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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HOTELS: TOKYO
차와 느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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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호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 잠시 삶의 속도를 늦추고 고요한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자.

 

정갈한 마음으로 찻잎을 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정성스레 덖고 말리는 한참의 과정을 거친다. 이윽고 완성된 차를 앞에 두고 찻물을 끓이는 시간. 예의와 과정을 지키며 차를 우려내고 손님에게 대접하는 일련의 과정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정화하도록 이끈다. 다례는 불교에서 기원했고, 불교에서는 다례를 참선의 한 부분으로 여겼다. 몸과 마음에 덕을 쌓는 행위로 간주한 것이다.차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느 때에는 약으로 쓰였다가, 중국 남북조시대에 이르러서는 사치품으로 여겨졌다. 심지어 서로의 차를 비교해 자웅을 겨루는 투차(鬪茶) 풍습도 있었다. 그런 각기 다른 접근 속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던 것이 있는데, 바로 차를 우리는 과정과 시간 그리고 예의였다.이와 같은 맥락에서 느림의 미학을 누려보고 싶다면 일본 도쿄의 오래된 찻집 잔게츠를 떠올려봐도 좋다. 찻집이 위치한 곳은 현대적이고 다양한 문화가 혼재돼있는 메트로폴리탄 도쿄에서 발견한 호텔 친잔소 도쿄Hotel Chinzanso Tokyo이다. 도시의 생동감과는 한발 떨어져 고즈넉한 풍경과 오래되어 따뜻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호텔에 자리한 찻집 잔게츠Zangetsu는 일본 전통 다도를 지향한다. 오모테센가의 잔게츠데이(잔월정, 残月亭)를 본떠 지은 다실은 2004년 유형문화재로 등록되었다. 차를 다 마신 후에는 호텔 안에 조성된 정원 길을 따라 산책에 나서보자. 구불구불하게 시작되는 정원은 붉은 다리를 건너는 순간 숨겨두었던 자태를 드러낸다. 발길이 닿는 모든 산책로에 꽃과 나무가 가득이다. 정원을 걷다 보면 몽환적인 느낌을 더하는 뿌연 안개도 마주하게 되는데,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연출이라고. 산책에 나서기 전, 직원에게 요청하면 정원 길을 정리한 지도를 받을 수 있다.호텔에는 267개의 객실과 스위트룸이 마련되어 있어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스파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9개의 레스토랑에서 입맛에 맞는 식사를 골라 즐기는 재미도 있다. 차를 마시고 산책을 즐기고 정원을 바라보며 한가로운 하루를 보내보자. 고풍스러운 호텔에서 하룻밤을 고요하게 머물며.

글. 유수아SOO-A YOO
사진. 프리퍼드 호텔 & 리조트WWW.PREFERREDHOT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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