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의 심장부인 칠레 토레스델파이네 국립공원을 걸으며 섬세하고 환상적인 원더랜드와 만난다.
토레스델파이네의 산들이 멀리 지평선에 솟은 뾰족한 이빨처럼 보인다. 칠레의 최남단 푼타아레나스Punta Arenas에서 출발해 차를 타고 북쪽으로 5시간 이동하자 금방이라도 폭풍이 몰아칠 것처럼 하늘이 어두워졌다. 주변에는 눈길 닿는 곳마다 뼈가 있었다. 짐승의 해골, 다른 짐승으로부터 공격당해 딱딱하게 굳은 피부가 말라붙어 있는 짐승의 뼈, 게다가 죽은 지 얼마 안 된 동물 시체도 보였다.
어디선가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먼 산에서 하얀 눈보라를 일으키며 눈이 쏟아져 내렸다. 토레스델파이네는 현지어로 ‘파란 탑’을 뜻한다. 이 파란 탑은 우리 뒤에서 일어난 눈사태와 콘도르condor 새와 방치된 짐승의 뼈와 어디선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퓨마puma를 뜻하기도 한다.
“이제 퓨마의 시간이에요, 제가 좋아하지 않는.” 가이드인 제랄딘 레타말Geraldinne Retamal이 말했다. 그녀는 우리 하이킹 그룹에게 이곳의 복잡한 지형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화강암으로 된 산꼭대기부터 구릉지대에 이르는 광대한 서식지에는 직접 말을 타며 목장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플라밍고flamingo와 구아나코guanaco(안데스산맥에 사는 야생 라마llama)와 레아rhea(일종의타조)와 이곳의 무자비한 날씨를 암시하는 구부러지고 비틀어진 나무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10년 전에 야생 고양잇과에 속하는 동물에게 목숨을 잃은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거기가 어디예요?” 나는 멀리 떨어진 곳이라는 대답을 기대하며 물었다. “바로 저기요.” 제랄딘은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고작 30m 떨어져 있는 바위를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