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타운, 와인 루트, 크루거 국립공원의 명소 빅파이브를 거쳐 발길이 닿은 적 없는 광대한 땅으로 모험을 이어보자. 선구적인 야생복원 프로젝트가 새로운 활기를 가져오고, 혁신적인 사업가 정신이 흑인 거주구를 변화시키고 있다. 바로 이것이 사람들은 잘 모르는, 하지만 서서히 그 존재를 드러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모습이다.
녹색 칼라하리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노던케이프주의 칼라하리 사막에는 초록빛 땅이 있다. 바로 츠왈루 칼라하리 보호구역Tswalu Kalahari이다. 이곳은 남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수렵금지구역으로 야생동물 추적과 선구적인 보존 노력이 공존한다.
“들개가 움직입니다!” 가이드 코지는 라디오를 끄고 서둘러 들개들의 은신처로 향한다. 그곳에 태어난 지 3주 된 새끼들이 방치되어 있다. 어미 암캐는 몇 번이나 새끼들을 안전한 곳에 숨기려고 애썼지만 어린 새끼들이 도무지 가만히 있질 않았다. 결국 미숙한 어미는 새끼를 포기하고 떠난 모양이다. 우리는 새끼들의 행운을 빌며 어미 들개를 포함해 사냥 전문인 들개 무리를 찾기 위해 출발했다.
지금 우리는 칼라하리 사막에 있다. 칼라하리는 보츠와나에서부터 나미비아에 걸쳐 약 9만3000km2의 면적을 차지하며, 남부는 사막의 기준이 되는 강수량을 겨우 넘길 만큼 비가 내리는 반사막 지역인 남아프리카 노던케이프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름만큼은 현지어로 ‘녹색 칼라하리’로 불리고 있다. 츠왈루 칼라하리 보호구역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가장 큰 민간 수렵금지구역으로 면적은 약 1140km2에 달한다. 어디에서 출발하든 긴 여정이지만 그만큼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카루 속으로
이 멋진 내륙사막은 야생복원 프로젝트 덕분에 다시 사자가 어슬렁거리는 곳이 되었다. 남아프리카의 반사막 지대인 카루의 자갈길을 따라 산재한 네덜란드 정착민 마을을 찾아가보자. 분위기 있는 이 마을에서 문화와 시골 국경지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어린 사자 두 마리는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났다. 4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지난 몇 주 동안 보호구역 근처를 서성이고 있는 중이다. 보호구역 문이 열리고 그 너머에 어린 사자들을 유혹하는 남아프리카 원산 대형 영양인 겜스복의 사체가 놓여 있는 지금, 우리는 카메라와 함께 태세를 갖추고 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처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열망이 좀 사그라들자 우린 차를 운전해 보호구역을 조사하러 간다. 예상대로 사자들은 좋아하는 관목 아래 잠들어 있다.
14시간 가까이 지났을까. 저녁식사를 막 마쳤을 때 마침내 사자들이 움직인다는 전갈이 왔다. 차를 몰고 다시 보호구역을 향해 질주한다. 사자들은 겜스복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다. 그레이트 카루Great Karoo 고원의 180년 세월 중 자유롭게 어슬렁거리는 첫 번째 사자들인 셈이다.
더반: 새롭고 쿨한 도시
해안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도시가 마침내 빛을 받고 있다.
연중 320일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고 해안을 따라 펼쳐진 골든마일에 파라솔을 펴고 활기 넘치는 항구도시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낙후된 스테이션 드라이브 지구는 몇 년 만에 색다른 부티크 숍으로 다시 피어나고 있다. 새로운 개업 바람이 플로리다 로드 중심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으며,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 재생 프로젝트는 노후된 포인트 워터프런트 아파트를 부활시키고 있다. 더반은 항상 핫한 곳이다. 그리고 지금은 더 쿨해지고 있다.
런치 스폿
팔라펠 푼디
더반식 퓨전 스타일로 중동 지방의 솔푸드를 먹고 싶다면 사르 벤 하무Saar Ben Hamoo 셰프가 새롭게 문을 연 팔라펠 푼디Falafel Fundi 카페에 가보자. 바삭하고 알록달록한 샐러드를 곁들인 푹신한 인도식 로티랩과 병아리콩을 으깨 만든 경단을 납작한 빵과 함께 먹는 가정식 팔라펠falafel을 맛볼 수 있다. 남다른 카리스마를 지닌 하무 셰프는 시장 가판에서 시작해 단골손님을 모았고 지난해 플로리다 로드에 정착했다. 그의 성공 비결은 가족에게서 배운 팔라펠 레시피다.
투어
비셋 더반
네 명의 친구가 하나의 사명을 위해 뭉쳤다. 더반에 사는 그들은 여행자들이 더반과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이들은 현지 전문가를 통해 묻혀 있던 더반 곳곳에 있는 스폿을 돌아보는 투어를 월 1회 무료로 진행하며 독특하고 활기찬 브랜드로 현지 역사를 되살리고 있다. 피트니스 마니아라면 매주 월요일 아침 5시 30에 비셋 팀과 함께 산책로를 따라 5km 달리기를 즐겨보자. 메일 수신 서비스에 가입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besetdurban.com
숨겨진 보석
더 체어맨
세공하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 같은 이 화려한 재즈바는 더 포인트 지구 인근의 가장 낙후된 지역 폐허에 있다. 바의 주인인 응다보 랑가Ndabo Langa는 1920~193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의 주류밀매점 분위기를 살렸다. 고급스러운 안락의자와 다양한 조명, 박제 소품, 그리고 최고의 라이브 밴드와 디제이들이 주말마다 함께한다. thechairmanlive.com
흑인 거주구 투어
요하네스버그가 지닌 파란만장한 역사와 현재의 역동성을 이해하려면 소웨토 흑인 거주구에 가봐야 한다.
“소웨토를 여행하면서 놀라는 사람이 많아요.” 내가 건넨 말에 카리스마 있는 여행 가이드 찰스 응쿠베Charles Ncube가 약간 농담조로 이야기한다. “그렇죠, 소웨토의 삶은 쉽지 않아요. 소웨토에는 보통 하층, 매우 하층, 매우 심한 하층, 세 계급이 존재하거든요. 하지만 동시에 자존감 높고 긍정적인 곳이기도 해요. 모두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있죠. 성공한 축구선수나 명사들도 거주하고 있어요. 소웨토는 그런 곳이에요!”
도시 남서부 주변부에 광범위하게 자리한 거주지역에는 약 1300만 명의 하층민이 살고 있다. 현재는 폐지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소웨토는 강제 거주와 빈곤의 동의어였지만, 오늘날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 거주구는 요하네스버그의 다양성과 역동성의 원동력이다.
서핑과 모래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나미비아가 위치한 서쪽 국경에서부터 모잠비크가 자리한 동쪽 인도양 국경에 이르는 약 2500km 길이의 환상적인 해변이 있다.
길의 끝
내이처스 밸리, 웨스턴케이프
가든루트Garden Route 중에서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 내이처스밸리 리조트와 마을은 인도양의 맑은 물을 내려다보며 뒤로는 엽서 같은 그루트강 석호와 치치카마 산맥의 작은 언덕을 배경으로 자리해 있다. 이곳은 스톰스리버마우스 캠프에서 시작해 그림 같은 숲과 핀보스 덤불지대와 야생화가 흐드러진 들판을 지나 37km에 걸쳐 구불구불 이어지는 5일 여정의 오터트레일Otter Trail의 종점이기도 하다. 완주한 사람들은 등산화를 마을 나무의 가지에 매다는 관습이 있다. — 아멜리아 더간
펭귄과 함께 노 젓기
케이프타운 볼더스 비치
시몬스 타운에 있는 서식지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아프리카 펭귄을 볼 수 있다. 바람과 파도를 피하기 좋은 바위가 있는 이 지역의 오염되지 않은 해변 세 군데의 이름은 바로 그 바위들과 같다.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고, 얕은 물가에서 미끄러지며 입수하는 펭귄을 볼 수도 있다. 단, 펭귄의 날카로운 부리를 주의해야 한다.
강이 바다를 만날 때
켄톤온시 마을, 이스턴케이프
부시만스Bushmans강과 카리에가Kariega강 하구 사이에 위치한 선샤인 코스트의 해변 마을은 방대한 종류의 조류가 찾아오는 보호구역의 본산이다. 여름이 되면 강은 수상스키, 낚시, 카이트 서핑, 승마 등을 즐길 수 있는 진정한 놀이터가 된다. 카리에가 비치와 미들 비치는 개발되지 않은 야생 해변으로 바위층과 간조 때 드러나는 웅덩이를 간직하고 있다. 사구를 넘어 짧게 산책할 수 있는 쉘리 비치 또한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해변이다.
복고풍 해변 휴양지
골든마일, 더반
더반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고급 도심 해변이 있고 미니타운이라는 정취 어린 명소도 자리한다. 미니타운에는 도시의 랜드마크가 곳곳에 보이는데, 팽이처럼 도는 놀이기구와 1970년대식 공중 케이블 등을 갖춘 놀이동산도 있다. 여기에 화려함을 더하는 아르데코 양식의 선코스트 카지노가 작년에 외관 개조를 마쳐 밤이면 화려한 네온사인을 밝게 비춘다.
TRAVEL WISE: 남아프리카
가는 법
인천에서 출발해 케이프타운까지 가려면 최소 1회 이상 경유해야 한다. 대한항공, 에미레이트항공, 에티오피아항공 등을 이용하면 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두바이와 요하네스버그를 경유해 27시간 정도 걸린다.
현지 교통편
사페어, 망고 등 저가 항공사와 그레이하운드나 인터케이 등 버스회사가 주요 도시를 오간다. 차를 빌리면 좀 더 자유롭게, 인적이 드문 곳을 편리하게 다닐 수 있다. 도로망이 잘 관리되어 차를 타고 여행 다니기 좋다. 그린칼라하리에 가려면 요하네스버그에서, 카루를 탐험하려면 케이프타운, 와일드 코스트에 가려면 더반이나 이스트런던에서 시작하면 된다. 도시 안에서는 대중교통이나 미니버스, 택시, 우버가 좀 더 안전하다. flymango.com
flysafair.co.za greyhound.co.za avis.co.uk intercape.co.za uber.com.
방문 최적기
케이프타운이나 웨스턴케이프는 따뜻하고 바람이 없는 여름(12~2월에는 기온이 29℃까지 오른다)이 좋다. 이스턴케이프, 콰줄루나탈 등은 여름에 섭씨 30℃ 이상 기온이 오르고 가끔 비도 내린다. 하지만 와일드코스트, 더반, 요하네스버그는 온화한 겨울 날씨에 1년 내내 쾌적하다. 카루와 노던케이프는 여름에 기온이 40℃까지 오르고 겨울밤에는 영하로 떨어지므로 4~5월, 9~10월에 방문하는 게 좋다.
가이드북
<아프리카는 오늘도 하쿠나마타타: 남아공에서 케냐·에티오피아까지 39일> (2019) 1만4000원
<아프리카 보물상자: 남아프리카공화국 · 레소토 · 스와질랜드> (2017) 1만8000원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넬슨 만델라 자서전> (2020) 3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