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로 ‘봄의 언덕’을 뜻하는 텔아비브는 1년 중 맑은 날이 300일이나 될 정도로 화창하다. 날씨보다 더 활기찬 마켓, 찬란한 해변, 비건과 미식으로 매일이 생기롭다.
이스라엘 서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텔아비브는 다양한 별칭을 가지고 있다. 제1차 중동전쟁 당시 요르단이 예루살렘을 점령해 텔아비브가 임시수도로 지정됐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대사관이 텔아비브에 위치하며, 국제법상 수도라 불린다. 텔아비브를 화이트 시티라 칭하기도 하는데, 이는 하얀색 건물이 유독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중 대부분이 193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에 독일식 건축양식인 바우하우스 양식으로 지어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화이트 시티는 하얀 배경 덕분에 도시의 모든 색이 도드라진다. 텔아비브의 눈부신 햇빛 속에서 다채롭게 변하는 도시를 만나본다.
KNOW IT
비건에 대하여
건강하게 순수하게 자유롭게.
이스라엘의 행정수도로 일컬어지는 텔아비브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도 유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엿보인다. 코셔Kosher는 유대교 율법에 따라 식재료를 선택하고 조리한 정결 음식으로, 코셔 호텔과 레스토랑에서는 이에 어긋나는 새우, 가재, 돼지고기 등을 볼 수 없다. 어쩌면 텔아비브에 사는 인구의 절반인 20만 명의 사람들이 비건Vegan인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비건은 우유와 달걀을 먹지 않고 실크와 가죽을 사용하지 않는, 보다 적극적인 채식주의자다. 덕분에 도시에는 400여 개의 비건 식당이 있는데, 그 종류가 몹시 다양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비건의 초록색 경계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텔아비브 중남부 스데로트 워싱턴 스트리트Sderot Washington Street에 자리한 코코COCO는 비건 초콜릿을 전문으로 만든다. 대부분의 초콜릿에 들어가는 설탕, 우유 등이 들어가지 않아 왠지 맛이 떨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견과류가 콕콕 박힌 수십 가지 초콜릿 중 하나를 베어 무는 순간 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아이스크림마저 비건이다. 나할랏 벤야민 스트리트Nahalat Binyamin Street에 있는 아르테 글리더리아Arte Glideria는 다빈치의 드로잉 <비트루비안 맨>을 가게의 로고로 삼으며, 완벽히 순수한 자연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위해 날마다 연구하고 있다. 레몬 향이 상큼하게 풍기는 셔벗을 주문해보자.
EAT IT
이렇게 먹고
저렇게 먹고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 수 있는 텔아비브의 다섯 가지 음식.
1 둥글게 둥글게
거리 곳곳에서 동그란 모양의 음식을 오물오물 먹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팔라펠Falafel은 물에 불린 병아리콩에 마늘, 양파, 파슬리, 고수, 톡 쏘는 향신료인 커민을 넣고 둥글게 빚어 튀긴 음식이다. 커민과 고수의 양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바삭한 겉과 부드럽게 채워진 속을 베어 무는 식감이 고로케를 연상시킨다. 마사릭 스퀘어Masaryk Square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하코셈HaKosem은 유난히 바삭한 팔라펠을 튀겨내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긴 줄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회전이 빨라 팔라펠이 담긴 접시를 금방 손에 올릴 수 있다.
2 데일리 양식
“후무스Hummus가 없는 이스라엘 식탁은 이야기가 없는 아라비안나이트와 같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후무스는 매 끼니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연한 노란색을 띠는 되직한 소스는 언뜻 매시드 포테이토처럼 보인다. 병아리콩, 타히니(참깨 페이스트), 마늘, 레몬즙, 소금, 올리브유 등을 한데 섞고 으깨어 만든다. 야르콘강Yarkon River 앞에 자리한 후무스 아슈카라Hummus Ashkara에서 후무스 볼을 맛보자. 후무스가 담긴 넓적한 피타Pitta 빵에 달걀을 얹어 촉촉하다. 안식일인 토요일에는 영업하지 않는다.
3 간단하게 한입
해변가에 앉아 샤와르마Shawarma를 먹으며 캐주얼한 식사를 즐겨보자. 긴 꼬챙이에 양념한 고기를 꽂고 숯불이나 전기 화로 앞에서 돌려가며 천천히 익힌다. 피타 빵에 얇게 저민 고기, 감자튀김, 채소샐러드 등을 넣고 돌돌 말아 먹는다. 채소 덕분에 고기와 감자의 조합이 텁텁하지 않게 느껴진다. 프리시맨 비치Frishman Beach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5분 정도 이동하면 야시카 샤와르마Yashka Shawarma가 나온다. 칠면조나 송아지 고기를 바게트에 듬뿍 담아낸다. 달달한 카레 망고 소스가 신의 한 수!
4 에그 인 헬
토마토, 고추, 양파로 만든 소스에 수란을 넣은 샥슈카Shakshuka는 국내에서 ‘에그 인 헬’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부글부글 끓는 붉은색 토마토소스가 마치 지옥 불처럼 보였기 때문. 푹 익은 토마토와 수란이 매콤한 맛을 중화해 새콤하면서도 부드럽다. 샥슈카는 히브리어로 아침 식사와 동의어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먹는 음식이다. 1991년, 시계탑 남부에 문을 연 닥터 샥슈카Dr. Shakshuka는 그 이름에 걸맞게 소시지, 버섯, 가지, 치킨 등 무려 9가지 종류의 샥슈카를 선보인다.
5 달콤하다
달달한 과자의 일종인 할바Halva는 기본적으로 타히니에 설탕, 해바라기씨유를 넣어 만든다. 여기에 취향껏 과일, 초콜릿, 견과류를 더해 다양한 맛을 낸다. 번화가인 알루프 칼맨 마겐 스트리트Aluf Kalman Magen Street에 위치한 사로나 마켓Sarona Market에서 수십 종류의 할바를 만날 수 있다. 시폰 케이크 모양의 할바가 3층짜리 진열대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손으로 똑똑 부러뜨린 할바를 입에 넣으면, 솜사탕과 누가 사탕 사이 그 어디쯤을 맛볼 수 있다.
SEE IT
인생은
아름다워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지중해의 관문에 들어서다.
컬러풀한 거리
텔아비브가 건설되고 약 11년 후에 만들어진 카르멜 마켓Carmel Market은 도시에서 가장 큰 규모의 농산물 시장이다. 토마토, 석류, 복숭아, 포도 등 싱그러운 계절 과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자파 올드 시티에서 동남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알록달록한 거리가 나온다. 자파 플리 마켓Jaffa’s Flea Market의 가판대마다 앤티크한 인테리어 소품, 낡은 악기, 오래된 음악 CD 등이 과거 속을 걷게 한다. 텔아비브 중남부에 자리한 나할랏 벤야민 수공예품 마켓Nahalat Binyamin Craft Market은 1987년에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문을 열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이 되면 예술가 200여 명이 파라솔 아래에 수공예 액세서리, 가방, 옷 등을 펼쳐놓는다.
해변에 누워
지중해를 접하고 있는 텔아비브는 14km의 길을 따라 다양한 분위기의 해변이 길게 이어져 있다. 연중 온화한 날씨로 1년 내내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덕분에, 텔아비브의 해변은 늘 여유롭다. 하바쿡 하나비 스트리트Havakuk Hanavi Street와 연결된 노르다우 비치Nordau Beach는 안식일인 토요일을 제외하고 격일로 성별에 따른 입장이 가능하다. 여성은 일・화・목요일에, 남성은 월・수・금요일에 노르다우 비치를 만끽할 수 있다. 아비브 비치Aviv Beach는 유독 모래가 고와 배구, 카이트 서핑 등 다양한 레포츠 활동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쉐라톤 텔아비브 호텔 맞은편에 위치한 고든 비치Gordon Beach에서 패들보드를 타거나 선베드에 누워 태닝을 하자.
낮보다 밝은 밤
텔아비브의 밤은 몹시 화려하다. 번화가인 로스차일드Rothschild 도로를 따라 네온사인이 반짝거린다. 전역한 군인이 운영한다는 아브락사스 바Abraxas Bar는 1980년대 댄스홀의 분위기를 풍긴다. 은은한 조명 덕분에 칵테일의 색이 오묘하게 빛난다. 현지 젊은이들이 자주 방문하는 테더Teder는 야외에 자리한 펍이다. 과거에는 해마다 팝업 형식으로 몇 달 동안만 문을 열었으나 현재는 하나의 공간으로 자리 잡아 수제 피자를 먹으며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음악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다면 파사즈Pasaz 클럽으로 향하자. 힙합, 블루스, 록 등 여러 장르의 라이브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