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베르겐은 단연 노르웨이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도시다. 도열한 목재 주택과 도시를 둘러싼 중세 항구는 고풍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이곳의 요리는 창의적인 한편, 주변의 야생 지대는 탐험하기에 최적이다.”
소요 시간 — 오슬로에서 비행기로 50분
여행 기간 — 3~4일
여행 타입 — 다양한 시공간을 탐닉하는 모험가
이런 선물 — 베르겐 국립미술관의 뮤지엄숍에서 산 뭉크 도록
베르겐에서의 삶을 규정할 때 ‘바다’를 빼놓을 수 없다. 여행하는 방법을 공유한다. 이 도시는 노르웨이의 피오르로 뒤덮인 서해안 남쪽에 자리한데다 이곳을 둘러싼 7개의 산에서 뻗어 나와 여러 섬과 만으로 갈라지는 인상적인 해안선과 만나는 까닭이다.
그렇게 형성된 해상 도시는 과거와 현재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오늘날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대구 산업이 번창하면서 생겨난 중세의 항구도시 브뤼겐Bryggen을 구경하고자 몰려든다. 항구는 베르겐이 1600년대에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큰 도시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피오르 또한 사람들을 매혹한다.
베르겐은 바다가 내다보이는 모든 반도의 가장자리까지 뻗어 나가고, 여행자들을 태운 배들은 정기적으로 드나들며 호기심 많은 승객들을 데리고 노르웨이에서 널리 알려진 험준한 바위투성이 수로를 구경시켜준다.
베르겐은 자신의 강점을 잘 알고 그것을 제대로 발휘한다. 수년에 걸쳐 해상무역의 성쇠를 겪으며 이 도시는 다양하고 풍부한 유산과 외부인들을 적극 수용하는 재능을 축적했다. 그 결과 이곳의 예술과 역사 그리고 풍미 가득한 식탁(이 도시는 유네스코 미식 도시이기도 하다)으로 여행자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자연 속으로 도피하려는 사람들에게 이곳보다 좋은 장소는 없다. 베르겐에서 출발해 도시의 가장자리 너머로 펼쳐지는 야생 지대를 탐험해보라. 끊임없이 발전하는 동시에 신중하게 보존되고 있는 베르겐은 시간의 시험을 견뎌낸 매력적인 도시다.
첫째 날
식사와 부두
오전
중세시대의 베르겐을 살짝 엿보고 싶다면 이 도시의 유서 깊은 항구 지구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보호지역으로 가보자. 붉은색, 호박색, 황토색으로 칠한 박공지붕을 얹은 목조 가옥이 늘어선 항구변은 이 도시와 비슷한 인상을 풍긴다. 베르겐의 상점과 식당, 아트 스튜디오가 한때 상업 초강대국인 한자동맹Hanseatic League의 기지 역할을 했던 62개의 유서 깊은 건물들에 마치 토끼장처럼 빽빽이 자리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지역은 인근 발레스트란Balestrand 마을과 더불어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에 등장하는 마법의 왕국 아렌델Arendelle에 영감을 준 곳이었다. 잠깐 쉬면서 페이스트리를 먹을 참이면 항구 주변에 있는 베이커 브룬Baker Brun에 들러 얼굴 크기만 한 시나몬 롤인 카넬불라르kanelbullar를 맛보자. bakerbrun.no
오후
베르겐의 창의적인 요식업계를 살펴보면 이곳의 항구들을 통해 들어온 세계적 영향을 실감할 수 있다. 만약 베르겐에서 점심으로 한 가지 요리만 주문한다면 플룩피스크plukkfisk를 권한다. 플룩피스크는 생선을 주재료로 한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솔푸드로 통한다. 오후에는 이 도시에서 사람들이 즐겨 찾는 산봉우리 중 하나인 플뢰위엔Fløyen에 오르느라 온 힘을 써야 하니 영양 보충이 필요하다. 물론 플뢰위엔 푸니쿨라Fløibanen funicular를 타면 단 몇 분 만에 산 정상까지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도시에서부터 구불구불 이어진 호젓한 숲길은 하이킹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최적이다. floyen.no
저녁
브뤼겐으로 다시 돌아와 노르웨이의 전통과 한자의 전통이 충돌하는 베르겐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인 브뤼겐 트락테우르테드Bryggen Tracteursted에서 이곳의 역사에 대해 알아본다. 이곳은 1708년부터 운영해온 식당답게 켜켜이 쌓인 시간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가령 이곳의 돌 바닥은 목조 건축물로 이뤄진 중세 지구에서 불이 허용된 유일한 방이었다는 뜻이다. 메뉴로는 대구 혀, 삭힌 송어, 순록 타르타르 같은 전통 별미를 한 입 크기의 노르웨이식 타파스와 함께 제공한다. 매운 청어스튜같이 좀 더 전통적인 요리도 준비되어 있다. 식사 후에는 뒤베케스Dyvekes 와인바에 들러 12세기에 지은 지하 포도주 저장고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역사적 외유를 마무리해도 좋겠다. bryggentracteursted.no
최고의 섬 여행
여행자의 성향에 따라
섬을 여행하는 방법을 공유한다.
하이커를 위하여: 아스쾨이
아스쾨이Askøy 섬에서 베르겐의 또 다른 면모를 엿본다. 항구에서 배를 타고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 도착한 섬은 탐험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다. 등산로를 따라가면 섬에서 가장 높은 지점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곳에서 보이는 뷔피오르Byfjord와 주변의 소트라Sotra 섬과 외가르덴Øygarden 섬의 전망은 맞은편 도시 전망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미식가를 위하여: 홀멘
미식 순례를 위해 홀멘Holmen 섬으로 향했다면 코넬리우스 쇠마트레스토란트Cornelius Sjømatrestaurant에 들러보자. 배를 타고 25분만 이동하면 섬에서 피오르와 산 너머 전망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기상 메뉴Meteorological Menu는 이곳의 악천후와 현지 어부들이 낚시 그물에서 잡아 올린 생선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corneliusrestaurant.no
소심한 일탈자를 위하여: 솔룬
베르겐에서 배를 타고 노르웨이의 최서단 섬으로 당일 여행을 떠날 수 있다. 6개의 다리와 5km 길이의 도로가 솔룬Solund 섬과 불란데트Bulandet 섬, 베를란데트Værlandet 섬을 비롯해 인근의 바위투성이 작은 섬들을 이어준다. 배를 타고 여행하는 것은 현지인들과 친해지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gofjords.com
둘째 날
박물관과 시장 그리고
사과주 양조장
오전
이 도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화시설 코데Kode에서 이곳의 문화를 즐기며 하루를 시작해본다. 코데는 베르겐에 있는 미술관 4곳과 작곡가 3인의 저택을 아우르는 문화공간이다. 5만 개가 넘는 물품이 곳곳에 전시돼 있어서 여행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곳을 찾기 좋다. 도시 중심부의 릴레 룽에고르드스반네Lille Lungegårdsvannet 호수 앞에 위치한 4개의 코데 미술관은 이 도시의 다양한 예술을 시대별로 구분해 조성하여 그 흐름을 훑어볼 수 있다. 시간을 충분히 들여 4곳 모두 찬찬히 둘러보자.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의 상징적인 작품 <절규>의 인상적인 스케치뿐만 아니라 오슬로를 제외하고 뭉크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코데3 미술관에서 좀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kodebergen.no
오후
300년 된 어시장에서 점심을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할 차례다. 항구를 따라 늘어선 노점(5~6월 영업)에서 바게트 샌드위치를 사든, 신선한 해산물을 손질하는 식당 안에 자리를 잡든 모두 이곳에 깊이 밴 풍부한 해산물 문화를 확실히 즐길 수 있다. 그다음엔 베르겐에서 매주 14차례 출항해 3시간 50분간 바다 위를 달리는 배를 타고 해안선과 이 도시의 인기 있는 군도를 탐험해보자. 목적지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길고 수심이 깊은 피오르인 송네피오르Sognefjord에 위치한 발레스트란Balestrand이다. 송네피오르는 내륙으로 193km 이상 뻗어 있어 요툰헤이멘Jotunheimen 산맥의 산기슭으로 이어진다.
저녁
배를 타고 발레스트란에 도착하면 마치 노르웨이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모험의 현장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빅토리아풍의 웅장한 목재 건물인 크비크네스 호텔Kviknes Hotel에 짐을 풀고 폭신한 안락의자에 앉아 저 너머로 보이는 피오르를 감상하자. 잠시 후 저녁식사는 세계 최북단에 위치한 사과주 양조장 겸 식당인 더 사이더 하우스The Cider House(6~8월 오픈)를 추천한다. 전통 음식을 맛보는 것은 물론 이곳 주인장 일가의 환영 인사를 받으며 과수원 투어와 사과주를 시음해볼 수 있다. 일가 중 한 명인 아게Åge는 가장 깊고 울림이 많은 지하 저장고에서 종종 그레고리오 성가 콘서트를 개최한다. kviknes.no
다섯 가지 산악 모험
보다 역동적인 베르겐 여행을 위하여.
집라인
노르웨이에서 가장 빠른 집라인을 타고 담력을 테스트해보자. 베르겐에서 가장 높은 산인 울리켄Ulriken 산에 자리한 유일한 식당 바깥에 집라인 출발 지점이 있다. 305m 높이에서 스릴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아찔한 풍경을 가로질러 도심 상공 아래 펼쳐진 장엄한 풍경을 선사한다. ulriken643.no
자전거
여름철엔 자전거를 빌려서 플뢰위엔 산속의 자전거 도로를 달려봐도 좋다. 도시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바위투성이 산비탈 길은 호수를 지나 숲을 관통한다. 이곳은 산악자전거를 즐기기에 적합한 지형으로 가파른 오르막길과 힘겨운 굽이진 길이 이어진다. bergenbysykkel.no, bimbimbikes.com
패들링
여러 여행사가 여행자들을 수로로 이끌고 나간다. 바다와 강이 유혹하지만 여름철에는 플뢰위엔 산에 있는 스코마케르디케트Skomakerdiket 호수에서 매일 무료로 제공하는 카누 타기 체험을 놓치지 말자. floyen.no
하이킹
베르겐에서 플뢰위엔 산과 울리켄 산이 많이 언급된다는 것을 눈치챘을 터이다. 두 산은 이 도시를 둘러싼 7개의 산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며, 도심을 벗어나 수많은 흥미진진한 모험을 펼칠 수 있는 근거지이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5시간 걸리는 비든 트레일Vidden Trail에서 두 산을 모두 즐겨보자.
캠핑
이 도시에서는 (특히 여름이라면) 반드시 호텔에 머물 필요는 없다. 이곳의 산속에서는 한 번에 최대 이틀까지 캠핑이 허용되기 때문. 텐트를 치고 자연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기 좋은 기회다. 자연에 더 가까이 가고 싶다면 식수원이 아닌 수역이라면 어디서든 수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아두자.
베르겐의 소리
노르웨이는 음악 연주의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데, 특히나 베르겐이 그러하다. 이곳은 1765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인 베르겐 필하모닉의 본고장이다. 또한 ‘베르겐 웨이브Bergen Wave’가 불며 이 도시의 음악가들이 방송 채널을 점령했던 1990년대에 노르웨이 현대 음악계의 중심 주자이기도 했다. 이 운동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가는 수많은 음악 공간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도시의 영향력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작곡가들의 거주지 3
올레 불 — 뤼쇠엔
베르겐 태생의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올레 불Ole Bull은 1800년대에 세계 전역을 돌아다니며 연주를 했지만, 말년에는 베르겐 바로 남쪽에 있는 뤼쇠엔Lysøen 섬의 한 빌라에서 여름을 보냈다. 가이드 투어를 통해 양파형 돔과 이국적인 가구들로 장식한 올레 불 빌라를 둘러보자. 그런 다음 섬을 굽이굽이 도는 13km 길을 산책하듯 걸어보자. lysoen.no
에드바르 그리그 — 트롤트하우겐
노르웨이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Grieg는 그의 눈부신 음악 활동기에 22년 동안 도시 외곽에 위치한 트롤트하우겐Troldhaugen 저택에서 살았다. 그가 자신의 가장 유명한 몇몇 작품을 작곡한 곳은 19세기 후반 그의 정원 오두막집이다. 잠깐 들러 작곡가의 집과 정원을 둘러보거나 현지 콘서트장에서 공연을 한 편 관람해도 좋다. griegmuseum.no
하랄 세베루 — 실유스퇼
노르웨이에서 가장 유명한 개인주택 중 하나로 언급되는 이 산간 농가 실유스퇼Siljustøl은 20세기 작곡가 하랄 세베루Harald Sæverud의 창의적인 안식처였다. 오늘날에는 등산로와 여름 콘서트, 유서 깊은 박물관이 베르겐에서 남쪽으로 13km 떨어진 이트레비그다Ytrebygda 자치구에 위치한 이 독특한 집을 둘러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siljustolmuseum.no
뜨거운 축제 4
최고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축제의 한가운데로.
나트재즈
NATTJAZZ5월 22~30일
재즈 축제에서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선율이 5월 말 베르겐 전역으로 울려 퍼진다. 청어 공장을 개조한 공연장인 베르프텟Verftet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유명 재즈 연주자들은 물론 신예예술가들이 대거 참여해 흥겨운 문화의 장으로 거듭난다. nattjazz.no
베르겐페스트
BERGENFEST6월 10~13일
유서 깊은 베르겐후스Bergenhus 요새를 배경으로 열리는 이 오랜 축제는 팝, 록, 힙합, 전자음악계의 거물들을 끌어모은다. bergenfest.no
비욘드 더 게이츠
BEYOND THE GATES8월 19~22일
그리그할렌Grieghallen 공연장에서 열리는 이 헤비메탈 행사에 등장한 올해의 연주자들로는 머시풀페이트Mercyful Fate와 아이들핸스Idle Hands, 트리뷸레이션Tribulation 등이 있다.
ticketmaster.no
빌빌 베스트
VIL VIL VEST9월 24~26일
이 축제와 음악산업 콘퍼런스는 국제적인 예술가들과 국내파 재능꾼들을 선보인다. 올해는 90여 개 그룹이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villvillvest.no
TRAVEL WISE
더 많은 정보
베이커 브룬
bakerbrun.no
바레 베스틀란
barevestland.no
브뤼겐 트락테우르테드
bryggentracteursted.no
뒤베케스
facebook.com/dyvekesvinkjeller
코데
kodebergen.no
크비크네스 호텔
kviknes.no
더 사이더 하우스
ciderhuset.no
베르겐 관광청
visitbergen.com
노르웨이 관광청
visitnorway.com
여행 방법
인천공항에서 베르겐공항까지 KLM네덜란드 항공이 암스테르담을 경유하는 노선을 운행한다. 소요 시간은 17시간 20분. 터키항공 이용 시 이스탄불과 오슬로를 경유해 20시간 50분 걸린다. 베르겐의 라디손 블루 로열 호텔Radisson Blu Royal Hotel의 더블룸은 996크로네(한화 약 13만원)부터이며, 객실만 제공한다. klm.co.kr, turkishairlin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