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폴리네시아에서의 첫 깨달음, 수영복 하나면 족하다."
모오레아Moorea섬을 마지막으로 찾은 이후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인간이 아닌 자연이 지배하는 남태평양, 그 광활하고 맑고 투명한 세계를 갈망하는 10년이었다. 방갈로에 불필요한 짐이 든 가방을 던져놓고 모래 덮인 라군lagoon으로 향한다. 그리고 목욕물처럼 따뜻한 물속에 천천히 몸을 담근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중간쯤에 자리한 프렌치 폴리네시아(프랑스령)는 오감을 깨운다. 수백km에 걸쳐 흩뿌려진 118개(이 중 67개 섬에만 사람이 거주)의 작은 섬과, 고리 모양의 화산성 산호섬 아톨atoll이 모자이크처럼 펼쳐져 있다. 박물관이나 핫플레이스는 없지만 땅과 물, 공기와 불, 설명하기 힘들지만 느껴지는 무언가 존재한다.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나는 다시 떠난다.
타히티섬의 풍부한 자원은 유럽과 미국인들을 폴리네시아 해안으로 끌어들였다. 타히티에 잠시 정박했던 영국 군함 바운티호에서 이후 전설적인 해상 반란이 일어났고, 마키저스Marquesas제도에서 이 배에 올라탄 미국의 소설가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쓰기도 했다. 1880년 타히티의 왕이 이 해상에 분산돼 있는 섬들을 프랑스에 양도하면서 식민 통치권에 대한 오랜 투쟁은 종결됐다. 그로부터 약140년이 지난 뒤 프랑스를 향한 정치적 입장이 존재하는 가운데 여전히 “콩티누어스 앙상블레(Continuons Ensemble, 계속 함께 가자)”이라는 정중한 캠페인이 유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