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년 동안 예술가와 영적인 구도자, 자유주의 사상가들이 미국 뉴멕시코주 북부의 높이 솟은 계곡과 세이지브러시 관목지대로 이끌려 왔다. 이제 우리도 그들처럼 고지대의 사막을 따라 로드트립을 떠나보자. 히피 공동체와 예술가의 작업실, 초현대적이고 생태적인 집, 베네딕트회 수도원 등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 남서부의 황량하고 거칠며 경이로운 영혼을 발견하게 될 테니.
창조의 광대함과 비교해 내가 발 딛고 선 이곳이 얼마나 미미한가를 생각해보지 않고 한평생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뉴멕시코주에 있는 사막에서는 실존적인 계시가 빠르고 무겁게 느껴진다.
리오차마의 깊은 협곡이 황혼으로 물들고 있다. 나는 손님용 구역에서 오르막길을 올라 십자가의 길이 조성된 명상의 정원을 거쳐 예배당으로 간다. 부드러운 불빛이 패치워크 유리창을 통해 피 흘리는 예수의 조각이 안치된 곳으로 스며들어 그늘과 어우러진 격자무늬를 만든다. 곧이어 검은색 수도사복을 입은 베네딕트회 수도사 무리가 시편을 찬송한다. 나이가 들거나 아주 젊은 수도사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중간 즈음으로 보인다. “주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수도사 한 명이 향로를 들고 일정한 보폭으로 중앙의 제단 주위를 조용히 걷는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도다.” 달콤한 향의 연기가 만드는 결이 불빛과 함께 나른하게 물결친다.
높게 난 유리창 밖으로 수레국화처럼 창백한 푸른 하늘이 보이고 그 아래 협곡 위로 은빛 달이 떠오른다. 맹렬한 여름날의 자취다. 암벽에 새겨진 혈관 같은 적갈색 빛이 풍경과 함께 점점 더 강렬해진다. 이 암벽은 강이 수천 년 동안 힘차게 흐르며 쌓은 퇴적물이다. 수도사가 계속해서 찬송을 부른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악을 두려워하지 아니 하리로다.” 나는 찬송가를 따라가지 못한 채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형이상학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실제 서반구의 가장 외딴 곳에 자리한 베네딕트회 수도원인 모나스트리 오브 크라이스트 인 더 데저트Monastery of Christ in the Desert에 머물고 있다. 내 일생에서 가장 기이한 여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수도사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힘든 여정이다. 뉴멕시코주의 주도인 샌타페이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 가야 닿는 애비퀴우는 여행자들이 잠시 머무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 다시 붉은색 흙먼지 길을 따라 21km 정도 더 가면 나오는 이 수도원은 전기 등 현대적 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 확고한 불가지론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원이 주는 고독감과 아름다움을 맛보게 되었다. 수도사들은 종교적 믿음이 있든 없든 상관 없이 손님을 맞아준다.
나는 식사에 초대받고 아침 노동 시간에 수도사들 옆에서 텃밭을 가꾸고, 원한다면 하루에 아홉 번 드리는 예배에도 참석할 수 있다. 환영 책자 덕분에 명상을 위한 침묵에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이곳의 귀뚜라미들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내리막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오는 동안 귀뚜라미들의 우렁찬 합창은 고요하고 깜깜한 밤에 분위기를 더해주었고 급기야 내 꿈속에까지 파고들었다.
새벽 4시 기도 시간에 맞춰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나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성당을 향해 느릿느릿 걸어갔다. 계곡의 어둠은 더욱 깊어지고 내 머리 위에서는 온 우주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저 멀리서 은하수와 불타는 태양이 이룬 겹겹의 층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예배당 앞에 도착한 나는 들어가 자리에 앉는 대신 바깥에 앉아 별을 바라보았다. 내 뒤에 있는 예배당의 갈라진 문틈으로 노란색 촛불의 빛이 새어 나오고, 수도사들이 부르는 천상의 성가는 텅 빈 협곡 속으로 흘러들었다. 성스러운 느낌이다.
“사막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수록 더 열렬히 찾게 된다고 합니다. 일종의 유혹과 환상이죠.”
수도원을 떠나는 날, 수도원장이 내게 해준 말이다. 내가 이곳에서 딱 한 번 나눈 대화는 손님을 맞이하는 수도사가 말할 때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당부한 게 전부다. 정원 벤치에 함께 앉게 된 수도원장은 놀랍게도 매력적이고 사교적이다. 엄격하고 근엄할 거라는 내 상상과 달랐다. 그는 계속 우리의 대화 주제를 1980년대 영화와 비틀스로 이끌고, 반대로 나는 사막으로 반복해서 되돌렸다. “수도원 생활의 공고한 전통입니다. 초기 수도사들은 이집트의 사막으로 들어가 고독과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찾았지요.”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화단과 소박한 묘지 너머로 원형극장 같은 목초지와 그 뒤에 있는 바위 첨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말을 이었다. “영겁의 시간을 거쳐 창조되었고, 사람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