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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FROM AN AUTHOR
작가 5인에게 깊은 영감을 준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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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호

Sophie Yeo
핀란드의 외딴곳
태곳적 방식으로 얼음낚시를 하는 외딴 지역에서 비로소 인간과 자연이 맺은 원초적이고 소중한 관계를 발견한다.


“인간의 흔적이 풍경을 오염시키는 얼룩이 아닐 수도 있다.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자연을 형성해 왔다. 선사시대에 사람은 자연 속에서 단순히 있거나 없는 존재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깊이 관여한 건 사실이다.”

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찾아 핀란드로 떠났다. 물론 나는 순진하지만은 않아 유럽에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철저하게 외부인이 되는 곳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약간의 믿음이 있었다. 생태계에 존재할지언정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그런 장소 말이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 내 생각은 바뀌었다. 나는 노키아 휴대전화와 무민 캐릭터가 탄생한 나라에서 난생처음 야생에서 인간의 위치를 이해하게 됐으니까.
헬싱키에서 기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약 498km를 여행하며 러시아 국경과 닿아 있는 노스 카렐리야North Karelia 지역으로 향했다. 10월이었고 곧 겨울이 시작되면 모든 풍경을 눈으로 하얗게 뒤덮을 테지만, 지금 차창 밖으로는 흐릿한 갈색과 상록수가 스쳐갔다.
나는 스노체인지 협동조합이 어떻게 일하는지 보러 가는 길이었다. 스노체인지는 이 지역 주민들이 사냥꾼, 목동과 함께 핀란드의 광 대한 지역을 다시 야생으로 돌려놓는 일을 한다. 10km²가 넘는 숲과 이탄지와 강과 습지를 공동으로 관리하며 되살리는 중이다. 핀란드는 숲과 채집으로 유명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원을 착취한 끝에 대다수의 풍경이 황폐해졌다.
리넌수오Linnunsuo 이탄 습지는 이전에 이탄 광산이었던 곳으로, 스노체인지가 어떻게 일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다. 땅은 다시 숨을 쉬고 야생동물이 돌아왔다. 어느 추운 날 아침 물가를 걸었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하늘로 날아오르는 흰꼬리독수리를 볼 수 있었다. 복원된 자연은 사람도 소환한다. 지역 주민들이 가을에 가끔 오리나 거위를 비롯해 밍크나 너구리 같은 침입종도 사냥을 하는데, 이들이 잡아먹는 토종 새도 같이 늘었다. 다시 말해, 사람이 회복의 수혜자이자 대리인인 셈이다.
그리고 나는 푸루베시Puruvesi 호숫가에 있는 생선 가공 창고 안에서야 비로소 사람과 자연의 깊은 연대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스노 체인지는 이곳에서 대형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오래된 겨울 어업 방식의 전통을 되살리려 하고 있다. 아직은 존재하는 이 전통적인 어업 방식이 빠르게 사라지는 중이다. 어부들이 얼어붙은 호수에 구멍을 뚫고 얼음 아래로 거대한 그물을 던진다. 목표는 희미하게 빛이 드는 물속에서 떼를 지어 헤엄치는 흰송어다. 녀석은 몸집이 아주 작고 부드러운 뼈를 가졌다.
처음에는 스노체인지가 다시 야생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왜 어업 활동을 바꾸려고 하는지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다. 야생이란 일반적으로 인간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배를 타고 물살이 험한 바다를 떠다닐 때 스노체인지 대표이자 대형 어망으로 어업을 하고 있는 테로 무스토넨으로부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나무를 베고 이탄을 캐다 보니 푸루베시 호수로 과도한 영양소가 흘러들었다. 이로 인해 수정처럼 맑았던 만에 녹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업 활동 덕분에 일부 영양소가 제거되면서 생태계가 균형을 유지하게 되었고 지역사회 측면에서는 먹거리와 소득이 창출되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핀란드의 마을에서는 겨울 내내 어망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이 그물은 핀란드의 국가적인 서사시로 알려진 칼레발라에도 등장한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시장의 논리가 이 관행을 대부분 종식시켰다. 이 그물 어업전통이 사라지면서 내재된 이야기와 함께 어디서 언제 낚시를 해야 하는지 연관된 지식도 사라져갔다. 푸루베시 호수에서 겨울 그물 어업이 부활한 것은 문화와 생태가 다시 살아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각각은 서로에게 꼭 필요하다.
압박은 현대적일지 몰라도 이야기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간의 흔적이 풍경을 오염시키는 얼룩이 아닐 수도 있다.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자연을 형성해 왔다. 선사시대에 사람은 자연 속에서 단순히 있거나 없는 존재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깊이 관여한 건 사실이다. 항상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의지하는 상호 관계였다.
자연에 대한 서구적인 개념은 이런 호혜적인 관계를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장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풍경에는 인간이 없다고 여긴다. 하지만 다른 언어에는 이런 관계에 대한 공간이 있다. 핀란드어도 그렇다.
핀란드어에서 ‘황무지’에 가장 가까운 단어는 ‘에라마erämaa’다. 마을 사람들이 사냥과 낚시를 위해 넓은 영토로 흩어져 살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완전히 문명화되지도 않으면서 비어 있지도 않은 장소를 구현한다. 우리가 배워야 할 어휘다.

흰송어의 서식지인 핀란드 오울란카 국립공원의 일출.

환경 저널리스트 소피 여는 영국 보존 잡지 〈잉크캡 저널〉의 편집자이자 〈자연의 환영: 우리가 잃어버린 세상과 그것을 되살리는 방법〉(하퍼 노스 출판사, 약 4만원)의 저자다.



Carolyn Boyd
프랑스의 풍미를 기록하다
프랑스 서쪽 방데 해변에는 기록적인 값으로 팔리는 감자와 낭만적인 자두 타르트 등 매혹적인 음식 문화가 살아 있는 목가적인 섬들이 있다.

“섬에 머무는 동안 짭조름한 공기를 마시고 농부, 요리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풍토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의 독특한 환경 덕분에 알렉상드르 쿠이용 셰프는 미슐랭 스타를 세 개나 받았다. 그는 현지에서 나는 농산물로만 요리하는, 이 섬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다.” 

프랑스의 복잡 미묘한 지역 음식에는 종종 이야기가 따라다닌다. 예를 들어 남서부에서는 백년 전쟁으로 포위당하고 공격을 받는 동안 콩과 고기를 넣은 카술레cassoulet 스튜가 만들어졌다. 프랑스식 디저트 파리브레스트Paris-Brest는 자전거 경주를 기념한다. 프랑스 남부에서 양젖으로 만드는 로크포르roquefort 치즈는 사랑에 빠진 양치기가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프랑스의 음식과 관련된 풍경을 조금 더 깊이 파고들면 신화나 설화를 넘어선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일 드 누아르무티에 Île de Noirmoutier섬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감자의 고향이라는 것 말이다. 염전이 패치워크처럼 펼쳐져 있고 회반죽을 칠한 주택들로 인해 온통 흰색으로 가득한 마을. 프랑스 서해안의 이 섬에 가야하는 이유가 최고로 손꼽히는 감자 때문이라니 이상하고도 흥미롭게 들린다.
보노트라고 불리는 이 감자 품종은 아주 귀하디귀하다. 5월 2~3주 동안만 수확할 수 있으며, 주변 지역과는 다른 이 섬의 독특한 기후 환경에서만 자랄 수 있는 까닭이다. 1995년에 누아르무티에 농협이 보노트 감자 3kg을 파리 드루오 경매장에서 약 200만원에 판매했고, 이 같은 사실은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에 충분했으며 새로운 지역 특산품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프랑스 서부 누아르무티에섬의 염습지.

물론 보노트 감자에는 똑똑한 마케팅을 넘어선 훨씬 더 많은 게 있다. 이 감자의 뒤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본토 상인에게 제대로 된 값을 받고 팔려는 농부들의 공동체가 있었다. 현지 주민들은 이를 프랑스어로 콩티넝continent, 즉 대륙이라고 부른다. 협동조합장 제시카 테시어와 그녀의 동료들이 함께 감자밭에 섰을 때, 그들의 섬과 작물에 대한 열정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시카의 부모와 조부모 모두 감자를 재배하는 농부였다. 이 공동체는 해마다 5월에 모여 페트 드 라 보노트Fête de la Bonnotte라는 큰 축제를 연다. 협동조합 본부 마당에는 3000명이 먹을 수 있는 긴 테이블이 들어선다. 현지에서 잡은 정어리와 버터를 듬뿍 발라 삶은 보노트 감자에 누아르무티에 산 플뢰르 드 셀 소금을 솔솔 뿌려 먹는다.
시장에서 보노트 감자 한 상자를 샀다. 시장에는 감자뿐 아니라 플랑 마레샹flan maraîchin 타르트 같은 지역 특산품이 넘쳐난다. 플랑 마레샹은 두꺼운 페이스트리 껍질과 굳지도 흐르지도 않는 완벽하게 불안정한 상태의 커스터드로 이뤄진 디저트다. 다른 가판은 보노트 감자처럼 섬의 기후가 길러낸 특별한 채소들의 무게로 휘청거린다.
누아르무티에의 공기는 오존으로 가득 차 있고 토양은 해초로 비옥해졌다. 섬에 머무는 동안 짭조름한 공기를 마시고 농부, 요리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풍토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의 독특한 환경 덕분에 알렉상드르 쿠이용 셰프는 미슐랭 스타를 세 개나 받았다. 그는 현지에서 나는 농산물로만 요리하는, 이 섬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염전과 염전 웅덩이에 비친 푸른 하늘을 지나 레르보디에L’Herbaudière 마을로 갔다. 알렉상드르가 이끄는 보다 캐주얼한 라타블르 델리제 비스트로가 이 마을에 있다. 비트와 홍합과 크림 상태의 염소 치즈를 고급 은식기에 담아 내온다. 그다음엔 식당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항구에서 들여와 세심하게 조리한 명태 요리를 맛본다.

커스터드와 도톰한 페이스트리의 완벽한 조화.

하지만 방데Vendée에 있는 독특한 섬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 예우Yeu섬의 전설에 따르면 ‘허니문 타르트’인 타르트 데 노스tarte des noces는 난파선에서 흘러나온 재료로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17~19세기에 선원들은 괴혈병을 예방하고자 자두를 배에 싣고 바다로 나갔는데, 이 배에는 바닐라, 설탕, 럼, 계피, 오렌지꽃 워터처럼 지평선 너머에서 난 다른 이국적인 상품도 함께
실려 있었다. 어느 날 이 배가 난파되었고 섬 주민들이 난파선의 재료를 모아 향기로운 자두 타르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오늘날 일디외Île d’Yeu섬에 사는 무니에르 파티스리가 매일매일 12개씩 자두 타르트를 만드는데, 전설을 아는 섬 주민 누구도 이 타르트가 왜 허니문 타르트라고 불리는지 명쾌하게 설명을 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결혼식처럼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되기에 그런 게 아니까 추론할 따름이다.
섬을 탐험하면서 이 퍼즐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았다. 생소베르Saint-Sauveur 마을에는 쾌활한 빨간색과 노란색 혹은 터키석 색으로 칠해진 덧문이 달린 주택이 늘어선 목가적인 골목길이 있다. 마치 멕시코의 리조트 타운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다. 또 다른 마을은 그리스를 생각나게 한다. 하얗게 칠한 외벽과 테라코타 기와지붕을 얹은 집에는 옅은 파란색 덧문과 돌담이 있고 그 안에는 접시꽃과 자주군자란, 기괴한 야자수로 가득한 정원이 있다. 한편 라 플라주 데 사비아스La Plage des Sabias 해변에는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어부의 오두막이 늘어서 있어 카리브해처럼 보인다. 머리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에는 비행기의 증기 흔적이 성층권을 가로지르고, 대서양을 건너 서쪽으로 여행하는 탑승객 중에는 분명 신혼부부도 몇 쌍 있을 것이다. 나는 일디외섬이 내 나름의 해석을 싫어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이 섬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이상적인 신혼여행지라는 것 말이다.

여행 작가인 캐럴린 보이드는 지난 6월 〈입을 즐겁게: 프랑스 전역에서 내 식대로 먹는 법〉(프로파일 북스 출판사)이라는 책을 펴냈다. francetraveller.co.uk

 

*** 더 많은 기사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10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글. 소피 여Sophie Yeo, 캐럴린 보이드Carolyn Boyd,요한 닐랜더Johan Nylander, 제프 니콜슨Geoff Nicholson, 제임스 로버츠James Roberts
사진. 재키 오클리(일러스트),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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