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수직과 수평으로 즐기는 스무 가지 모험.
멕시코
싱크홀에서 수영하기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우거진 녹지대 아래에는 구멍이 송송 뚫린 스위스 치즈 같은 모양을 한 세노테가 있다. 석회암 암반이 함몰돼 지하수가 스며들면서 생긴 싱크홀을 세노테cenote라 하는데 유카탄반도에만 수천 개가 있다. 수천 년 전, 고대 마야인들은 세노테에서 깨끗한 물을 얻었고 이 천연 샘들이 신에게 이르는 통로라고 믿었다. 현대의 다이버들은 싱크홀의 깊은 곳을 탐험하지만, 특별한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도 수면 가까이서 세노테를 즐길 수 있다.
정글에 둘러싸인 흙길을 따라 도스오호스 세노테Dos Ojos Cenote에 도착했을 때 막 입장을 마감하려는 참이었다. 잠수복을 입은 다이버들과 수영복 차림의 아이들이 주차장으로 나오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직원이 우리를 입장시켜줬다. 샘으로 연결되는 삐그덕거리는 나무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우리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늦은 오후 햇살에 보석 빛깔처럼 파란색과 초록색으로 빛나는 24˚C 온도의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지막이 속삭이는 목소리는 동굴벽을 타고 울렸고, 오페라극장처럼 우리 머리 위로 소리가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발아래에는 바위 지형이 만든 9m 깊이의 샘이 흐르고 있었고, 작은 통로들은 아마도 더 깊이 연결돼 있을 것이다. 지구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창에 감도는 섬세한 적막함을 즐기면서 손이 쭈글쭈글해질 때까지 수영하며 물 위에 떠 있었다. 며칠 후, 그랑 세노테Gran Cenote로 간 우리는 또 다른 경험을 했다. 신나는 파티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스노클링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밝은 웅덩이로 내려가자 가족과 커플끼리 온 사람들이 작은 풀밭 같은 그곳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고글을 통해서 종유석과 석순 사이를 오가는 물고기와 거북을 봤다. 9m 아래에는 헤드램프를 쓴 다이버들이 깊은 바위 사이를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