 리 초상화를 그렸다.

물의 재발견
전 세계적으로 그랬듯이 팬데믹은 홍콩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까이 두고 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그들이 다시 발견한 보물 중 하나는 바로 카약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홍콩에는 250개가 넘는 외딴섬과 반짝이는 해안선이 펼쳐져 있으며 대부분 짧은 이동으로 닿는 거리에 있다. 이러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끄는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홍
콩 출신 로리 맥케이다.
그가 운영하는 모험 여행사 와일드 홍콩에서 가장 인기 있는 투어는 하루 종일 카약을 타고 진행하는 홍콩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탐험이다. 이곳은 홍콩 도심의 구룡 지구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약 1시간 달리면 나타나는 약 155km2 규모의 보호구역으로, 고요한 자연 속에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와일드 홍콩에서 인기 높은 투어인 해안 따라 카약 타기.

여행자들은 맹그로브 숲 사이로 흐르는 수로를 따라 노를 저으며 자연이 만든 아치형 암석과 동굴을 탐험하고, 마치 원시시대의 사원처럼 물에서 솟아오른 육각형 암석 지형과 마주한다. 로리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이렇게 한 곳에 특징적인 지형이 몰려 있는 곳은 없을 거예요”라고 이야기한다. 해식동굴을 좀 더 가까이 살펴보기 위해 조작이 간편한 앉아서 타는 카약이 준비되어 있다. “거의 즉각적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거든요.” 보다 도전적인 맞춤형 코스를 원한다면 좌석이 있는 바다용 카약이 제격이다. 어떤 코스를 선택하든 점심을 즐기기에 가장 인기 있는 장소 중 하나는 위스키 비치Whiskey Beach이다. 이곳은 카우사이차우Kau Sai Chau섬의 서쪽 해안에 자리한 조용한 백사장으로, 투어 중 한적한 휴식을 취하기에 완벽한 장소이다. wildhongkong.com, geopark.gov.hk

 

카레 생선살 완자는 홍콩을 상징하는 길거리 음식이다.

 

미식 모험
“얼마나 모험적인 경험을 원하시나요?” 버지니아 찬이 묻는다. 푸드 투어 회사 휴미드 위드 어 찬스 오브 피시볼의 창립자인 그녀는 홍콩 음식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어디에 가면 홍콩 요리를 먹을 수 있는지 등 지식도 풍부하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수상한’ 곳일수록(어두운 골목길 안쪽이거나 낡은 건물 안 등) 보물을 발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버지니아는 음식을 매개로 홍콩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따라서 투어에서는 충격적인 요리를 경험할 기회도 있지만, 단순한 자극을 위한 게 아니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소개한다. 예를 들어 피와 내장이 엉겨 붙은 국수(일명 카트 누들), 뱀 쓸개즙을 섞은 술, 혹은 재래시장에서 직접 고른 개구리를 길거리 식당에서 요리해 먹는 등의 음식이 포함될 수도 있다. “도축장에서 버려지는 내장은 한때 가난한 사람들에게 유일한 식량 공급원이었어요. 그래서 이것들을 활용해 매우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어내게 되었던 거죠.”
구룡 지구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몽콕Mong Kok은 그녀가 자주 찾는 미식 장소이다. 몽콕 바로 남동쪽에 위치한 왐포아Whampoa도 마찬가지다. 휴미드 위드 어 찬스 오브 피시볼과 함께 음식 투어의 중심이 되는 지역이다. 이 투어에서는 총 6곳을 방문하며, 10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홍콩에서는 어디를 가든지 음식을 통해 창의성과 놀라움, 열정을 발견할 수 있어요. 축제는 물론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만남 모두 결국 음식을 중심에 두니까요.”(버지니아)
humidwithachanceoffishballs.com

버지니아 찬이 이끄는 푸드 투어에 참여하면 홍콩의 특징적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TRAVEL WISE
항공편
인천공항에서 홍콩공항까지 티웨이항공, 홍콩항공 등이 직항편을 운행하며, 대략 4시간 소요된다.

현지 교통편
홍콩은 지하철과 버스, 트램, 페리 등 교통망이 잘 갖춰져 걸어 다니기 좋다. HKeMobility 앱을 설치하면 실시간 교통 정보가 업데이트되고, 가려고 하는 곳까지 동선도 짜준다.
hkemobility.gov.hk

방문 최적기
10월에서 3월까지는 평균기온이 18~27℃ 사이를 오가며 건조하고 온화한 편이라 여행하기 좋다. 5월에서 9월 말까지는 덥고
습해서 다소 불편할 수 있으며, 태풍 예보에 신경 써야 한다.

머물 곳
홍콩섬 쿼리베이에 있는 이스트 홍콩 호텔의 더블베드룸이 약 25만원부터.
easthotels.com
구룡 지구 훙홈 부두에 있는 케리 호텔의 더블베드룸이 약 24만원부터.
shangri-la.com

더 많은 정보
discoverhongkong.com

글. 던컨 크레이그DUNCAN CRAIG
사진. 데리 에인스워스 DERRY AINSW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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