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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섬벌랜드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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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호

 

“수 킬로미터 뻗어 있는 깨끗한 해변과
그림처럼 완벽한 해안 마을, 야생이 살아
숨 쉬는 동시에 전쟁으로 점철된 역사가
남아 있는 잉글랜드 북동부 노섬벌랜드
해안은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아름답다.”

 

엠블턴만의 모래언덕에서 바라본 던스턴버러성.

노섬벌랜드 해안에 조수가 물러나고 모래톱이 드러나자 바다표범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 울부짖는 소리가 마치 텅 빈 공간을 가르며 지나가는 바람 소리처럼 들린다. 그것은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합창이다. 길게 이어진 이곳의 거친 해안선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사운드트랙이다. 노섬벌랜드주 북부 항구도시 버릭어폰트위드Berwick-Upon-Tweed와 북해 연안 마을 앰블Amble 사이 약 65km 이어지는 노섬벌랜드 해안은 1958년에 특별자연미관지역Area of Outstanding Natural Beauty(AONB)으로 지정되었다. 야생동물의 천국인 이곳에서 퍼핀은 북해 바다를 건너며 양미리를 잡아먹고, 노루는 홀리섬Holy Island의 야생화 목초지를 헤치며 나아간다. 돌고래는 엠블턴만Embleton Bay에서 헤엄을 친다. 노섬벌랜드 해변의 모래언덕에는 흰죽지꼬마물떼새와 모래장지뱀이 둥지를 틀고 있다.

저 멀리 뱀버러성Bamburgh Castle과 안위크성Alnwick Castle이 어렴풋이 보인다. 요새는 이 지역이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모두에게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했던 격동의 시대를 대변한다(1400년부터 거의 1700년까지 노섬벌랜드는 전쟁터였다). 역사의 연대기를 탐구하고 펍으로 가서 푸짐한 식사를 먹으며 활기찬 대화를 나눠보자. 펍의 메뉴는 보통 현지에서 잡은 생선 위주이며 아마도 인생 최고의 바닷가재 요리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훈제 청어는 전통적으로 아침식사 때 두껍게 썬 빵을 곁들이고 소금을 잔뜩 뿌려 먹는 지역 별미다. 혹은 거친 해안선을 따라 이따금 자리한 작은 마을의 예쁜 거리를 그저 거닐어보는 것도 좋다. 마을의 선물 가게에서는 수제 퍼지를 판매한다. 멧새는 하늘 높이 경쾌하게 날갯짓하고 저 멀리 바다표범의 노랫소리가 산들바람에 속삭인다.

 

뱀버러성의 인상적인 당구장.

첫째 날

성과 해안선

 

아침

하루를 시작하는 좋은 방법은 순례자의 길을 따라 홀리섬이라고도 불리는 린디스판Lindisfarne을 향해 걷는 것이다. 더 반 앳 빌The Barn at Beal 인근에 잠시 멈춰 서서 넓은 하늘 아래 광활하게 펼쳐진 만을 감상한 다음, 경로를 알려주는 나무 기둥을 따라 약 5km 가볍게 하이킹한다. 풋스텝스 인 노섬벌랜드Footsteps in Northumberland사의 투어도 추천한다. 초기 기독교가 번성하고 793년에 잉글랜드 최초의 수도원이 약탈당한 역사뿐 아니라 이 섬의 성인과 죄인, 바이킹 침략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필그림스 커피Pilgrims Coffee에서 지역 양조 맥주와 바나나빵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후 이 섬의 성과 작은 만, 야생화가 흐드러진 목초지를 탐험해보자. footstepsnorthumberland.co.uk, pilgrimscoffee.com

 

오후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향해 뱀버러 시내 중심가의 더 파티드 랍스터The Potted Lobster에서 게살샐러드나 펜넬로 속을 채운 도미 요리를 먹어보자. 이제 인근 뱀버러성에서 왕실의 역사를 돌아볼 시간이다. 해변 주변에 근사하게 솟아 있는 1400년 된 이 요새는 헨리 6세부터 제임스 1세까지 여러 왕의 거처였다. 메아리처럼 소리가 울리는 홀과 웅장한 내실 그리고 숨겨진 경호실이 미로같이 얽혀 있다. 적어도 1시간 정도 여유를 갖고 과거의 역사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3만6400m² 규모의 성을 탐험하자. 일몰 즈음 5분 동안 해변을 산책하면서 카리브해의 어느 곳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thepottedlobster.co.ukbamburghcastle.co.uk

 

저녁

노섬벌랜드의 겨울은 혹독하고 여름은 변덕스러울 수 있지만, 이와 같은 전형적인 영국 날씨 때문에 현지인은 펍을 더욱 완벽하게 조성했으며 해안선을 따라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뱀버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마을 크래스터Craster의 더 졸리 피셔맨The Jolly Fisherman으로 향하자. 낡은 가죽 소파가 개방형 벽난로를 둘러싸고 있고, 전망은 저 멀리 바다까지 펼쳐지는 이곳에서 케빈 멀라니Kevin Mularney 셰프가 특별한 게 요리를 선사한다. 마을의 자랑 중 하나인 훈제 청어도 놓치지 말 것. 가족이 운영하는 엘 롭슨 앤드 선스L Robson & Sons는 4대에 걸쳐 생선을 가공하고 있으며, 항구에 있는 오두막에서 다양한 훈제 해산물을 판매한다. 좀 더 고급 요리를 원한다면, 훈제 청어를 제철 곁들임 요리와 내는 더 크래스터 시푸드 레스토랑The Craster Seafood Restaurant을 방문해보자. thejollyfishermancraster.co.uk, kipper.co.uk

 

 야생동물 관찰하기 

퍼핀
PUFFIN

4월부터 7월까지 5만 5000마리 이상의 퍼핀이 번식을 위해 연안의 섬으로 몰려든다. 어린 퍼핀이 솜털이 보송보송한 검은색 머리를 둥지 밖으로 쑥 내미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최적기. 다 자란 퍼핀은 부리에 양미리를 물고 있다.


바다표범

SEAL

수천 마리의 대서양회색바다표범atlantic grey seal은 1년 내내 노섬벌랜드 해안을 보금자리로 삼는다. 새끼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시기는 솜털이 보송한 11월이다. 호기심이 많고 친근한 바다표범은 배 뒤를 따라다니다가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도치과 물고기

LUMPSUCKER

초여름 물속에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녀석으로 그 이름처럼 마치 술에 취한 것 같이 북해를 비틀거리며 헤엄쳐 다닌다. 암초에 서식하며, 바닷가재와 게 그리고 얼룩매가오리와 이곳 바다를 공유한다.


노루

ROE DEER

홀리섬의 긴 수풀이나 고사리 덤불 속으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노루의 하얀 엉덩이를 갑자기 마주할 수도 있다. 덩치가 작은 노루는 키가 1m가 채 되지 않으며, 수컷은 여러 갈래로 갈라진 작은 뿔로 암컷과 명확히 구분된다.

 

돌고래

노섬벌랜드 연안에서 큰돌고래bottlenose dolphin를 목격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바닷새 떼가 머리 위로 빼곡하게 선회하는 도중에 수면에 이는 특이한 잔물결을 찾아보자. 오랫동안 충분히 지켜보면 청어를 잡기 위해 바닷속에서 뛰어오르는 돌고래를 발견할 수 있다.

 

회색바다표범이 판 제도의 바위 위에서 쉬고 있다.

둘째 날
섬과 백작

 

아침

30개 넘는 섬이 노섬벌랜드 연안에 자리한다. 가장 잘 알려진 곳은 판 제도Farnes Islands지만, AONB의 남단에 위치한 코케섬Coquet Island은 본토와 더 가깝고 성수기에도 조용하다. 어드벤처 노섬벌랜드Adventure Northumberland사는 코케섬의 바람이 세찬 외딴 해변을 가이드와 함께 둘러보는 카약 투어를 제공한다. 이곳 해안에서 수백 마리의 바다표범을 볼 수 있다. 또한 여름에는 4만 마리가 둥지를 틀기 위해 서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퍼핀과 긴꼬리제비갈매기를 목격할 수 있다. 다시 육지로 돌아와서 앰블 항구의 공예품 팝업스토어 등을 둘러본 후 더 피시 쉑The Fish Shack에서 점심식사를 하자. TV쇼 <헤어리 바이커스Hairy Bikers>의 셰프 듀오가 2020년 이곳을 방문한 이래로 예약은 필수다.
adventurenorthumberland.co.uk, boathousefoodgroup.co.uk

 

오후

세계 전역에서 얼그레이를 즐겨 마시지만, 이것이 안위크의 호위크 홀Howick Hall에서 발명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곳에서 1830년 찰스 그레이 백작이 찻잎에 베르가모트를 첨가해 호위크의 우물에 함유된 석회 성분을 상쇄시키며, 오늘날 우리가 아는 얼그레이를 만들었다. 이 차가 탄생한 조지 왕조 시대의 아름다운 영지 26만4500m²(8만 평)에 달하는 멋진 정원을 거닌 다음, 자리를 잡고 옛 크림 티(홍차와 함께 스콘에 잼과 진한 크림을 곁들여 먹는 오후의 간식)를 즐겨보자. 모험가 기질이 다분하다면, 어드벤처 노섬벌랜드가 운영하는 코스티어링 익스피디션스coasteering expeditions에 도전하자. 코스티어링은 바위에서 기어 다니고 미끄러지며 뛰어내리는 행동을 모두 아우르는 액티비티로 숨겨진 동굴과 암석이 많은 이곳의 극적인 해안선을 탐험하는 대담무쌍한 방법이다. howickhallgardens.com

 

저녁

몇 곳의 펍과 현지 도자기를 판매하는 선물 가게 등이 있는 작은 마을 알른머스Alnmouth. 그 한가운데에 자리한 부티크 호텔 더 휘틀링 하우스The Whittling House를 놓치지 말자. 숙박 여부와 상관없이 이곳에서의 저녁 식사는 필수다. 넉넉한 양의 갈릭버터를 잔뜩 넣고 조리한 통통하고 부드러운 가리비 살, 트러플과 파르메산 치즈를 갈아 갓 잡은 바닷가재와 완벽하게 구워낸 요리를 맛보자. 다만 레몬 커드와 딱총나무꽃으로 만든 치즈케이크를 먹을 배는 남겨두어야 한다. 이후 바로 옆의 더 레드 라이온 인The Red Lion Inn에 가보자. AONB에는 비치 파티 같은 문화가 거의 없지만 펍은 꽤 재미있다. 하드리아누스 방벽 양조장Hadrian Border Brewery에서 맥주를 주문해보자. 고대 로마제국 시대의 방벽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고대 로마제국 시대의 영국을 상징하는 하드리아누스 방벽Hadrian’s Wall은 올해 1900년을 기념한다. 이 지역을 방문해 118km에 달하는 성벽을 따라 열리는 축제와 행사를 즐겨보자. redlionalnmouth.com, 1900.hadrianswallcountry.co.uk

 

 

 동화 같은 성 3 

안위크성
ALNWICK CASTLE 

드넓게 펼쳐진 빅토리아 시대의 정원과 이탈리아풍 인테리어 그리고 영화 <해리포터> 두 편에서 호그와트 마법 학교로 등장한 안위크성은 중세 건축의 걸작이다. 노르만족이 잉글랜드를 정복한 시절 지어진 이곳은 노섬벌랜드 공작과 공작 부인의 집으로 셰익스피어 희곡 작품에 퍼시Percy라는 그들의 조상 이름이 등장하기도 한다. 영국 역사를 엿보고 <해리 포터>에 나온 빗자루 타기 수업도 수강하자. alnwickcastle.com

 

칠링엄성
CHILLINGHAM CASTLE

이름뿐 아니라 분위기도 오싹한 13세기의 요새로 영국에서 유령이 가장 많이 출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밤중에 복도에서 울부짖는 빛나는 소년Radiant Boy을 포함해 여섯 유령이 방을 돌아다닌다고 한다. 시하우시즈Seahouses에서 내륙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시골 구릉에 자리한 칠링엄성은 용감한 여행자가 투숙할 수 있는 8개의 객실을 갖추었다. 야간 투어에 참여해 성에 사는 유령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chillingham-castle.com

 

워크워스성
WARKWORTH CASTLE

우뚝 솟은 워크워스성 유적은 노섬벌랜드 해안 AONB의 남단에서 바다로 구불구불 뻗어나가는 코케강River Coquet을 호위하고 있다. 여정 중 잠시 짬을 내어 워크워스 에르미타주Warkworth Hermitage도 방문해보자. 배로만 닿을 수 있는 이곳은 절벽 면을 깎아 만든 예배당이다. 인근 요새보다 출입이 훨씬 제한적이므로 가기 전에 운영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english-heritage.org.uk

 

시하우시스 항구에 정박한 어선.

해안 도보 여행 3

크레스웰에서 버릭어폰트위드까지 약 100km에 달하는 노섬벌랜드 코스트
패스Northumberland Coast Path는 공식적으로 여섯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시하우시즈에서 크래스터까지(약 16km)

활기찬 어촌 마을이자 판 제도로 가는 관문인 시하우시즈에서 하이킹을 시작하자.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며 모래언덕을 오르고 고사리 덤불을 헤쳐 지난다. 이 구간은 해안선이 울퉁불퉁 길게 이어지는데, 걷다 보면 청회색의 북해가 펼쳐지고 동행이라고는 세가락갈매기뿐일 수도 있다. 로 뉴턴Low Newton에서는 생기발랄한 엄마와 딸이 같이 운영하는 더 십 인The Ship Inn에 들러 유명한 바닷가재 요리로 에너지를 충전하자. 외딴 곶에 허물어질 듯 서 있는 14세기 요새인 던스턴버러성Dunstanburgh Castle. 이를 향해 일렬로 늘어서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해변 오두막을 지나는 순간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1.6km 정도 계속 가면 크래스터의 새하얀 작은 시골집에서, 그리고 더 졸리 피셔맨의 바텐더에게서 따뜻한 환영을 받을 수 있다. shipinnnewton.co.uk

 

크레스웰에서 하우슬리 자연보호구역까지(약 11km)

슬리피 크레스웰Sleepy Cresswell은 노섬벌랜드 해안길의 시작점이다. 북쪽으로 향하여 해변 배경으로 모래언덕이 펼쳐지는 11km 길이의 드루리지만Druridge Bay으로 가보자. 탐조가라면 이곳 해변에 멈춰 노란색 목이 인상적인 해변종다리와 솜털 같은 흰 깃털을 가진 흰멧새를 찾아봐도 좋을 것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내륙으로 잠시 우회하여 목초지로 둘러싸인 드넓은 레이디번 호수Ladyburn Lake를 구경한 후 해안과 하우슬리 자연보호구역Hauxley Nature Reserve으로 향하자. 노섬벌랜드 야생동물 트러스트가 과거 탄광이었던 곳을 1983년부터 관리하게 되면서 307만 4380m² 부지는 현재 수달, 붉은다람쥐, 오소리 등 건강한 개체군의 보금자리로 변모했다. 호숫가에 자리한 카페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으며 에너지를 충전하자. nwt.org.uk

 

버릭어폰트위드 해안과 성벽(약 5km)

스코틀랜드 국경에서 매우 가까운 트레일로 버릭어폰트위드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노섬벌랜드 해안길 구간을 걸어서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자. 바람이 부는 산책로에 세워진 빨간 지붕 등대를 감상하기 위하여. 그런 다음 내륙으로 돌아서서 마을을 에워싼 엘리자베스 1세 시대의 성벽을 걷는다.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잘 보존된 요새의 일부로 성벽은 정말 필요한 것이었다. 버릭의 역사를 통틀어 이 마을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사이에서 13차례나 주인이 바뀌었다. 수 세기 동안 국가가 뒤바뀌며 버리커Berwicker로 알려진 지역 주민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립심을 갖게 됐다. 그들의 억양조차도 두 나라를 넌지시 암시하듯 독특하다. northumberlandcoastpath.org

 

 TRAVEL WISE 

여행 방법

뉴캐슬어폰타인Newcastle-upon-Tyne행 기차를 타자. 여기서 자동차를 빌려 노섬벌랜드 해안을 샅샅이 탐험할 수 있다. 엔터프라이즈Enterprise와 유로카Europcar 모두 이 도시에 지점을 두고 있다. newcastlegateshead.com

알른머스에 자리한 더 휘틀링 하우스의 더블룸은 150파운드부터(약 24만원). B&B. thewhittlinghouse.co.uk

 

 

글. 샬럿 위그램-에반스Charlotte Wigram-Evans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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