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 생각해보면 아랍의 신령스러운 도깨비 진Jinn이 처음부터 꾸민 음모가 아니었을까 싶다. 초승달 모양의 칼 시미타scimitar처럼 등에서 머리까지 위쪽으로 살짝 곡선을 그리는 순백의 근육질 말은 내가 다가가자 내 체취를 맡기 위해 넓은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내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훈련사가 늘씬한 말의 등에 안장을 매자, 말은 울음소리를 내며 신경질적으로 자세를 바꾸었다. “당신처럼 이 말도 ‘미쿡’에서 왔습니다.” 조련사 카부스Qaboos가 말했다.
말 이름은 스카조Scarzo, 아라비아 혈통 말을 보존하기 위해 미국에서 수입해 온 경주마다. 내 평생의 꿈이 아라비아말이 태어난 곳에서 아라비아말을 타보는 것이었고,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인맥을 총동원해 카부스를 소개해준 것이다.
오만의 수도인 무스카트Muscat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아침, 동이 트기도 전에 고물 픽업트럭이 덜컹거리며 올라왔다. 승마 바지에 긴 검정 부츠를 신고 짧게 자른 깔끔한 머리에 단정하게 다듬은 턱수염을 한 훤칠한2 0대 청년이 내렸다. “제 이름은 카부스입니다.” 그가 인사를 건넸고, 우리는 픽업트럭을 타고 아직도 어두운 거리를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