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보호하고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비건에 도전해야 하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이유다.
WEAR
우리의 것이 아니니까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마케터와 디자이너가 비건 패션 브랜드를 운영한다. 낫아워스는 환경과 동물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두 사람이 결합한 결과다. 마포구에 위치한 쇼룸에 가면 출입문에 붙어 있는 곰 캐릭터를 발견하게 되는데, OURS는 영어로는 ‘아워스’지만, 프랑스어로는 ‘곰’이라는 뜻의 ‘욱스’가 된다! ‘우리의 털이 아닌 동물의 털’이라는 뜻과 ‘우리의 자원이 아닌 미래 세대의 자원’이라는 의미에 ‘곰이 아닌’, 즉 ‘동물의 털로 만든 것이 아닌’이라는 언어유희까지 담았다.
옷의 재료인 유기농 면은 3년 이상 농약 등을 사용하지 않은 농지에서 재배한 것이다. 가방의 재료는 다름 아닌 선인장. 선인장에게 필요한 것은 비와 흙속의 무기물이 전부로, 잎을 잘라내도 다시 자라는 지속가능한 자원이다. 깨끗하게 씻어 햇빛에 말리고 섬유화시킨 뒤 압축하면 선인장 가죽이 된다. 이곳엔 브랜드의 정체성에 동의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고객이 비건은 아니다. 고기는 끊지 못했지만 오는 손님도, 친환경적 대안으로 찾는 이도, 단순히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방문하는 고객도 있다. 때론 질 좋은 비건 제품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소비자로부터 “진짜 가죽도 아닌데 왜 이렇게 비싸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신하나 대표는 비건 패션 브랜드를 특별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는 명료하다. 착취하지 않은, 나은 선택을 하며, 지속가능한 방식을 택하는 것은 모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에. 그렇게 신념에 맞는 브랜드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쁘다고.
INFORMATION
낫아워스
ADD.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8길 25 102
INS. @notoursteam
BITE
채식주의자가 된 빵순이
신촌역 8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걷다가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잦아들 즈음이면 새하얀 외관, 청명한 블루 색상의 로고와 함께 통유리 너머로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들여다보이는 더브레드블루를 만날 수 있다. 진열대 위에 놓인 빵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전부 달걀, 우유, 버터 같은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고 만든 비건빵이다. 매대 가까이로 가보니 보통 빵집의 매대와는 모양이 조금 다르다. 진열대 위에 빵이 놓여 있는 , 모든 면이 유리로 막혀 있는 모습이다. 잠시 당황하다가 금세 손잡이를 발견한다. 손잡이를 잡아당기니 빵이 나온다. 마치 고가의 시계나 주얼리를 고르는 것 같다. 이유를 물으니 비건빵의 특성상 노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비건빵이라고 해서 삼삼한 빵만을 생각했는데, 초콜릿 케이크나 브라우니, 쿠키나 마카롱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비건고기를 넣은 비건피자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종류가 다양하다.동물성 재료를 일절 넣지 않은 비건 아이스크림 코너도 눈에 띈다.
어쩌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비건빵을 만들게 된 걸까. 문동진 대표가 더브레드블루를 연 계기는 다섯 살 난 딸이었다. 아이를 위한 빵을 만드는 아내를 보며 모든 엄마가 안심 할 수 있는 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렇게 비건 빵집을 열고 매장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 한 손님이 찾아왔다. 손님은 몇 번이고 케이크에 달걀을 넣지 않았는지 확인하면서, 자신을 달걀 알레르기 때문에 생일 케이크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아이의 어머니라 소개했다. 그는 그때가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라고 회상한다. 그 고객은 여전히 더브레드블루의 빵을 구매하는 단골손님이라 말하며.
INFORMATION
더브레드블루
ADD.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촌로12다길 3 1층
INS. @thebreadblue_official
EAT
세상에 이런 비건 요리가?
몽크스부처에 가려면 약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커다란 신발가게 왼쪽으로 작게 난 문이 입구라 까딱하면 지나쳐버리기 십상인 까닭. 대여섯 개의 테이블이 놓인 3층과 바 자리로 이루어진 4층, 그리고 가을 하늘을 감상하기 좋은 루프톱까지가 이곳의 공간이다. 커다란 샹들리에와 은은한 조명, 물병보다 큰 촛대가 시선을 끈다. 화려한 인테리어가 비건 레스토랑의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비건 레스토랑임을 모르고 방문했다면 눈치도 못 챘을 듯하다. 이문주 대표는 비건 음식이 가진 선입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한다. ‘채식은 맛이 없다’거나 ‘유별나다’는 고정관념을 지닌 이들까지 찾기를 원했다는 것. 비건의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미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그라탱 같은 양식 메뉴는 물론, 커리와 똠얌볶음밥 등 아시안 푸드와 아이스크림과 초콜릿무스 같은 달콤한 디저트도 맛볼 수 있다. 셰프의 추천으로 파스타와 뇨키를 주문한다. 요리가 식탁 위에 오르자마자 고정관념을 깨는 진한 향이 진동한다. 감자반죽으로 만든 뇨키는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고, 콕콕 박혀 있는 튀긴 연근은 ‘바삭’ 부서진다. 콩고기는 의식하지 않으면 그 사실을 모를 정도. 많은 비건 손님이 지인에게 채식을 소개할 때 이곳에 방문하는데, “정말 동물성 식품을 사용하지 않은 게 맞느냐”는 질문을 수차례씩 받는다고. 그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비건 왕국 개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비건 델리 ‘몽크스델리’를 오픈했고, 비건 브랜드 ‘몽 크스팩토리’의 간편식도 선보인다. 채식주의자들의 비건 실천이 한결 손쉬워질듯싶다.
INFORMATION
몽크스부처
ADD.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28-1
INS. @monksbutcher
DRINK
비건 육포와 맥주, 그리고 동물 해방
이번 행선지는 한성대입구역 부근에 위치한 비건카페, 패밀리앤프렌즈다. 1층부터 루프톱까지 건물 전체가 베지테리언을 위한 아지트로 출입문 옆에는 고양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안으로 들어서면 비건 메뉴를 주문하는 카운터와 로션・치약 등 비건 제품을 갖춘 매대가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냉장고 속의 맥주와 와인, 육포, 치즈! 비건 주류와 안주는 생소해 더욱 신선하다. 2층으로 올라가니 비건과 동물, 환경에 관한 서적이 책장에 촘촘하게 꽂혀 있고, 한 층 더 올라가면 여럿이 모여 회의하기 좋은 공간이 나타난다. 북악산이 보이는 루프톱에서는 반려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메뉴에는 우유와 달걀, 정제설탕, 색소를 뺀 대신, 쌀과 비정제사탕수수당, 두유, 과일로 빈자리를 채웠다. 공간을 쭉 둘러본 뒤 김하원 대표에게 비건을 결심한 계기를 물었다. 그녀는 품에 안은 반려견 콩이가 이유라고 말한다. 입양 이후 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동물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확장된 후로 그녀는 재료 하나하나에 신경을 기울이며 동물을 해치는 제품은 아닌지 따졌다. 고단하기도 했지만 비건에 대해 모르던 손님이 비거니즘에 관심을 가지는 기쁨을 얻었다. 그런 그녀의 궁극적인 꿈은 동물 해방. 비건 브랜드가 많아졌으면 하고, 동물의 자유를 꿈꾼다. 대화를 마치고 카페에서 나오며 벽면에 있던 문구를 되새겨본다. “우리의 삶이 중요하듯이, 그들의 삶도 중요하다”는 말을.
INFORMATION
패밀리앤프렌즈
ADD. 서울특별시 성북구 삼선교로14길 37
INS. @cafe_familyandfrie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