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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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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호

 

“잠시 여행을 멈췄던 사이에도 방콕은 활기찬 변화를 거듭했다. 우리가 알던 그 방콕은 아닐지라도 그곳은 여전히 삶의 에너지로 가득한 매력적인 도시임이 분명하다. 금빛 사원과 왁자한 시장,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음을 느끼게 해주는 그 모든 것들을 따라가본다.”

 

아시아티크 마켓과 관람차.

방콕의 올드시티를 누비다

도시의 정체성을 경험하고,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다면.

 

꽃이 만발한 시장

방콕 올드시티 투어는 팍클롱 꽃시장Pak khlong Flower Market으로 시작했다. 길을 걷는 내내 현지인이 노끈과 대바늘을 이용해 숙련된 기술로 만드는 화환을 구경하느라 걸음을 쉽게 옮기기 어렵다. 사원은 물론 공원 등 시내 곳곳에서 이 화환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푸앙말라이Phuang Malai라고 부른다. 종교적 목적으로 사원에 바치기도 하지만 축하나 애도 등 마음을 전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장소와 인물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지나, 보편적으로 행복과 안녕을 기원한다.

하얀 재스민 꽃 향기가 액운을 쫓아낸다고 믿기에 택시 룸미러에 걸어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팔찌 형태의 화환은 10바트 정도에 구매할 수 있는데, 한화로 400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이다. 붉은 장미와 하얀 재스민의 향기가 덥고 습한 날씨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듯하다. 화환 끝에 달린 왕관 모양의 크라운 플라워도 꽤나 앙증맞다.

시장의 중심점인 나나 플로라Nana flora는 태국에서 규모가 큰 꽃 수입 및 도매업자 중 하나로 다양한 종류의 꽃을 재배하고 있다. 태국 내에서 수입 꽃 관련 제품을 다루는 데 선두로 꼽힌다. 원데이 클래스 중 플라워 마켓을 둘러본 후 직접 화환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하니 색다른 태국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참여해봐도 좋겠다.

 

왕이 사는 도시

툭툭을 타고 방콕 시내를 누빈다. 태국에서 한류 인기를 실감한 부분 중 하나는 툭툭 뒤쪽에 걸린 K-pop 스타의 생일축하 배너였다.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입은 태국 관광업계에서 툭툭 운전사들의 수입을 유지시켜 준 것이 바로 이 배너라고.

큼지막한 중국식 간판이 줄지어 늘어선 야오와랏 거리는 구시가지에 위치한 차이나타운 내에서도 중심가에 속한다. 네온사인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열리는 야시장과 금은방으로 유명한 곳이다.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한산했으나 그 점을 활용해 여유롭게 사진을 찍으려는 인플루언서들의 방문은 잦았다고 한다. 최근 태국 여행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다시금 붐비는 차와 오토바이, 거리 위 인파가 활력을 내비친다. 차이나타운 동쪽 끝으로 향할수록 모습을 드러내는 차이나타운 게이트는 태국 국왕 푸미폰에 대한 중국 공동체의 충성을 상징한다.

그 옆 황금불 사원Wat Traimit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비싼 황금 불상을 모시고 있는 사원으로, 불상은 14세기 수코타이 시대 유물로 추정된다. 사원 중앙에 놓인 국왕의 사진을 마주한 후 4층 높이의 계단을 올라 사원 내 황금불을 만난다. 높이 3m, 무게 5.5톤의 거대한 황금불은 미얀마군의 약탈을 피하기 위해 겉면을 석회로 위장한 탓에 그 진가를 숨긴 채 방치되었다고. 다행히 석회가 부서지면서 1955년 순금으로 만들어진 본래의 모습이 드러났다. 잠시 걷힌 구름 사이로 햇빛에 반사된 황금빛 첨탑이 숨겨지지 않는 그 위용을 알리는 듯하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고가 전철 BTS 사판탁신Saphan Taksin역 인근 로빈슨백화점 주변으로 열리는 방락시장Bang Rak Bazaar은 현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20세기 초반 유럽 상인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동네답게 유럽풍 건물과 교회가 아직도 남아 있다. 차론쿠룽44Charoen krung 44 거리에는 미슐랭 빕구르망에 선정되었던 유명 맛집 반 팟타이Baan Phadthai가 자리한다. 근처 노포에서 게를 넣은 치앙마이식 쏨땀과 그보단 부드러운 느낌의 해산물이 들어간 방콕식 쏨땀을 비교해가며 먹었다.

그런 다음 샹그릴라 호텔 맞은편 거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태국 디저트 가게로 들어선다. 호기롭게 망고스티키라이스를 주문했으나 먹음직스러운 모양새와 달리 미지근한 망고의 온도는 흥을 식게 만들었다. 태국의 전통적인 인기 디저트라 거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 최근엔 태국 래퍼 ‘다누파 카나티라꾼’이 미국 코첼라 공연에서 망고스티키라이스를 먹은 것이 자국에서 화제가 되어 판매량이 덩달아 늘고 있다고. 코코넛으로 만든 라이스볼과 푸딩, 카사바와 타로를 이용한 디저트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다음 번엔 에그 커스터드 스티키라이스에 도전해보리라 계획한다.

 

강렬했던 그들의 환대

아유타야 시대의 라마 3세가 중국과의 교류를 기념하기 위해 보트 모양으로 지었다는 얀나와 사원Yannawa Temple. 이곳을 지척에 둔 짜오프라야 강변에서는 불교 의식 중 하나인 물고기 방생이 이뤄진다. 메칼라피어Mekhala Pier 앞 작은 노점상에서 물고기 먹이용 식빵을 구입해 강물 속으로 조금씩 떼어 넣기 시작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얼마나 소심한 행동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짜오프라야강에 서식하는 메기과의 자이언트 캣피시는 생각보다 수와 크기가 만만치 않았기에. 사람 팔뚝만 한 식빵 하나를 통째로 던져주니 서로 먹겠다며 거센 물보라가 일 정도로 전투를 벌이는 물고기 떼, 선착장 지붕 위로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비둘기 떼의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며 도시에서 보기엔 비현실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강을 따라 움직인 방콕의 반나절은 넘치는 생동감으로 낯선 이방인의 여행을 반겼다. 

 

미니멀한 분위기의 킨 하우스.

한적한 골목에서 보물찾기

새로 생긴 힙한 공간에서 방콕의 새로운 트렌드를 엿볼 것. 

 

여유로운 오후에는 방콕의 트렌트가 한데 모인 통로 및 에카마이 일대로 가보는 건 어떨까. 구석구석 숨겨진 보물을 찾듯 카페와 소규모 상점을 탐방하기 좋은 동네다. BTS 통로역에서 가까운 블루 와일드 스페이스Blue Wild Space는 작은 가게들이 모여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는 복합공간이다. 한적한 골목 안쪽 작은 정원을 지나쳐 가정집 형태의 공간에 들어서면 그 안을 채우고 있는 가게 하나하나 아기자기한 맛을 드러낸다. 빈티지 장식품, 접시, 꽃병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숍 오이스터 앤 싱스Oyster and things, 일본식 차와 디저트를 내놓는 감성 카페 니치티Nichetea가 1층에서 방문자를 맞이한다. 2층 공간으로 올라가면 유자를 이용한 음료와 달콤한 누텔라 간식을 파는 아늑한 휴식 공간 카피스Capy’s 그리고 독특한 디자인의 100% 수제화를 쇼룸 형태로 선보이는 오이스터풋웨어Oysterfootwear 등 오밀조밀 밀집된 가게는 여행자의 숨겨둔 쇼핑 욕구를 이끌어낸다. @bluewild.space 

멀지 않은 곳으로 자리를 옮겨 미니멀 노르딕 스타일의 하얀 건물이 인상적인 킨 하우스A Keen House로 향해보자. 스쿰윗 지역의 인기 로컬 카페 중 하나로 공간, 디자인, 자연에 관심이 많은 두 형제가 만든 공간이라고. 불완전함의 미학을 나타내는 일본의 미적 관념인 와비사비Wabi-Sabi에서 영감을 받았다.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무드의 가구와 장식으로 꾸민 공간은 모던한 인테리어로 이뤄져 평온한 느낌을 준다. 온실처럼 채광이 좋은 1층 공간을 지나 갤러리 형태의 2층 공간에는 벽돌, 목재 조각, 원두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독특한 질감을 보여주는 ‘A Keen’ 로고 실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불완전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하는 이곳은 최근 3층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와비사비 꽃꽂이 워크숍을 여는 등 이곳의 세련된 분위기를 경험하는 이들에게 영감의 공간이 되고자 노력중이다. 시그너처 음료인 번트캐러멜 라테와 아몬드크림 콜드브루 등 섬세하게 준비된 커피와 수제 페이스트리 디저트를 맛보자. @akeenhouse 

 

태국의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MOCA 방콕.

방콕의 현대미술

여행자에게 영감을 주는 방콕의 아트 갤러리. 

 

방콕 시티시티 갤러리 
BANGKOK CITYCITY GALLERY 

2015년 태국 출신의 필름메이커이자 광고 제작자인 아카폴과 수년간 태국 창조&디자인센터의 큐레이터로 몸담았던 수카마스 파훌로가 설립했다. 모든 형태의 예술 창작에 열린 태도로 상업적 갤러리와 실험적인 프로젝트 공간을 융합해냈다. 단순한 매력을 지닌 갤러리 건물의 흰 외벽은 설립자들의 비전을 담고 있다. 방콕 도심 중앙 사톤 지역에 위치한 이 갤러리는 예술에 굶주린 도시인에게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고 있다. bangkokcitycity.com

 

방콕현대미술관
MOCA

태국 전통 예술과 문화 그리고 서양 미술에 영향을 받은 현대미술을 동시에 아우른다. DTAC의 창립자 분차이 벤차롱쿨이 30년 이상 수집한 예술 작품 8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태국 내 다양한 예술가들의 그림과 조각을 모아 선보이기도. 짜뚜짝의 까셋삿대학 인근에 위치하며, 입장료는 250바트. mocabangkok.com 

 

ATT19 

짜오프라야강 인근 태국 창조&디자인센터 가까이 자리한 아트 허브 공간. 1층은 골동품, 패션 등 모던과 클래식을 절충한 리테일 공간이며, 2층은 아트 갤러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선 태국의 신진 작가부터 호평받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까지 폭넓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att19.bkk

 

라마 8세 다리 인근의 방콕 야경.

불빛으로 수놓은 도시의 밤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화려한 야경과 함께 여행을 마무리하기.

 

리버 플로우 투어 

방콕을 가로지르는 짜오프라야강의 화려한 야경을 놓친다면 두고 두고 후회할 것. 밤의 강변을 누비는 여정을 시작해보자. 아난타라 호텔과 아바니 리버사이드 방콕 호텔 인근의 아난타라 선착장Anantara pier에서 출발해 라마 8세 다리를 반환점으로 삼아 돌아오는 마노라 디너 크루즈Manohra Dinner Cruise를 타고 짜오프라야강의 야경과 디너 코스를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 짜오프라야강을 앞에 둔 리버사이드 테라스에서 간단한 웰컴드링크와 핑거푸드를 즐긴 후 크루즈에 승선하는 것부터 흥미롭다. 저녁 7시에 출발해 약 2시간동안 타이 퀴진 디너 코스를 맛보며 감상하는 강변의 야경은 낮과는 다른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유럽풍의 정돈된 야시장과 관람차로 유명한 복합쇼핑몰 아시아티크를 시작으로 강 주변에 무수하게 들어선 유명 호텔, 그랜드 펠리스와 왓아룬 등 역사적 명소를 두루 아우르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방콕의 밤을 조망할 수 있다. 강 위를 스쳐 지나간 리버크루즈는 물론 강변에 자리한 레스토랑과 카페마다 사람들이 가득하다. 

 

아찔한 빌딩 위 낙원

하늘에 맞닿을 듯 치솟은 고층 빌딩 위에서도 방콕의 풍경을 한눈에 담아보자. 방콕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는 티추카Tichuca 루프톱 바는 도심 속 정글과 같은 비주얼을 뽐낸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문을 열고 들어서면 LED 조명으로 빛나는 나무가 눈길을 끈다. 그 아래 흥겨운 음악에 맞춰 젊은 현지인들이 춤을 추고 사진을 찍으며 현재를 즐긴다. 코즈모폴리턴과 블러디메리를 섞은 코즈모메리, 산미 있는 콜드브루 커피로 만든 베리즈 콜드브루 토닉 등 독창적인 시그너처 메뉴를 함께 곁들인 채 젊고 활기찬 방콕의 밤을 머릿속에 새겨본다. 입장 전 1층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음성 확인이 되어야 입장할 수 있으며, 검사 비용은 100바트다. 

 

멋스럽고 여유로운 시간을 제공하는 신 레스토랑&바.

 라스트 홀리데이 

방콕의 활기찬 분위기와 함께 완벽한 휴식을 누리다. 

 

지평선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광활하게 펼쳐진 방콕의 시티뷰와 그 아래 유유히 흐르는 짜오프라야강의 조화는 이곳에서의 휴가를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준다.모 던한 감각과 편안한 무드가 어우러져 균형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아바니 플러스 리버사이드 방콕Avani+ Riverside Bangkok Hotel에서 멋과 휴식을 모두 누려보자. 

이 호텔의 하이라이트는 최고층인 26층으로, 방콕 시내를 조망하며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인피니티 풀과 1980년대 아르데코 스타일로 방콕의 핫스폿이 된 신 레스토랑&바SEEN Restaurant & Bar가 나란히 자리한다. 식탁 위의 혁신을 선보이는 알렉산드레 카스탈디Alexandre Castaldi 수석 셰프의 차별성 갖춘 요리에 화려한 수상 경력에 빛나는 헤드 믹솔로지스트 모카마드 팔디Mochammad Fadli의 특별한 칵테일을 곁들여 럭셔리한 무드를 자아낸다. 유쾌한 방콕의 밤을 원한다면 텔미아임낫드렁크Tell me i’m not drunk 같은 위트 있는 디저트를 주문해보자. 

 

스카이라인 레스토랑의 해산물 디너.

높은 층고와 짜오프라야강의 전경이 개방감을 주는 11층에서는 롱바Long bar와 스카이라인 레스토랑Skyline Restaurant이 숙련된 호스피탤리티를 통해 여행자를 만족시킨다. 타이음식을 시작으로 인도, 이탈리아, 웨스턴 등 다양한 세계 음식이 준비된 롱바는 공간 중앙에 당구대가 마련되어 가볍게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한편에 놓인 아이맥과 아이패드로는 간단한 비즈니스 업무가 가능하다. 스카이라인의 조식 뷔페는 아시안과 유럽식 메뉴가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으며, 저녁뷔페는 레스토랑을 벗어나 로비 공간까지 활용하여 더욱 다채롭다. 

아바니플러스 리버사이드 방콕은 248개 전 객실 리버뷰로, 방콕의 전경을 감상하며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아바니 파노라마 리버뷰 주니어 스위트 객실은 넓은 킹베드를 기본으로 아늑한 인테리어, 강을 바라보며 입욕을 즐길 수 있는 창가 욕조가 특징이다. 침실 협탁 위에 표시된 QR코드에 접속하면 숙면을 유도하는 아바니 슬립 플레이리스트를 들을 수 있으며, 복도와 객실 내에 걸린 예술작품도 품격 있는 휴식에 일조한다. 시트를 교체하고 싶으면 ‘Reduce, Reuse, Recycle’ 카드를 침구 위에 올려두면 된다.

여독 해소법도 이 호텔에서 찾을 수 있다. 아바니핏에선 최신 유산소운동 장비를 구비해 평소의 운동 루틴 유지를 돕는다. 스트레칭 기법을 결합한 오일 마사지를 통해 투숙객의 신체 컨디션에 따라 맞춤형 관리를 선보이는 아바니스파의 시그너처 터치 트리트먼트 또한 인상적이다. 

아바니플러스 리버사이드 방콕 1층 로비와 연결된 리버사이드 플라자Riverside Plaza에는 여러 상점, 레스토랑, 바가 입점되어 멀리 나가지 않고도 호텔 내에서 해결 가능하며, 셔틀 보트를 타고 BTS 역이 있는 사판탁신 부두까지 이동할 수 있다. 

 

인티니티 풀에서 즐기는 방콕 시티뷰.
글. 김보연BO-YEON KIM
사진. 김보연BO-YEON KIM,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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