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팔래치아 산맥의 북부에 위치한 화이트마운틴스. 신혼여행 겸 60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판 <냇지오 트래블러> 전 객원 에디터가 정상에 오른다.
아침이 낮으로 바뀌고 있다. 집에 있었다면 아직 신혼인 우리 둘은 눈부신 햇살을 즐기며 늘어져 있을 시간이다. 남편 짐Jim과 함께 헐렁한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편하게 쉬고 있겠지. 하지만 지금 우리는 화이트마운틴스산맥White Mountains의 줄기인 프레지덴셜산맥을 따라 이틀째 하이킹을 하고 있다.
오늘만 벌써 세 시간째 산에 오르고 있다. 방금 전까지도 프레지덴셜에서 가장 높은 워싱턴 봉우리에 올랐다. 이 봉우리에 부는 바람은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빠른 풍속을 기록한 바 있다. 산 정상에 있는 풍속계가 시속 129km를 가리키고 있다. 온도계 수은주가 섭씨 3도를 오락가락한다. 이번 등산이 힘든 건 얼굴을 마구 때리는 바람이나 무릎 통증 때문이 아니다. 하루 하고도 반나절을 쉬지 않고 하이킹했지만, 안개 때문에 멋진 전망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탓인지 점점 지쳐간다.
트레일을 따라 터벅터벅 걷고 있는 등산화 뒤꿈치만 보일 뿐. 만약 발이라도 헛디디면 크게 다칠지도 모른다. “산에 왜 오자고 했어요? 구름밖에 안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