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알프스산맥 사이에 위치한 그르노블은
도보 여행으로 유명하다.
여행자들은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와
현지의 싱싱한 제철 메뉴를 내놓는 레스토랑에서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한다.
프랑스 남동부의 도시 그르노블Grenoble은 뒤로는 알프스산맥이 펼쳐져 있고 바로 앞에는 에크랭 국립공원 Écrins National Park이 자리한다. 전원을 만끽하며 도심 속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도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니 도시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노란색 엠벨로MVelo+ 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이용해보자. 도심과 그 주변으로 정비된 321km 길이의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이제르강Isère river이나 드라크강Drac river을 지나 호두나무 숲과 호수, 초원을 통과한다. 툴랭Tullins 자치구에 도착할 무렵 모든 에너지를 소진했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기차를 타고 느긋하게 풍경을 감상하며 돌아와도 되니까. veloplus-m.fr
2022년에 유럽의 녹색문화도시로 지정된 그르노블은 도시를 찾는 이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거리 예술부터 남다르다. 먼저 플라스 도옌 고세 광장 1번지1 Place Doyen Gosse의 한 아파트를 장식한 ‘에코 VS 에고’ 벽화를 찾아가보자. 아티스트 듀오인 리스케이트ReSkate의 작품으로 복고풍 광고 포스터 스타일을 통해 생태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이 벽화는 매년 6월에 열리는 스트리트아트 페스트의 작품 중 하나로 2020년에 그려졌다. 이처럼 그르노블에서는 야외 공간을 갤러리처럼 사용하려는 흥미로운 시도가 계속된다. streetartfest.org
한편 그르노블의 건축물에서는 아르데코 양식이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그중에서도 가라지 엘리코이달Garage Hélicoïdal 다층 주차장은 숨겨진 보물이다. 1928~1932년에 지어진 이곳은 독특한 입구로도 유명하다. 총 7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은 일정한 간격으로 설계된 콘크리트 난간을 따라 나선형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뻥 뚫린 중앙 홀의 높이가 점점 아찔하게 느껴지면, 어느새 천장의 유리 돔과 가까워진다. 관광안내소에서 아르데코 투어를 신청하면 내부를 면밀히 둘러볼 수 있으나, 운이 좋다면 열린 문틈 사이로 건물 안을 살짝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투르 페레Tour Perret 탑도 빼놓지 말자. 110m 높이의 이 탑은 세계대전 이후인 1975년에 세워진 프랑스의 첫 마천루다. 그르노블에서 가장 넓은 녹지인 파르크 폴 미스트랄Parc Paul Mistral 공원 위로 우뚝 솟아 있다. 여름에는 공원에서 요가 클래스와 음악 공연을 비롯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grenoble-tourisme.com
지리적 특성상 그르노블에서는 손쉽게 호수로 풍덩 뛰어들어 수영을 즐기거나 산책로를 따라 유유자적 거닐 수 있다. 어디로든 닿을 수 있게 잘 갖춰진 대중교통도 한몫한다. 15번 버스를 타고 부아프랑세Bois Français 호수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47번 버스를 타고 베르코르Vercors 산맥의 루이소 드 라 피사르드Ruisseau de la Pissarde 길을 걸어보자. 하이킹을 하며 힘찬 폭포와 계곡을 마주할 수 있다.
대체로 푸르고 고요한 그르노블이지만 저녁이 찾아오면 활기가 넘친다. 구도심으로 향하는 미로처럼 좁은 길들을 지나면 우아한 광장이 펼쳐진다. 저녁 7시가 되면 매력적인 부티크들이 문을 닫고, 대신 나날이 늘고 있는 바와 레스토랑이 거리를 밝힌다. 그르노블의 맥주를 맛본다면 더 이상 보통 맥주는 마실 수 없다. 양조에 최적화된 산에서 채취한 청정수로 브라세리 넵튠 같은 바에서는 수제 맥주를 제조한다. brasserieneptune.fr
전통 사부아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라 페르메 아 데데La Ferme à Dédé, 오직 산에서 나는 허브 등 현지 식재료로 혁신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자네트 등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맛보자. 스타 셰프 크리스토프 아리베르Christophe Aribert는 프레스킬Presqu’Ile 아방가르드 지구에 자리한 레스토랑 부용아에서 그르노블 현지 스타일을 살짝 비튼 자신만의 메뉴를 선보인다.
restaurantlafermeadede.fr, jeanette-restaurant.fr, bouillon-a.com
온종일 도시를 구경하느라 지쳐 휴식이 필요하다면 자크 드 본느Zac de Bonne 환경지구eco-district에 있는 모던한 호텔로 가자. 오코 호텔 자르뎅 오슈Okko Hotels Grenoble Jardin Hoche는 매일 제공되는 현지식 스낵과 식전주가 포함된 더블베드룸 요금이 약 17만원부터다. okkohotels.com
현지인이 추천하는 여름 명소
브라질 출신의 생물물리학자인 레안드로 에스트로지Leandro Estrozi는 2006년 연구 목적으로 그르노블에 왔다가 이곳에 정착했다.
◊ 케이블카 TÉLÉPHERIQUE
아름다운 도시를 내려다보면서 19세기에 지어진 바스티유 요새 Fort Bastille로 향한다. 새로 지은 주거 지구인 레지던스 아베세Residence ABC 위를 지나는데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성하고 저장하는 대형 태양광 패널이 보인다.
◊ 팡탱 라투르 레스토랑 RESTAURANT FANTIN LATOUR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인 이곳의 식사는 황홀하다. 셰프 스테판 프로이드보Stéphane Froidevaux가 주변 산에서 야생 허브를 직접 채집해 요리에 이용한다고 한다. fantin-latour.fr
◊ 등반 VIA FERRATA
그르노블 인근에 있는 레 프라이즈 드 라 바스티유Les Prises de la Bastille는 밧줄로 암벽을 오르는 꽤나 도전적인 등반 코스다. 크롤Crolles 자치구에 있는 코스로 오르면 그레시보당 계곡 Grésivaudan valley의 장엄한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