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츠와나의 오카방고 삼각주Okavango Delta에 있는 갈대 숲이라면 그 속으로 코끼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 모코로mokoro(통나무를 깎아 만든 카누) 위에 가만히 누워 있을 때 풀의 움직임이 감지되거나 우적우적 씹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공작물총새나 분홍가슴파랑새만 보일 뿐 정작 코끼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전혀 기대하지 않은 순간 거대한 회색 형체가 갈대 숲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특유의 콧소리를 내며 상아를 흔들고 귀를 요란하게 펄럭인다. 아프리카 남부 최대의 습지대인 오카방고 삼각주는 이렇게 야생의 신비로 가득하다.

칠흙같이 까만 삼각주의 물은 이곳에 서식하는 동물에게 휴식과 먹이를 제공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끼리를 품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펠로 스티브 보이스Steve Boyes는 그래서 생물 다양성의 보루인 이곳을 “지구의 심장”이라고 말한다. 보이스는 이 심장을 구하려고, 즉 생물들의 귀중한 서식지를 보존하기 위해 캠페인, 지역사회 참여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을 기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