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
CANADA BY ROAD
캐나다 로드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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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호

캐나다에서 로드트립을 떠난다는 건 다이내믹한 광경을 하나씩 수집하는 과정과 같다. 북극지방의 고속도로와 해안을 따라 이어 진 도로 그리고 우림을 지나는 국도를 제법 호기롭게 달려본다.

노바스코샤주의 케이프브레튼섬Cape Breton Island에 자리한 캐벗 트레일Cabot Trail.

캐나다에는 대자연을 가로지르는 다소 외진 곳에 들어선 도로가 많은 편이다. 운전대를 잡은 채 꽁꽁 언 빙하로 뒤덮인 산자락 아래를 지나거나 거대한 야생동물이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숲을 달리거나 로키산맥의 경사면을 오르거나 고래들이 파도와 함께 이동하는 해안선을 따라가본다. 모험심이 강한 여행자라면 북부 한대 지역에서 출발하여 북극권 한계선을 거쳐 황량한 북극 해안선에 도달하는 뎀스터 하이웨이Dempster Highway에 도전해봐도 좋겠다.
차를 끌고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유콘준주로 가면 산악 하이킹을 비롯해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통나무로 만든 카누를 타고 오지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을 수 있다. 반면 노바스코샤주에서는 등대 불빛을 시작으로 아름답게 꾸려진 해안 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마을에서 하룻밤을 머물 생각이라면 대를 이어 전수 중인 해산물 수프를 맛본 뒤 로컬 상점에 들러보자. 종종 아카디아 프랑스어(캐나다 아카디아 지역에서 쓰는 프랑스어로 7가지 억양이 있다)와 스코틀랜드 방언이 들려온다.
자동차 외의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여정도 고려해보자.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수상비행기를 타고 태평양 온대우림과 험준한 해안선을 감상하다가 호수 위에 착륙하여 야생 곰을 관찰할 수 있다. 유콘준주 역시 경비행기를 운항하는데 이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큰 비극지 빙하를 보유한 클루아니 국립공원Kluane National Park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하지만 로드트립의 묘미는 캠핑카와 레저용 자동차에 있다. 캐나다에는 전기와 수도가 공급되는 캠핑장이 수두룩하며 국립공원 내에 캠핑카, 텐트, 오두막 등이 갖춰져 있기도 하다. 야생동물에 관한 수칙만 잘 지킨다면 침낭 하나만 있어도 캠핑이 가능하다. 빛 공해가 전혀 없는 밤, 북쪽 위도 를 따라 별이 찬란하게 빛나고 황홀한 북극광이 하늘을 수놓는다.

 


여정 1.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시작: 밴쿠버•끝: 토피노•길이: 약 660km•일정: 7-10일

캐나다 서부에 자리 잡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여행자들의 심박수를 높여주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장대한 상록수 숲, 거친 들판, 반짝이는 해변, 고요한 성당 등이 다채로운 장면을 연출해낸다. 그 안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요란하게 움직이는 회색곰과 겁 많은 흑곰, 먹이를 잡기 위해 빙하가 흐르는 좁은 물줄기를 따라 움직이는 해안 늑대 등이 자유롭게 거닐고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이르려면 먼저 밴쿠버를 지나야 한다. 밴쿠버에는 스탠리 공원Stanley Park 안팎의 토템폴과 초고층 건물 사이의 혁신적인 파인 다이닝이 있어 여행자의 시선을 분산시킨다. 물론 도시 구석구석과 서부 해안의 밴쿠버섬을 일주일가량 살펴봐도 좋지만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의 전체적인 여정을 생각한다면 이곳에서의 일정은 최소화하는 것이 어떨까. 밴쿠버의 남북을 잇는 시투스카이 하이웨이Sea to Sky Highway를 달리다가 휘슬러 산악 리조트에 멈춘 뒤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내보자. 혹은 페리를 타고 조지아 해협을 건너면 삼나무가 높이 솟아오른 커시드럴그로브Cathedral Grove와 바람이 강하게 부는 해변과 산책로가 있는 퍼시픽림 국립공원,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의 서핑 마을 토피노가 기다린다.

밴쿠버의 라이언스 게이트 브리지Lions Gate Bridge.

놓치지 말아야 할 곳

1. 밴쿠버
산과 바다 사이에 자리한 밴쿠버의 특성이 스탠리 공원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공원 안에 세워진 아홉 개의 선주민 토템폴을 찾아본 다음 취향에 맞게 오후 일정을 조율해보자. 최근에 별을 얻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탐색하거나 리치먼드 덤플링 트레일Richmond Dumpling Trail에 있는 매콤한 만두를 찾아 남쪽으로 향해도 좋다.
vancouver.ca

2. 휘슬러
시투스카이 하이웨이는 밴쿠버에서 출발하여 한쪽에는 암석 지대, 다른 한쪽에는 태평양이 있는 도로를 따라 드넓은 하늘과 맞닿은 고지대로 올라간다.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스키 리조트이자 하이킹의 중심지인 휘슬러까지 오른 뒤 열차 사고 현장을 그라피티 명소로 탈바꿈한 휘슬러 트레인 렉Whistler Train Wreck을 방문해본다. 해 질 녘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흑곰도 흥미로운 관찰 요소 중 하나다.

3. 나나이모
뒤이은 여정은 육지에서 페리를 타고 48km 거리에 위치한 나나이모 마을에서 이루어진다. 캐나다의 전통 간식인 코코넛 가루, 커스터드 아이싱, 초콜릿 가니시로 만든 나나이모 바를 한 입 베어물어보자. 마을 내에 다양한 종류의 나나이모 바를 표시한 지도도 비치되어 있다.
nanaimo.ca

4. 커시드럴그로브
해안에 이를 무렵 고속도로가 맥밀런 주립공원MacMillan Provincial Park을 관통한다. 도로 양옆으로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고대 온대우림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끼가 낀 거대한 나무들 사이로 조성된 투박한 트레일을 따라 산책을 이어가보자. 고사리가 무성한 탓에 이동하기가 쉽지는않다.
bcparks.ca

5. 퍼시픽림 국립공원
기다란 바위에서 뻗어나온 상록수가 산림보호 구역인 퍼시픽림 국립공원을 가리키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에 서핑과 폭풍 관찰 명소로유명한 롱비치에 들르거나 늑대의 발자국을 따라 숲을 거닐어도 좋다.

6. 토피노
캐나다 선주민들이 조성한 미술관과 서핑 전문점이 모여 있는 토피노는 오지에 가까운 그림같은 마을이다. 해안에서 불과 몇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가문비나무 숲과 오두막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두막들과 인접한 곳에 자리한 롱비치 로지 리조트에 머물며 여독을 풀어보자.
longbeachlodgeresort.com

여행 방법: 마이리얼트립에서 밴쿠버와 휘슬러를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는 원데이 트립을 제공한다. 약 9시간 동안 시투스카이 하이웨이를 중심으로 구성된 여러 명소를 순회한다. 섀넌 폭포Shannon Falls, 레인보우파크Rainbow Park, 그린레이크Green Lake를 포함해가이드만 아는 숨은 스폿을 소개해준다. myrealtrip.com

 


여정 2. 유콘준주
시작: 화이트호스• 끝: 북극권 한계선(북위 66도 33분)•길이: 약 974km•일정: 7-10일

유콘준주만큼 개척 시대의 탐험가와 닮은 곳도 없을 것. 북극권 한계선 너머 곳곳에 골드러시 시대에 세워진 마을들이 들어서 있다. 면적은 영국의 세 배에 달하며 인구보다 육지 및 바다 동물의 숫자가 월등히 많다. 빙하로 덮인 산과 북부의 황야 사이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에도 사람보다 야생동물이 더 자주 출몰하는 듯하다.
유콘준주의 주도이자 알래스카와 클론다이크 하이웨이Klondike Highway가 만나는 여행의 중심지인 화이트호스Whitehorse로 로드트립을 떠나본다. 골드러시와 관련된 풍부한 역사를 지닌 도슨시티Dawson City를 지나 북극권 한계선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도로인 뎀스터 하이웨이Dempster Highway를 따라 달리다가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7~10일 정도 기간이 소요되며 마을과 마을 사이에 최대 6시간의 간격이 있으므로 어느 지점에서 차량을 정비할 지, 상점과 여행사는 어디에 있는지 꼼꼼히 확인한 후 계획을 세워야 한다. 대신 빼어난 자연경관이 빈틈없이 펼쳐져 지루할 겨를은 없을 것이다. 일부 여행자들은 화이스호스와 도슨시티 사이에 위치한 파이브 핑거 래피즈Five Finger Rapids에 정차하여 순환 하이킹 트레일을 따라 나무들이 이루는 절경을 만끽하다가 카약이나 카누를 타기도 한다.
화이스호스에서 서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헤인스정션Haines Junction은 이번 여정의 훌륭한 종착점이 되어준다. 경비행기를 타고 세계에서 가장 큰 비극지 빙원인 클루아니 국립공원Kluane National Park을 면밀히 탐구해본다.

유콘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발견한 카리부 순록.

놓치지 말아야 할 곳

1 화이트호스
유콘강 옆에 지어졌던 1980년대 야영지가 어느 새 유콘준주의 활기 넘치는 주도로 성장했다.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미드나이트 선 커피 로스터스에서 자전거를 빌려 도시를 둘러싼 워터프런트 트레일Waterfront Trail을 천천히 달려보자. 19세기 선박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SS클론다이크는 이 지역의 골드러시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고,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을 자랑하는 클론다이크 립&새먼은 야생에서 채집한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선보인다. 인근의 유콘 야생동물보호구역과 에메랄드레이크Emerald Lake, 마일스 캐니언Miles Canyon, 타키니 온천에서도 무궁무진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midnightsuncoffeeroasters.com, klondikerib.com, yukonwildlife.ca

2. 도슨시티
화이트호스에서 6시간을 운전해 닿게 되는 도슨시티. 장거리 운전이 필수이므로 차에 연료가가득한지 확인하도록 하자. 먼저 도슨시티에서 가장 크고 맛있는 시나몬 빵을 굽는 곳으로 알려진 브레이번 로지Braeburn Lodge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한다. 지난 수백 년 동안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도슨시티를 거쳐갔는데, 그중 개척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잭 런던Jack London이 머물렀던 오두막은 현재 박물관으로 개조됐다. 워킹투어를 통해 국립역사지구 안에 있는 옛 극장과 판잣집, 술집 등을 구경하자. 더 다운타운The Downtown 호텔 내의 사워도 살룬Sourdough Saloon은 다소 기괴한 칵테일을 제조한다. 사워토 칵테일Sourtoe Cocktail을 주문하면 도수 높은 술 안에 발가락 모형을 넣어 준다. 도슨시티 외곽의 클론다이크 들판은 1896년 캐나다의 골드러시가 시작된 지점이다. 디스커버리 클레임 국립사적지Discovery Claim National Historic Site에서 사금 채취 체험을 하고 미드나이트 돔Midnight Dome 전망대로 올라가 주변 전망을 한눈에 담아본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계절에는 머리 위로 북극광이
빛난다.

3. 뎀스터 하이웨이
뎀스터 하이웨이를 따라 동토대(캐나다 북부에 걸쳐 분포하는 넓은 들판으로 대개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다)를 빠르게 가로지른다. 목적지는 뎀스터 코너Dempster Corner 분기점에서 북쪽으로1시간 거리에 있는 툼스톤 준주립공원. 험준한 화강암 산봉우리로 유명한 주립공원에서 바람에 깎인 산세와 노스포크 패스North Fork Pass와 투무스레이크Two Moose Lake 같은 절경을 감상한다. 준주립공원을 샅샅이 살필 수 있는 여러 트레일이 조성되어 있으니 표지판을 참고하도록 하자.

4. 이글플레인스
오길비강 골짜기Ogilvie River Valley를 빙 두른 도로가 이글플레인스 고원을 향해 힘차게 오르면서 놀라운 경치를 선사한다. 뎀스터 하이웨이는 중간 지점인 이글플레인스에서 노스웨스트준주로 방향을 튼다. 근방의 유일한 호텔인 이글플레인스 호텔은 여행자들이 무용담을 나누고 재충전하는 사랑방으로 여겨진다. 마을 내에 캠핑카 야영장과 캠핑장도 완비되어 있다.
eagleplainshotel.ca

5. 북극권 한계선
이번 여정의 화려한 종착점. 이글플레인스에서 북쪽으로 1시간 남짓 운전하면 북극권 한계선으로 알려진 북위 66도 33분 지점에 닿게 된다. 매서운 추위가 연상되는 지명은 뜻밖의 놀라움을 선사한다. 한여름에는 해가 절대 지지 않으며 8월부터 9월 사이의 가을에는 리처드슨산맥Richardson Mountains이 단풍으로 마치 불타오르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여정을 조금 더 연장하고 싶다면 차로 6시간 거리에 위치한 이누비크Inuvik 마을과 9시간 거리에 위치한 북극해를 고려해보자.

도슨시티 미드나이트 돔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경.

여행 방법: 화이트호스에서 현지 문화를 체험하고 야생동물보호지역을 탐험할 수 있는 케이케이데이의 투어는 2박 3일로 진행된다. 자동차에서 잠시 벗어나 아늑한 캐빈에서 초현실적인 오로라를 관측하고 싶다면 케이케이데이의 일정을 따라가보자.
kkday.com

 


EYEWITNESS
해안도로 위에서
노바스코샤주 남서부에서 맞닥뜨린 등대와 랍스터잡이 배, 항구가 대서양처럼 잔잔하고도 부지런하게 주민들의 일상을 채워나가고 있다.

페기스코브를 상징하는 등대.

해안도로가 세인트마가렛만St Margarets Bay의 남쪽에서 구부러지는 찰나 페기스코브 등대가 시야에 들어온다. 여행자들은 차창 너머로 보이는 등대의 생김새에 놀라 웃음을 터뜨린다. 길 끝에 서 있는 것은 등대가 아니라 거대한 체스 말혹은 어린아이의 장난감처럼 느껴진다. 내 눈에는 바위로 만든 식탁 위에 놓인 소금 병으로 보이고 푸른 바다가 구겨진 식탁보를 자처한다. 노바스코샤주를 아우르는 로드트립의 재치 있는 시작점이다.
이 일대는 등대 애호가들의 성지로 여겨지며 대서양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등대를 여럿 거느리고 있다. 할리팩스Halifax와 야머스Yarmouth 두 반도 사이, 조류가 드나드는 곳에 세워진 상아색과 붉은색의 등대들이 오랜 세월 불을 밝게 비추고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평화로운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페기스코브Peggy’s Cove와 케이프세이블섬Cape Sable Island에 걸친258km의 해안 구간을 운전하다 보면 등대들이 도로의 표식인 양 우뚝 선 모습을 볼 수 있다.
늦은 봄에 여행을 오니 동부 해안선에서는 바닷가재 철이 이미 끝나간다. 대서양에서 가장 달콤한 갑각류가 잡힌다는 노바스코샤주의 주민들은 바다와 동맹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 싱싱한 바닷가재를 취급하는 랍스터 파운드Lobster Pound가 오래된 부두와 넓은 만 못지않게 흔하다는 말이다. 일부 상점에서는 방수포 앞치마와 새우 모양의 봉제 인형, 바다가 그려진 행주를 판매한다. 상점 밖에 걸린 바닷가재 통발이 내 눈에는 가로형 우체통으로 인식된다.

(왼쪽부터) 노바스코샤주 해안에서 갓 잡은 바닷가재. 할리팩스 남부에 있는 페기스코브.

노바스코샤주의 항해 역사에 경의를 표하며 지역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가장 앞장서고 있는 루넨버그Lunenburg는 무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항구 마을이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루넨버그 워킹 투어스Lunenburg Walking Tours의 가이드인 준 데이비슨June Davidson 를 만나 마을의 역사에 대해 듣는다. 소금에 절인 대구로 부를 축적한 이 마을은 선주민인 믹엠아크Mi’kmaq 부족 사이에서 아시디크Āseedĭk(조개의 땅)라 불렸다. 황새치, 대구, 빨강퉁돔 모양의 금속으로 장식된 가로등이 거리를 밝힌다. 캐주얼한 해산물 레스토랑을 찾은 손님들은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바닷가재의 분홍빛 집게와 꼬리 껍질에서 살을 쏙 발라낸다. “루넨버그의 역사는 유럽에서 건너온 농부들이 살기 위해 바다로 나간 일대기와 맥락을 같이해요.” 경사진 지붕과 동그란 창문이 인상적인 옛 상인의 저택 앞을 지나며 준이 입을 연다. “이곳은 땅에서 필요한 식량을 충분히 얻지 못했기 때문에 캐나다에서 가장 활발하고 부유한 항구가 될 수 있었어요.” 이민자들은 바다에서 풍부한 자원을 수확했고 그렇게 루넨버그 북부의 래브라도Labrador까지 황금 어장이 형성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과거다. 스쿠너 범선을 몰던 선장들은 이제 선셋크루즈를 운전하고,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선박은 고작 20척만 남아 있다. 그중 하나인 넬리로Nellie Row는 캐나다에서 여성 선원만으로 구성된 최초의 선박이다. 나는 해산물 펍인 그랜드 뱅커Grand Banker에서 그들이 채집한 노동의 결실을 맛보려 한다. 곧이어 바닷가재 집게살과 관자를 잔뜩 올린 루넨버그 랍스터 버거가 식탁 위에 오른다.
다시 해안을 따라 160km 정도 이동해 파도 치는 바다와 조개껍데기가 흩어진 해변을 지나면 케이프세이블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르게 된다. 어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이곳은 자칭 ‘세계 바닷가재의 수도’인 배링턴Barrington이다. 녹슨 배들과 오두막들이 늘어선 노바스코샤주 남부의 이 작은 마을까지 로드트립을 오는 여행자는 드물다. 노련한 뱃사람들이 주고받는 농담에서 그들의 두터운 친분이 느껴진다. 그런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니 어쩐지 애니메이션 <뽀빠이>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마을 한편에 자리한 올드 코트 하우스Old Court House는 바다의 유물을 전시한 박물관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고무줄로 작동하는 바닷가 재잡이 총으로 플라스틱 바닷가재 모형을 잡아볼 수 있다. “바닷가재 집게를 조심하세요. 손가락을 연필처럼 두 동강 낼 수 있으니까요.” 배링턴 박물관의 매니저인 서맨사 브래넌Samantha Brannen이 장난스럽게 웃어 보인다.
박물관에서는 또 다른 방법으로 전통을 보존하고 있다. 서맨사가 오래된 베틀 앞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녀는 발판을 밟으며 손끝으로 엮고 있는 직물의 색을 어떻게 읽는지 알려준다. 빨간색은 바닷가재, 짙은 파란색은 바다, 겨자색은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상징한다. “이 색들을 함께 연결하는 것은 단순한 직조가 아니에요.” 케이프세이블섬의 직물을 소개하며 서맨사가 덧붙인다. “이 지역의 기반이 되어주는 스코틀랜드의 뿌리를 기리는 거죠. 과거의 바다 유산을 기념하는 동시에 현재의 타탄직물을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고요.”
배링턴 길Barrington Passage을 건너 케이프세이블섬에 있는 클라크 하버Clark’s Harbour를 향해 남부로 이동하는 마지막 구간에서 맥멀렌 유포공장MacMullen Oil Skin Factory, 캡틴 캐츠 랍스터 섀크Captain Kat’s Lobster Shack, 클램 포인트Clam Point, 더 솔트 베이커The Salt Baker 등 다양한 해양의 역사를 마주한다. 막다른 길 끝에는 유목이 뒤엉킨 해변과 호크만Hawk Inlet을 가로질러 노바스코샤주의 최남단으로 치닫는 전망이 있다. 눈을 가늘게 뜨고 희미해져가는 빛 너머 케이프세이블 등대Cape Sable Lighthouse를 응시한다. 이 등대는 마치 뒤집어진 아이스크림콘처럼 생겼다. 나는 작게 키득거리며 속으로 큰 웃음을 삼킨다.

 


캐나다 야생동물과의 조우


캐나다에는 대표적으로 네 종류의 곰이 서식한다. 회색곰Grizzly Bear은 주로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그레이트베어 레인포레스트Great Bear Rainforest에서 발견되고, 회색곰의 소심한 사촌인 흑곰Black Bear은 국토 전역에 출몰하곤 한다. 북극곰Polar Bear은 10월과 11월 즈음 마니토바주의 처칠Churchill에서 무리를 지어 이동한다. 마지막으로 선주민이 신성하게 여기는 커모드 곰Spirit Bear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만 목격되는데, 검은색 털이 차츰 흰색으로 바뀌는 자태가 매우 신비롭다. 캐나다에서의 곰 관찰은 전부 운에 달려 있지만 해질 녘과 동틀 무렵에 강과 도로 옆에서 주로 모습을 드러낸다. 가을철 연어 이동 기간에 맞춰 여행 계획을 짜고 가이드가 동행하는 투어를 예약하면 관찰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늑대
인적이 드문 캐나다 전역에 늑대가 산다. 늑대들의 성향이 워낙 비밀스러워 실제로 마주치기는 어렵지만 성인이 손을 활짝 편 크기만 한 늑대 발자국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늑대를 관찰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마니토바주의 카스카코스트Kaska Coast 또는 고기잡이에 능숙한 해안 늑대들이 사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퍼시픽림 국립공원이다.

흰머리수리
상록수 숲에서 하얀 점이 눈에 띈다면 바로 북아메리카에서 사랑받는 새인 흰머리수리가 나타난 것이다. 하얀 점을 자세히 살펴보면 구부러진 노란색 부리와 갈색 털도 확인할 수 있다. 흰머리수리는 캐나다 전역, 특히 해안가에 출몰하며 현지인들은 좀처럼 놀라지 않을 정도로 자주 등장한다.

고래
마니토바주의 벨루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범고래, 누나부트준주의 일각돌고래 등 캐나다에는 30여 종의 고래가 존재한다. 혹등고래, 밍크고래, 귀신고래는 보통 서쪽 해안에 서식하며, 참고래, 향유고래, 대왕고래는 노바스코샤주와 뉴펀들랜드 앤 래브라도주, 퀘벡주를 선호한다. 고래 관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5월과 10월 사이다.

무스
거대한 크기와 달리 무스는 매우 조용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동물로 심지어 차량 바로 옆을 지나가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다. 강가의 습지대에서 주로 목격되며 온타리오주의 알곤퀸 주립공원Algonquin Provincial Park이 캐나다 내 최대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로드트립을 위한 가이드

아이스필드파크웨이를 따라 달리며 재스퍼 국립공원과 캐나다 로키산맥을 가로지른다

어떤 차종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
캐나다의 도로는 대체로 잘 정비되어 있어 운전하기 쉽기 때문에 차종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외딴 지역이나 변덕스러운 날씨가 예상되는 곳으로 간다면 사륜구동 차량을 추천한다. 유콘준주의 뎀스터 하이웨이처럼 외진 도로를 겨울에 운전하게 된다면 겨울용 타이어와 월동 체인이 탑재된 차량을 빌리자. 추운 지역의 일부 차량에는 엔진 동파를 예방하는 내부 가열 장치가 탑재되어 있다. 차량 외부에 충전 콘센트가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렌터카 회사는 차량 내비게이션을 무료로 제공한다.

별도의 운전면허증이 필요한가?
일부 회사에서 국제운전면허증을 요구하기도 하니 여행을 떠나기 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사고에 대비하여 보장 항목이 촘촘한 보험도 가입해두자. 

미리 알고 있어야 할 도로상의 수칙이 있나?
외지에서 온 운전자들은 신호등에서 많은 실수를 범한다. 별도의 표시가 없으면 빨간불에서 멈춘 뒤 우회전을 해도 된다. 그리고 다소 헷갈리는 두 종류의 파란불이 있다. 일정하게 켜져 있는 파란불은 직진을 의미하며, 점멸하는 파란불은 비보호 좌회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신호등 없는 사거리도 흔히 볼 수 있는데, 먼저 도착한 차가 먼저 출발하는 것이 규칙이다. 다른 차와 동시에 도착했다면 오른쪽에 있는 차가 우선이지만, 움직이기 전에 눈으로 재차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안전한 로드트립을 위한 팁을 준다면?
반드시 현실적인 경로를 세우자. 캐나다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면적이 큰 나라로 마을이나 주유소 사이의 거리가 매우 멀다. 늘 충분한 음식과 물을 준비하고 장거리 운전에 임하기 전에는 연료가 충분한지 꼭 확인할 것. 길을 달릴 때 가장 큰 장애물은 야생동물로 특히 밤에 주의해야 한다. 엘크, 사슴, 무스, 큰뿔양, 곰, 늑대가 예고 없이 길을 건널 수 있다. 휴대폰 신호 수신 상태가 안 좋은 지역에서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해 위성전화기를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길 위의 얼음을 발견하기 어려워 숙련된 운전자도 미끄러질 수 있으니 항상 조심 또 조심하자.


TRAVEL WISE

현지 교통
공항에서 차량을 렌트할 수 있으며, 캠핑카의 경우 캠핑카만 전문으로 대여하는 회사를 통하도록 하자. 기상 웹사이트에서 도로 상황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gorving.ca, theweathernetwork.com

여행 최적기
캐나다 북부는 겨울에 기온이 영하 20°C에서 40°C까지 내려간다. 7월과 9월은 캐나다 전역이 여행하기 좋은 날씨다. 가을은 연어가 대이동을 하는 시기로 야생동물을 관찰하기 좋은 계절.

여행 방법
디스커버 더 월드에서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유콘준주, 노바스코샤주로 떠나는 로드트립을 다채롭게 제공한다.
discover-the-world.com

더 많은 정보
캐나다관광청 fallcanada.kr

 

글. 사라 바렐SARAH BARRELL, 마이크 매캐커런MIKE MACEACHER, 마이크 매캐커런MIKE MACEACHERAN, 조지아 스티븐스GEORGIA STEPHENS
사진. AWL이미지스, 안젤라 로카텔리, 게티, 알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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