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부의 문화, 경제, 교통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비엔나의 겨울 정취를 만끽하다.
비엔나는 교차의 도시다. 도나우강이 도심을 가로지르고, 한겨울에도 비교적 포근하다. 아직도 궁전에서는 이브닝 드레스와 테일 코트를 입은 젊은이들이 손을 잡고 춤을 춘다. 비에니즈들은 번화가의 모던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가도 너도밤나무가 우거진 빈의 숲에서 추억에 잠긴다. 비엔나에서 중세부터 현대까지 시간을 교차해 걸어본다.
KNOW IT
음악의 수도
루트비히 반 베토벤을 기념하며.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루트비히 반 베토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구스타프 말러 등. 비엔나는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주된 활동 무대다. 특히 베토벤은 비엔나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수많은 곡을 썼다. 초기에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과 모차르트로부터 배운 고전주의 양식을 충실히 따르던 그는 비엔나로 근거지를 옮기면서 개인적인 감정이 담긴 극적이고 강렬한 음악을 만들어갔다. 2020년은 베토벤이 탄생한 지 250주년이 되는 해다. 이에 발맞추어 비엔나 곳곳에서 베토벤을 추억하는 콘서트, 오페라, 전시회 등이 개최될 예정이다.
EAT IT
음미하다
조금씩 천천히 비엔나식으로.
1. 적당히 달고 부드럽게
멜랑쥬Melange는 연한 에스프레소에 우유 거품과 무가당 휘핑 크림을 얹은, 비엔나에서 널리 마시는 커피의 한 종류다. 카페 알트 빈Kaffee Alt Wien에 가면 원두 선별부터 로스팅, 추출 과정을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다. 바리스타가 방금 내린 멜랑쥬를 들고 카페 안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카페의 로고가 새겨진 커피 관련 소품, 유기농 커피 맥주, 초콜릿 등을 천천히 구경한다. 문을 나서기 전, 바리스타에게 커피 취향을 말하고 그에 맞게 블렌딩된 원두를 구매하자. www.altwien.at
2. 할머니의 손맛
매년 12월 5일은 ‘국제 자허토르테의 날National Sachertorte Day’이다. 자허토르테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디저트로, 초콜릿 스펀지 시트에 살구잼을 바른 뒤 빵 전체를 초콜릿으로 코팅한 수제 케이크다. 폴펜지온Vollpension에 들어서자 빈티지한 가구와 파트타임으로 근무 중인 하얀 머리의 어르신들이 눈에 띈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달콤한 케이크를 먹으며 가만히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마치 할머니댁에 놀러 온 듯 친근한 느낌이다. www.vollpension.wien
3. 바삭바삭
송아지고기 혹은 돼지고기 등을 망치로 열심히 두들겨 얇고 연하게 만든 후, 빵가루에 묻혀 바삭하게 튀긴 슈니첼Schnitzel은 흡사 돈가스를 연상시킨다. 빈 응용미술관 내에 위치한 살롱 플라퐁Salon Plafond은 비엔나 건축가 마이클 엠바허Michael Embacher가 직접 디자인한 레스토랑이다. 유럽의 고성을 연상시키는 외관과 화려한 문양의 천장이 인상적이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살롱 플라퐁에서 독일 출신 셰프 팀 멜저Tim Mälzer가 요리한 슈니첼을 맛보자. salonplafond.wien/en
4. 소 엉덩이
오스트리아의 황제였던 프란츠 요제프Franz Joseph 1세는 타펠스피츠Tafelspitz를 유난히 즐겨 먹었다. 독일어로 테이블을 뜻하는 타펠과 날카로운 끝부분을 의미하는 스피츠가 결합된 타펠스피츠는 소의 엉덩이살 중 꼬리뼈 부근으로 가늘어지는 부위를 사용한 음식이다. 글라시스 바이즐 Glacis Beisl의 야외 테라스에 앉아 타펠스피츠의 부드러운 식감을 음미한다. 주변에 나무가 우거져 있어 마치 피크닉을 온 듯한 느낌이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에 자리한 뮤지엄 쿼터로 걸음을 옮기면 여유롭게 문화 산책을 할 수 있다. www.glacisbeisl.at
SEE IT
반짝이는 도시
낭만주의자들의 겨울 사용법.
메리 크리스마스
11월 중순, 비엔나 시청 앞에서 수백 개의 친환경 LED 조명으로 꾸민 30m 높이의 트리가 화려한 크리스마스의 시작을 알린다. 비엔나 크리스마스 월드 마켓Rathausplatz Christkindlmarkt에서는 각종 디저트, 소시지, 따뜻한 펀치(과즙 음료) 등을 맛보거나 회전목마와 순록 열차를 탈 수 있다. 수공예품에 관심이 많다면 카를스플라츠 아트 어드벤트Karlsplatz Art Advent로 향하자.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시장과 다양한 공예품의 역사에 대해 들을 수 있다. 한 켠에 마련된 체험 세션에서 직접 그림을 그려 나만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만들어본다.
얼음 위에서
비엔나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스케이트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비너 아이스트라움Wiener Eistraum이 있다. 스케이트 신발을 예열해놓아 얼음 위에서도 발이 시리지 않다. 야외 매대와 오두막집에서 따뜻한 음료수와 음식을 판매해 추위에 언 몸을 순식간에 녹일 수도 있다. 내년 1월 22일~3월 1일까지 개장한다. 1월까지 기다리기 어렵다면, 11월 중순부터 운영하는 클라이네 아이스트라움Kleine Eistraum이 적합하다. 비너 아이스트라움의 3분의 1 크기지만 충분히 넓어 여유롭게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 12월 31일 제외, 1월 6일까지 개장한다.
재미있는 쇼핑
프라터 거리에 자리한 ‘센스’ 있는 편집숍을 방문해보자. 슈퍼센스Supersense에서는 오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미각으로 카페의 메뉴를 맛본 후 오래된 인쇄기로 나만의 카드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촉각 코너로 이동한다. 빈티지 카메라, 필름 등을 판매하는 시각 코너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유럽에서 아프리카 수공예품을 만날 수 있는 하바리Habari 내부는 기하학적 패턴으로 직조된 카펫, 쿠션 등 개성 강한 아이템이 가득하다. 세인트 찰스 아포테케Saint Charles Apotheke 약국에 도착하자 곳곳에 진열된 각종 천연 화장품, 뷰티 트리트먼트 제품이 눈에 띈다. 고유의 레시피로 만든 허브 오일을 취향에 맞게 구매할 수 있다.
해피 뉴 이어
연말 오후 2시부터 비엔나 제1구역이 몹시 붐빈다. 신년행사인 실베스터파드Silvesterpfad에서 판매되는 간식을 들고 민요를 듣다 보면 금세 축제 분위기에 동화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놀이공원인 프라터Prater 한복판에 있는 대관람차Riesenrad를 타고 비엔나의 시내를 내려다보며 특별한 새해를 맞이하자. 매해 1월 1일 오전 11시가 되면 라트하우스플라츠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Neujahrskonzert der Wiener Philharmoniker가 대형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된다. 웅장한 콘서트를 보며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