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들 사이에서 ‘남성의 땅(Terre des Hommes)’으로 불리는 마르키즈 제도Marquesas Islands. 이 섬에 거주하는 폴리네시아인들은 19세기에 말을 발견한 이후 말을 길들이고 돌보며 산다. 21세기에 거세게 불어온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마르키즈의 호스맨horseman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지만 여전히 전통을 보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다. 지금부터 남성의 땅 심장부라 할 만한 최후의 마르키즈인 호스맨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말을 모는 남자들
‘말들의 섬’으로 알려진 우아후카Ua Huka, 자신의 말에 올라탄 채 언덕에 서 있는 기수들이 보인다.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올가미를 든 이 남자들은 사냥하러 나갈 참이다. 그들 앞에는 광활한 태평양과 마른 덤불로 뒤덮인 적토가 펼쳐져 있다. 건조한 토양으로 인해 사막처럼 보이기도 한다. 타히티섬에서 북동쪽으로 1300km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우아후카는 마르키즈 제도 중에서도 가장 이국적이다.
우아후카섬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변해왔다. 가뭄이 계속되는 동안 섬의 남쪽 지역은 야성미 넘치는 미국 서부 같다. 이 타는 듯한 적토의 열기 속에서 기수들이 미동도 없이 신호를 기다린다. 갑자기 전사들의 포효가 언덕을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침묵을 깨뜨린다. 양치는 개처럼 야생마를 이리저리 모는 역할을 하는 수아레suare 말들에 올라탄 일련의 남성 기수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카우보이 모자를 흔들며 전속력으로 말을 몰아 당황한 야생마들을 계곡 쪽으로 몰아간다. 이들의 목표는 말을 포위해 올가미로 붙잡는 것이다. 이 무리 가운데 카리스마 넘치는 보히Vohi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