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킹닷컴의 익스플로러이자 모험가 이날치가
이야기하는 6인의 여행담.”
여행의 시작은 시장에서부터
프로듀서 겸 베이시스트 장영규
타지에 가서 적응을 하는 것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는 타입이 아니다. 어느 여행지를 가든 나만의 여행 규칙이 있는데, 첫날 숙소 인근 300~400m 내에 위치한 시장과 슈퍼마켓을 돌아보는 일이다. 그런 다음 사방으로 2시간 거리로 활동 범위를 점차 확대해간다. 사전 정보 없이 새롭게 발견한 정보들을 머릿속에 입력하고, 여행의 범위를 넓혀간다. 가까운 일본으로의 여행, 그중에서도 동해 쪽에 위치한 가나자와 시장을 좋아했다. 보통의 일본 여행에서 만나는 태평양 쪽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산지가 달라지니 식재료 또한 당연히 달라진다. 외국에 공연을 가면 취사가 가능한 숙소에서 종종 멤버들에게 밥을 해 먹인다. 그들이 기억에 남는 음식으로 꼽았던 것은 홍합스튜와 파스타, 리소토와 달걀국 정도다. 때때로 떠올리는 여행의 순간은,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시작해 북동쪽으로 150km 이어진 영험한 기운이 감돌던 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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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유 고잉 위드 미?
Are You Going With Me?
- 팻 메스니Pat Metheny Group“어릴 때 많이 들은 곡이에요. 이 제목을 빼고 음악만 들어도 어딘가로 쑥 빨려 들어가는 것 같죠. 지금 이곳에서 여행을 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요.”
슬리퍼 신고 세계 속으로
소리꾼 안이호
편의점 가듯 여행하는 일상을 꿈꾼다. 꼭 로컬 피플처럼은 아니어도 스스럼없이 여행지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는 경험을 좋아한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침없이 여행지의 일상으로 들어가듯이, 두려움 없이 대자연 속으로 깊이 들어가 야생의 생명력을 느끼고 싶은 로망이 있다. 이런 내게 코스타리카의 도시들은 아주 특별한 여행지였다. 공연 차 찾았던 해안가는 열대우림이 무성한 곳인데 이전에는 무척이나 황량했다고 한다. 역사 속 다양한 풍파를 겪으며 상처 입고 훼손됐던 코스타리카는 사람들의 보살핌으로 천천히 복원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군비를 없애고, 그렇게 확보한 예산은 산림과 해양 복원에 투입됐다. 당시 가이드였던 동네 할아버지는 내내 기후 협약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했던 기억. “우리만 열대우림을 복원한다고 인류가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 게 아닐세. 한국 역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 분명히 올 텐데. 이 숲이 바로 그 결과라고 봐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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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성가 - 이날치
“가만히 듣고 있으면 이게 무슨 말인지 안 들리거든요. 음~ 하고 지나가기 때문에, 순간 집중하기 좋은 곡이죠. 혼자 생각에 잠겨 있는 순간에 기분 좋은 리듬감이 느껴져요. 그런 그루브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죠.”
먹고 수집하고 변화하라
드러머 이철희
오리 한 마리가 돌출된 머그컵은 미국 중부 미네소타 여행에서 인연이 된 물건이다. 약간의 흠집이 눈에 띄었지만, 재고가 없다는 점원의 말에 고민 없이 구매했다. 마치 전리품처럼 그 컵은 내게 미국 여행을 떠올리게끔 한다. 뉴욕 한가운데서 문득 세계의 중심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던 적이 있다. 센트럴파크의 바위 위에 올라가 낮잠을 청하고, 다양한 인종과 광고판이 가득한 거리를 걸었다. 고백하건대 내가 뉴욕 타임스퀘어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근처의 맛있는 한식당들 때문. 여행지의 한식당 리스트를 줄줄 꿰고 있을 만큼 한식 애호가지만 다행히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 변화를 꾀하게 됐다. 빵도, 치즈도, 뉴욕의 1달러짜리 피자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소리꾼 권송희가 보여준 아이슬란드 사진에 마음이 동해 오로라 여행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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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 탱고Libertango
-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아코디언 이야기를 듣고 피아졸라의 탱고가 생각났는데, 여행지에서 듣기 참 좋을 곡 같아요. 앨범을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한참 듣던 곡이에요. 유럽의 풍경과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혼자서도 잘 다녀요
소리꾼 신유진
낯선 여행지를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탐험한다. 대학 시절, 배낭 하나 메고 훌쩍 여행길에 올라 도착했던 인도의 바라나시. 6명의 대학생이 함께 모여 세계일주 공연을 하고, 현지 학생들과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누군가는 물갈이를 심하게 해 고생을 했고, 각자 낯선 타지의 공기에 적응하느라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 비로소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친숙해졌다. 불을 피워 시체를 태우는 화장터로 소들이 따뜻함을 찾아 모여들고, 뼛가루를 뿌리는 강에서 몸을 씻고 빨래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오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하루는 숙소에서 갠지스강을 바라보며 노래를 하는데, 지나가던 청년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그들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웃는 표정과 맑은 눈빛으로 교감하며 긍정적인 기운을 얻었다. 그 기억은 어느 순간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이곳저곳을 배회하며, 낯선 곳이 익숙한 곳으로 변하는 신기한 경험을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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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텀 인 뉴욕
Autumn in New York
-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저는 빌리 홀리데이의 ‘어텀 인 뉴욕’을 들으면 진짜 외국에 가고 싶어지더라고요. 파리나 뉴욕 같은 곳으로요. 특유의 음색이 너무 좋은 곡이에요.”
역사를 잊은 여행지는 없다
소리꾼 권송희
역사를 빼고 지금의 현상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여행지에서 역사의 흔적을 발견하고자 집중한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을 여행하던 때 그라나다와 세비야에서는 스페인 음악 플라멩코의 역사에 대해 무수히 듣고, 성당 건축물을 보며 역사와 철학, 문화가 도시 곳곳에 반영되어 있는 흔적을 발견했다. 내 과거의 여행지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착한 곳은 태국 치앙마이다. 느긋한 정취와 저렴하고도 맛있는 음식들, 부담 없이 홀짝거리던 훌륭한 커피 맛까지. 한국 사람들이 자주 찾는 여행지라 정보 또한 얻기 편했다. 무엇보다 그곳에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즉흥적이고 자유로웠다. 그러다 하루는 코끼리를 케어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과 함께 모여 앞치마를 두르고 코끼리를 목욕시키고 밥을 먹이며 교감하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결국 이런 경험들이 쌓여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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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버 보이Lover Boy
- 품 비푸릿Phum Viphurit“이제 식상한 단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음악을 들으면 ‘힐링’과 ‘키치’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요. 유적을 쭉 돌아본 후 치앙마이대학교를 산책하며 듣기를 강력하게 추천해요!”
여행의 중심에서 예술을 외치다
소리꾼 이나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여행자가 아닌 현지인처럼 살면서 여행한 적이 있다. 판소리와 플라멩코를 결합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퇴근 후에는 여행자가 되어 도시 곳곳을 누볐다. 여행을 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둘러보는 곳은 미술관과 건축물. 당시 나는 가우디가 설계한 파밀리아 성당 바로 옆에 숙소를 잡고 세 번이나 들러 성당을 꼼꼼히 살펴봤다. 이후에는 카사밀라와 구엘공원 등 건축물을 중심으로 관찰을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가우디의 세계관과 스페인 사람들의 문화와 성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 깊은 인상을 남겼고, 100년이 넘는 시간을 버텨온 건축물들 사이에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지난해 이탈리아 신혼여행 계획이 코로나19로 무산되어 내내 아쉬웠다. 그때 건축가인 남편이 나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들을 계획표에 꼼꼼히 구성해두었을 텐데. 이 다음 여행은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섬으로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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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모 엘 아구아Como El Agua
- 카매론 데 라 이슬라Camaron De La Isla“스페인에 머무는 동안 수많은 플라멩코 공연을 보러 다녔어요. 강렬한 춤과 뜨거운 박수소리, 격정적이고 현란한 기타 연주, 무엇보다 거칠고 열정적인 목소리는 잔잔하게 숨어있던 온갖 감정을 끌어내 들끓게 하는 매력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