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90년 전 백성들이 손수 쌓아올린
산성에 둘러싸인 강화에서
수작手作의 정수를 경험하다.”
강화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서해로 흘러가는 하구에 위치해 일찍부터 국가를 보호하고 지키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1232년부터 1270년에 이르는 고려시대에는 대몽 항쟁을 위한 임시 수도가 되기도 했다. 당시 백성들은 고된 공역을 통해 궁궐과 관청을 짓고 내성・중성・외성을 축조해 3중성을 완성했다. ‘강화산성’이라고도 부르는 내성은 강화읍을 둘러싼 산과 고개로 연결되는 약 7.122km의 석축성이다. 강화 천도 당해에는 토성으로 축조되었으나 조선 숙종 때 석성으로 대대적인 개축 공사를 진행했고 조선시대 말기까지 여러 차례 보수를 거쳤다. 중성은 옥림리에서 신정리까지 약 11.39km에 달하며 판축 기법으로 지어졌다. 흙을 쌓고 다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강도를 높이는 이 기법은 인내심과 손재주를 요한다. 마지막으로 외성은 해안 방비용으로 초지리 초지돈대에서 대산리 적북돈대까지 약 23km에 이른다. 이렇듯 강화는 무려 41km가 넘는 관방유적을 직접 쌓아올린 이들이 살아온 터전으로 음식, 공예,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굽고 빚고 갈다
강화산성 서문 근처에서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긴다. 도보로 3분 거리에 위치한 강화명과 금방에서 갓 구워낸 수제 전병 과자를 내어놓은 모양이다. 보통 김이나 생강을 토핑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꽃새우, 사자발약쑥, 고려인삼 같은 로컬 특산물을 활용하고 있다. 승리호의 어부가 황산도에서 잡은 꽃새우를 첨가해 만든 새우전병은 건강한 새우깡 맛이 나 어린이 손님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다. 사자발약쑥은 과거 3년간 해풍에 말려 귀하게 다루던 진상 품목이었다. 이곳의 약쑥전병에는 냉정리에 있는 강화약쑥마당에서 재배한 쑥이 들어간다. 건조하고 나면 일반 쑥과 달리 허브 향이 은은하게 퍼져 음식에 풍미를 더한다. “인삼전병에는 역사가 담겨 있어요. 고려시대에 강화에 심어졌던 인삼이 6・25전쟁을 거쳐 개성인들에 의해 계승되었지요. 전병 반죽에 이 고려인삼을 갈아 넣으면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에요. 섬의 특성인 큰 일교차 덕분에 생삼이 유독 단단하고 알차거든요.”(김은미 대표) 덧붙여,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 중인 매장에서는 전병 과자 캐릭터인 금방이가 그려진 머그컵과 에코백 등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온수리에 자리한 금풍양조장은 1931년 문을 연 이래 백년양조장으로 불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총 4가지 전통주를 빚어낸다. 양조장을 인수한 1969년을 모티브로 삼은 6.9막걸리는 금풍양조장의 시그너처 술이다. “예로부터 물이 좋았다는 온수리의 지하수와 강화 무농약 쌀을 1:1 비율로 섞어 본연의 맛에 집중했습니다.”(양태석 대표) 덕분에 여행자는 탄산감이 없고 당도가 덜한 클래식 막걸리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곰과 호랑이가 마니산 앞에서 잔을 맞대고 있는 일러스트 커버가 인상적인 금학탁주는 골드, 블랙, 그린으로 나뉘어 취향에 맞게 선택하기 좋다.
금풍양조장은 단순히 전통주를 판매하는 곳에 그치지 않고 인터랙티브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특히 1층 옛 우물터를 둘러본 뒤 나무 계단을 오르는 여정은 마치 설화 속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2층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커다란 술항아리가 눈에 띈다. 과거에는 이곳에 동일한 술항아리가 무려 30개나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전등사에 기증한 것을 제외하고 일부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바닥에 쌓인 항아리 파편은 일종의 방명록으로 사용되어 표면마다 손글씨가 빼곡하다. 오는 7월에는 이 장소에서 ‘자화상’을 주제로 전시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스테인드글라스와 거울을 비치해 ‘술을 마시고 벌게진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라’는 유머러스한 취지를 담아낸다.
방금 로스팅한 신선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우트우트로 향하자. 온라인에서 블렌딩 원두를 판매할 정도로 품질 좋은 생두를 취급한다. 가장 대중적인 너티 브라운, 과일처럼 상큼한 썸머 블렌드 등을 선보인다. 늦은 오후, 정갈한 논과 밭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서 수제 바닐라빈 크림을 올린 우트라테를 음미해보는 건 어떨까.
메이드 인 강화
꽃이 만개한 강화대로를 따라 이동하니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선 키 작은 왕골 묘목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건물은 강화도령 화문석이라 적힌 새하얀 간판을 내걸고 있다. 화문석의 역사는 약 1600년 전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좌식으로 생활하던 우리 조상들은 주변에 있는 짚풀, 부들, 갈대 등의 자연 재료로 자리를 만들어 더위와 추위를 피하곤 했다. 그중 왕골로 만든 화문석을 최고급 자리라 평했는데, 파종부터 제작까지 자그마치 60만 번의 손길을 거쳐 탄생하기 때문이다. 왕골을 생산하는 데만 해도 파종, 모내기, 제초, 줄매기, 수확, 쪼개기, 세척, 건조, 분류, 염색의 10여 가지 공정을 거친다. 그리고 공예품인 화문석이 되려면 이후에도 고드랫돌에 실을 감아 틀에 걸쳐놓고 교차해 왕골을 한 줄기씩 엮어나가야 한다. 6자 크기를 기준으로 2명이 10일을 꼬박 짜야 겨우 자리 한 장이 완성된다. 화문석에는 용, 봉황, 사슴, 연꽃 등 여러 문양을 새기는데 그중 흔히 볼 수 있는 아자문은 연속무늬로 이루어졌을 때 장수를 나타낸다고 한다. 강화도령 화문석에서는 최대 100명까지 체험 코스에 참여할 수 있다. 왕골자연농장에서 시작해 화문석 장인을 만나는 팩토리, 디자인 연구소, 전시장 등을 아우른다. 특히 소음발이나 컵받침을 만드는 프로그램은 사적인 의미를 부여한 인테리어 소품을 제작할 수 있어 관심도가 높다. 핸드메이드 화문석은 변색을 방지하기 위해 귤껍질 우린 물에 적셔 닦는 등 관리법이 각별하니 참고하자.
금동산과 맞닿은 호박골에서 도자기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는 마노공작소. 화사한 노란색 공간에서 정교한 식기류를 만들어보자. 기본적인 원형 그릇을 비롯해 꽃무늬를 그려 넣은 볼, 굴곡진 컵 등을 정성스레 빚어본다. 혹은 감각적인 도형을 엮어 풍경으로 달아도 좋다. 쇳조각으로 만든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청아한 소리를 낸다. 수업은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하며, 체험 품목에 따라 비용이 상이하다.
강화풍물시장 건너편 층 낮은 건물 사이에 자리한 오늘도소잉은 손수 맞춤옷을 지어볼 수 있는 재봉틀공방이다. 양쪽 벽을 따라 재봉틀이 늘어서 있고 벽걸이 선반에는 각종 색실이 가득하다. 클래스는 정규, 원데이, 실용 의상, 패브릭 소품 총 4가지이며 오전반, 오후반, 야간반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다가오는 여름을 맞이하며 인견이나 리넨으로 시원한 홈웨어와 셔츠를 제작해본다. 재봉틀 페달을 처음 밟는 두려움은 잠시, 어느새 리드미컬한 소리에 깊이 몰입하게 된다.
INSIDER
왕골공예마을 가는 길
강화나들길 18코스를 따라
걸으면 5월 초엔 매화마름을,
8월에는 왕골을 볼 수 있다.
강화역사박물관
2010년에 개관한 곳으로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영상실,
뮤지엄 숍 등을 갖추고 있다.
상설전시실에는 강화의 선사시대
유적지와 고려왕릉에서 출토된
유물을 비롯해 전통 사찰의 소장품
등이 진열되어 있다.
석조여래입상
봉천산 아래에 자리한 고려시대의
석조불상. 현재는 전각 안에
들어서 있다. 형식적인 옷 주름,
움츠린 어깨, 짧은 목, 양감이
있는 얼굴 등을 통해 당대 불상의
특징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
양오저수지
일출이나 일몰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이자 토종붕어를 만나려는
낚시꾼이 몰려드는 곳이다.
면적이 13만 평에 달하며 평균
수심은 2.5m 정도다. 인근
수상 방갈로에 투숙해 시간대별
저수지를 탐험해보자.
화문석문화관
왕골공예품의 역사와 변천
과정이 궁금하다면 이곳으로
향하자. 로컬 장인과 함께 각종
소품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골격의 재해석
마치 낡은 테마파크에 들어서는 듯한 느낌을 주는 조양방직은 1933년에 설립된 국내 최대의 방직 회사였다. 하지만 이곳은 주요 산업의 변화로 인해 단무지공장과 젓갈공장을 거쳐 1980년 무렵 폐허가 되었다. 그러나 약 40년이 지난 2018년, 조양방직은 ‘신문리 미술관’이라는 부제를 달고 재기했다. “이 공간은 죽었던 게 아니라 단지 긴 동면을 거친 것뿐입니다.” 인사동에서 ‘고미술품 소장가’라 불렸던 이용철 대표는 기존의 골자는 그대로 유지하되, 복원이 불가능한 부분에만 과감히 변화를 줬다. 고스란히 남은 틀 위에 방직 기계 대신 오브제를 올리거나 완전히 허물어진 벽에 큰 창을 내는 식이다. 그가 선호하는 스폿은 ‘벽 1・2’라고 이름 붙인 오른쪽 벽면이다. “세월이 만든 작품이죠. 누군가는 망가진 벽이라고 말하지만 새것이 흉내 낼 수 없는 ‘방치의 멋’이 있어요.” 이 벽면을 활용해 곧 <모던 타임즈>, <로미오와 줄리엣> 등 고전 흑백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라고. 카운터에서 명장의 천연 발효법이 깃든 소금빵을 주문한 후 이용철 대표가 유럽에서 수집한 수천 점의 작품을 여유롭게 감상해보자.
조양방직은 쇠락 이전에 조양견직, 경화직물 등 사주를 바꾸어가며 명맥을 이어가고자 노력했다. 조양견직에서 일했던 마진수 씨도 그 노력의 일환으로 1956년 평화직물을 세웠고 10년 후 아들 마영환 씨가 신형 염색기와 직조기 30대로 하루 50필의 양단을 생산했다고 한다. 현재 이곳은 소창체험관이라는 테마관으로 탈바꿈했다. 총 6개의 독채로 이루어진 내부는 전시관, 다도관, 체험관, 직조시연관, 기념품전시관으로 구분된다. 1938년에 건축한 다도관에서는 차 시음회와 더불어 실제 소창의 쓰임을 경험할 수 있다. 막 끓여낸 순무차를 마시며 찻잔 덮개, 방석, 커튼으로 변모한 소창의 면면을 살펴본다.
한편, 길상면에 위치한 온수리성당은 한옥과 양옥이 교차하는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강화가 영국 성공회의 선교지가 된 해는 1893년. 선교사 워너가 갑곶이에서 고아와 거지를 돌봤다는 기록이 있다. 1897년에는 의사 로스가 난저골로 불렸던 온수리에 진료소를 설치하고 3000명이 넘는 환자를 치료했다고 한다. 그의 의료 활동으로 교세가 급격히 성장한 1906년, 평신도들이 돈을 모으고 땅을 헌납해 기존의 것을 헐고 새 성당을 직접 짓기에 이른다. 십자가를 제외하면 외관은 향교처럼 평범한 모양새지만, 내부에는 바실리카 양식을 기반으로 열두 사도를 상징하는 기둥 12개를 설치했다. 그리고 2004년, 바로 옆에 양옥 성당이 축성되며 지금과 같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교인 외에도 건축과 역사와 사진에 관심이 많은 각지의 여행자를 불러모으고 있다.
온몸 여행
적극적으로 즐기는 섬 액티비티!
루지
곤돌라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 섬의
풍경을 조망한 뒤 스키 슬로프에
조성된 1.8km 트랙을 통과하며
다이내믹하게 하강해보자. 해당
루지는 강화씨사이드리조트에서
즐길 수 있으며 곤돌라를 포함한
이용권을 판매한다.
집라인
강화 중앙부 혈구산에 위치한
티앤림레포츠파크에서 집라인
5코스를 즐겨본다. 이외에도
어드벤처코스 18개, 클라이밍 등
다양한 레포츠를 만끽해보자.
사계절썰매
무려 3만 평 규모의
옥토끼우주센터에서는 사계절
내내 썰매를 탈 수 있다.
한여름에는 안개 분수를 뿌리고
겨울에는 인공 눈을 날린다.
운영 시간은 기후 사정에 따라
변경되거나 제한되기도 한다.
골프
1957년 석모도 간척사업으로
삼량염전이 되었던 땅에 세워진
유니아일랜드. 6897m를
상회하는 전장으로 국제 대회
기준에 미치는 골프 코스를
제공한다.
등산
강화에는 명산으로 손꼽히는
마니산을 포함해 고려산, 해명산,
봉천산, 길상산, 진강산, 별립산,
별악산, 화개산, 수정산, 봉구산,
정족산 등이 자리한다. 각 산의
유래가 풍부해 이를 돌아보며
언덕을 오르는 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