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중이니 조용히 지나가 주세요.’ 길상선원 앞에 안내문을 세워놓았다. 수.행. 왠지 길상선원 마당에 발을 들여놓으며 행동도 조심스러워진다. 정신없이 일하다 배낭을 집어 들고 허겁지겁 찾아온 길상사…. 2박 3일 일정의 선 수련회를 취재하고 모든 프로그램에 직접 참가해보기로 했다.
회사에서 도보로 20분 떨어져 있을 뿐인데 다른 세상으로 들어온 듯 조용하고 평화롭다. 참선을 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벽을 등지고 두 줄로 앉아 서로 마주 본다. 조용한 와중에 갑자기 ‘짝’ 하고 손뼉 치는 소리가 들렸다. “살생하지 마십시오.” 길상사의 포교 담당인 구담 스님이 온화하게 한마디를 던지자 수련회 참가자 스물여덟 명이 동시에 크게 소리 내어 웃는다. 누군가 모기를 잡는 소리였다.
살생은 금지지만 모기에게 피를 내줄 순 없지! “잡아서 놓아주거나 근본적으로는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좋겠죠. 물론 자비를 베풀기 어렵다는 걸 이해합니다.” 모기도 스님의 너그러운 말씀을 알아듣고 스스로 나가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