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되지 않은 날것의 아름다움을 탐닉하다.”
BOHOL PROVINCE
9°49'60"N 124°10'0"E
약 7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에서 10번째로 큰 섬인 보홀Bohol Province은 여행자의 모험심을 자극하는 곳이다. 인천에서 보홀을 잇는 항공편이 없어 세부에서 페리를 타고 2시간 정도 이동해야 하는데, 이 수고로움 뒤에는 꾸밈없이 보존된 자연과 문화와 역사가 펼쳐진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인 트라이시클을 타고 고대문명이 깃든 탁빌라란 국립박물관Tagbilaran National Museum으로 향해보자. 이곳에서 보홀 본연의 모습인 지질학적 유물과 암석 등을 탐구하고, 여전히 생동하는 섬의 강과 숲과 야생동물의 터전 속으로 발을 내디뎌본다.
KNOW IT
살아 숨 쉬는 야생
희귀한 로컬 동물의 삶을 관찰하다.
광활한 로이 인테리어 로드를 따라 이동하면 안경원숭이 보호구역Tarsier Conservation Area에 닿는다. 커다란 눈 덕분에 안경원숭이라는 별명을 얻은 타르시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영장류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원숭이는 4500만 년 전부터 필리핀 남부 지역에서 활동해왔으며, 예민한 성격 탓에 서식지가 바뀌면 생존하지 못해 오직 이 섬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앙증맞은 외모와 달리 밤에는 귀뚜라미, 개구리, 딱정벌레, 도마뱀 등을 잡아먹는 야행성 사냥꾼으로 변모한다. 낮에는 주로 나뭇가지에 매달려 휴식을 취하고 있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관람이 허용된다.
도보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나비 보호센터Habitat Butterflies Conservation Center에서는 무려 300종 이상의 나비를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 유충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을 담은 전시장과 꽃이 가득 핀 정원을 방문해보자. 위트 있는 가이드의 안내가 더해져 나비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 기프트 숍에서는 현지 마을 사람들이 나비를 모티브로 만든 각종 수공예품을 판매한다.
보홀 네이티브 파이톤 앤 와일드라이프 파크Bohol Native Python and Wildlife Park로 들어서자 어느 여행자의 몸에 감긴 커다란 뱀이 눈에 띈다. 버미즈 파이톤이라 불리는 이 뱀은 독이 없고 온순해 종종 이와 같은 장면을 연출해낸다. 기하학무늬로 뒤덮인 몸체는 최대 6m까지 자라며 아나콘다와 견줄 만큼 굵게 성장한다. 대부분 물속에서 생활하지만 간혹 재빠르게 나무를 타기도 한다고. 단, 안전을 위해 반드시 가이드의 동행 하에 체험을 즐기도록 하자.
이른 아침, 보홀 남부의 민다나오해Mindanao Sea에 배를 띄운다. 유독 물이 맑은 이곳에서는 병코돌고래, 스피너돌고래, 점박이돌고래, 향유고래, 브라이드고래 등 11종 이상의 다양한 돌고래와 고래를 마주할 수 있다. 매우 드물게 대왕고래가 출몰하기도 하는데 2012년까지 총 7번밖에 목격되지 않았다고 한다. 인접한 파밀라칸섬Pamilacan Island이나 스네이크섬Snake Island에 들러 바다거북, 곰치, 갯민숭달팽이 등을 함께 관찰해도 좋다.
SEE IT
숲속을 걸어요
섬 곳곳에서 만끽하는 삼림욕!
로복Loboc과 빌라Bilar, 두 마을의 경계선에 약 2km에 걸쳐 마호가니 숲이 조성되어 있다. 맨메이드 포레스트Man-made Forest는 1960년대 필리핀 정부가 홍수를 방지하고 산림 육성 정책을 실천하고자 만들었다. 인공적으로 구현된 숲답게 나무들의 높이가 균일하고 모양이 일정한 편이다. 평균 27℃를 웃도는 열대기후인 보홀에서 색다른 기온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숲에 들어서는 순간 불어오는 쾌적한 바람이 여행자의 지친 몸과 마음을 환기시킨다. 이 지대는 햇빛이 거의 비치지 않고 비가 자주 내리는데 현지인들은 그 이유를 숲의 영험함에서 찾는다고 한다. 웅장하게 뻗은 나무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거나 자전거를 타고 숲속을 누벼보자. 맨메이드 포레스트를 벗어나자마자 다시 버스가 오가는 아스팔트 길이 등장해 마치 초자연적 공간에 머물렀던 느낌이 든다.
카르멘Carmen 마을에서는 반복되는 곡선이 인상적인 초콜릿 힐스Chocolate Hills에 올라본다. 200만 년 전 바닷속에 퇴적되어 있던 산호섬들이 융기되어 형성된 1268개의 언덕이 감탄을 자아낸다. 이 원뿔형 언덕이 키세스 초콜릿 모양을 연상시켜 초콜릿 힐스라 불리게 되었다. 건기에는 푸른색을 띠던 잎이 마르면서 진한 갈색으로 변해 그 이름에 더욱 걸맞은 여행지가 된다. 경사진 계단 끝에 적혀 있는 재미난 글귀들이 섬 전경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마침내 도착한 전망대에서 보홀을 360도로 조망해보자. 빽빽한 야자수가 미니어처처럼 작게 보인다. 참고로, 섬 어느 곳에서나 원뿔형 모양의 피넛 키세스 초콜릿을 맛볼 수 있다. 보홀에서 수확한 땅콩을 넣어 식감이 굉장히 바삭바삭하다.
로컬 허브에 관심이 있다면 보홀 비 팜Bohol Bee Farm이 진행하는 팜 투어에 참여해보자. 싱그러운 허브가 가득한 공간에서 농부의 설명을 들으며 그 쓰임새에 대해 배운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직접 재배한 허브로 벌레 퇴치용 스프레이, 립밤, 음료 등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구아바나 레몬그라스를 우려낸 차를 시음해봐도 좋다. 살충제를 뿌리지 않고 기본 퇴비만으로 정성껏 가꿔 향의 깊이가 남다르다. 투어에는 허브 외에도 양봉 체험과 현지인들의 전통적인 직조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시연회가 포함된다.
DO IT
필리피노 아마존
로복강의 거친 물살을 가르는 세 가지 방법.
카르멘 마을에서 발원해 민다나오해로 흐르는 로복강Loboc River은 말굽 모양의 산봉우리로 둘러싸여 있다. 총 길이가 21km에 이르는 이곳은 섬에서 가장 긴 강으로 손꼽히며, 강 주변의 울창한 열대우림 덕분에 보홀의 아마존이라 불리기도 한다.
물 위에서
로복강 크루즈에 탑승하면 1시간 동안 에메랄드빛 강물과 날것 그대로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라이브 밴드의 연주와 전통복을 입은 댄서의 춤이 어우러져 흥미를 더한다. 30분이 지날 무렵에는 필리핀 원주민인 아티족이 사는 마을에 들러 그들의 문화를 체득해 본다. 아티족을 따라서 활시위를 당기는 시늉을 해 보거나 얕은 물가에서 수영을 하거나 해변에서 작은 파충류를 들여다봐도 좋다. 또한 일정 중에 선상 뷔페를 선보이니 보홀식 해산물을 마음껏 즐겨보자.
하늘 위에서
로복강 위를 스릴 있게 달리고 싶다면 로복 에코투어리즘 어드벤처 파크Loboc Ecotourism Adventure Park를 추천한다. 일종의 테마파크인 이곳에서는 다채로운 로컬 액티비티를 제공한다. 약 120m 높이에서 500m 구간을 순식간에 이동하는 집라인을 탈 수 있다. 시작점에서 출발해 도착점에 이르는 데 겨우 1분 남짓 소요된다. 그보다 조금 아래 100m 높이에서는 케이블카가 운영 중이다. 최대 성인 5명이 한 번에 탑승할 수 있으며 집라인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강 위를 이동하는 동안 영상 촬영을 하기 적절하다. 해당 공원은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문을 열며, 강우량이 적은 12~3월에 방문객이 가장 많다.
다리 위에서
대나무를 엮어 만든 로복 행잉 브리지Loboc Hanging Bridge는 발걸음에 따라 흔들림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본래 마을 사람들이 강 너머를 오갈 때 이용하던 다리라 길이 40m, 높이 25m로 비교적 규모가 작다. 점차 여행자가 몰려들면서 안전을 위해 다리의 일부를 스틸 케이블로 보수했다고 한다. 거친 질감의 다리와 로복강을 배경으로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한 장면을 재현해보는 건 어떨까.
냇지오와 탐험하기!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히낙다난 동굴Hinagdanan Cave에서 지질학적 탐구를 이어가 보자. 약 100m 길이의 이 동굴은 기묘한 석순과 종유석 등이 가득하다. 바닥의 녹색 석호는 과거 목욕탕으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관람만 가능하다. 천장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햇빛이 스며드는데 이로 인해 박쥐는 거주하지 않고 여타 새들이 동굴에서 잠을 청하곤 한다. 동굴 내부가 미끄러워 난간의 밧줄을 잡은 채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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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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